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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 도다] 14
S#0. 거리
살벌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최잠녀 뒤로 잔뜩 쫄은 표정으로 따라가는 버진.
고바순과 끝분은 그 와중에도 쉬지 않고 나불거리며 쫓아가고 있다.
고바순 : 버진이 저 앙큼한 것이 거짓부렁까지 해가메 어사 나리 집에 들어 앉을라고 했을 줄을 누가 알았을꼬..
끝분 : 못생기면 꼴값한다더니 박규 나리가 잘도 넘어갔을라고. 나라면 또 모를까.. 안그래? 어멍?
어멍,어멍, 나야말로 이 참에 박규 나리를 콱 자빠트려서 임신이나 콱 해버리면 어떨까싶은디.
고바순 : (화이팅하듯 주먹 쥐어보이며) 한방에 해부러라.
고바순, 끝분, 또 자기들끼리 으헤헤헤.. 손바닥 마주치며 좋아라하고 지나가다 미친 여자들 보듯 힐낏 거리는 사람들.
버진 : (조심히 불러본다) 어멍..
최잠녀 : .....
버진 : 어멍.... (살짝 따라붙으며) 다른건 다 좋은디 제발 다시 가잔 말만 하지 맙서. 나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겠으멘..
그러니까 제발.. 한양까지 와서 아무것도 못해보고 이렇게 도로 갈 순 없나네. 어멍..
대답대신 걷던 걸음을 멈추는 최잠녀. 그 바람에 바짝 쫓아가던 버진, 최잠녀 등에 코를 박으며 멈춰서고.
최잠녀 눈에 비친 복잡하고 다채로운 한양의 거리. 최잠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한양 거리를 바라보는데
그때 그들 앞에 멈춰서는 화려한 가마 하나. 가마 문이 열리며 도도한 얼굴의 홍시연이 하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내려선다.
버진과 잠녀들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홍시연의 모습에서-
S#1. 저잣거리 근처 작은 초가집 / 오후
볼에 커다란 점이 있는 얍삽하게 생긴 부동산 거간꾼의 얼굴이 보인다. 잰 걸음으로 자그마한 초가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집주릅.
집주릅 뒤를 따라 줄줄이 들어서는 버진 일당. 마지막으로 홍시연이 치맛자락을 가볍게 끌려 마당으로 들어서자.
집주릅 : 여깁니다요. (방문을 열어보이며) 방도 두 칸에 간단한 세간까지.. 마당도 널찍허니 평상까지,
한양바닥에 이가격에 이런 물건 없습니다요. 헤헤.. 어떻습니까요? 맘에 드십니까요? (홍시연 쳐다보면)
홍시연 : (버진 향해) 맘에 드느냐?
홍시연의 물음에 지가 나서는 끝분.
끝분 : (방 안을 들여다보며) 어째 방이 좀 작은 거 같은디.
고바순 : (부엌문 열어보며) 에게게게.. 고팡이 손바닥 만혀라.
버진 : (얼른) 아녀라. 소나이가 있는 것도 아니곡 방 한칸이면 충분헌디..
홍시연 : 그럼 이걸로 하겠네. (집주릅에게 엽전 꾸러미 넘겨준다)
집주릅 : (입이 찢어라 받아들며) 감사합니다요. 복 받으십시오..
엽전 꾸러미를 챙겨 쪼르륵 사라지는 집주릅.
고바순과 끝분은 마치 자기 집이라도 되는냥 집 구경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최잠녀 : (마음이 편치 않는) 도와주신건 고맙긴 혀요만 이렇게 덥썩 받아도 될런지는 모르겠수다.
원래 세상에 꽁으로 생기는건 없는 걸로 아는 데말씸..
홍시연 : 제주에 있는 동안 박규 도련님을 보필하였다 들었네.
박규 도련님과 혼인을 앞둔 정혼자로서 자네들에게 사례를 하는 건 당연한 일. 너무 부담 갖지 말게.
버진, 순간 정혼자라는 말에 흠찟 놀라고 그런 버진을 향해 일부러 더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홍시연.
홍시연 : 그럼 올라오느라 고생이 많았을텐데 여장들 풀게. 그럼.
홍시연, 하인들의 수행 받으며 도도히 사라진다.
동시에 집 구경을 끝내고 평상에 대자로 눕는 고바순과 끝분. 아무 생각 없다.
S#2. 박규의 집 / 밤
집 안으로 들어서는 박규의 모습이 보인다. 박규를 보자마자 서둘러 달려오는 봉삼.
봉삼, 박규 귀에 대고 뭐라고 뭐라고 길게 속삭인다. 이야기를 들으며 어두운 표정이 되는 박규.
박규 : 한양으로 오게 해 달랬다고 부탁을 했더니, 그리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불러들이다니... 어디로 갔는지는 아느냐?
봉삼 : 그게, 시연아씨께서 (또 다시 귓속말로 속삭이는)
S#3. 한양 버진의 집 / 밤
방 안에서 들리는 고바순과 끝분의 엄청난 코 고는 소리. 둘이 합창하듯 코를 골아댄다.
최잠녀는 잠이 안 오는지 마당에 나와 밤하늘을 보고 앉아있고 열린 방문 틈으로 최잠녀의 어두운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버진.
버진, 모든 게 자기 잘못처럼 느껴져 깊은 한숨이 쉬어지는데..
박규 :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대상군.
보면 언제 왔는지 마당으로 들어서는 박규.
평상에 앉아있던 최잠녀, 박규의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선다. 박규의 등장에 깜짝 놀라 얼른 문을 닫아버리는 버진.
최잠녀 : 바쁘실텐데 여기까진 뭐하러 오셨수꽈..
박규 : 내 자네를 직접 맞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게 됐네. 이리 무작정 올라오게 할 생각은 아니였는데..
(잠시 말을 멈추고) 낮에 일은 어머니 대신 내가 사과하리다.
최잠녀 : 나리께서 우덜같은 천한 것들헌티 사과할게 뭐 있수꽈. 우리 같은 천것들이 짐짝이랑 다를 게 무시게 있다곡..
던지면 던져지고 버리면 버려지는게 우리같은 천것들인디..
박규 : .......
최잠녀 : 그 동안 철없는 우리 버진이 땜에 이래저래 고생이 많으셨수다. 나가 잘 타일러서 데리고 내려 갈테니
앞으로 귀찮은 일 없을꺼라.
박규 : ..대상군. 내가 자네를 한양까지 오게 한건 그것 때문이 아니니 오해 말게나.
최잠녀 : 오해고 나발이고 할게 뭐 있수꽈. 버진이년 데리고 내려가면 나리께선 그걸로 그만인 것을..
그러라고 나까지 불러들인거 아니멘.
박규 : (답답할 뿐이고)
최잠녀 : 저년 고집이 황소고집이라 금방은 안되것지만 지도 한양서 끝까지 버티지는 못할꺼라.
그 동안은 불편하게 하는 일 없게 나가 돌볼테니 그리 알고 그만 돌아가시라.
최잠녀, 착찹한 얼굴로 차갑게 돌아서고 답답하게 바라보는 박규.
문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 엿듣고 있던 버진,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서는 박규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S#4. 한양 풍경 버진네 집 / 아침
첫닭 우는 소리 울려 퍼지는 한양 풍경. 일찍부터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하고 있는 버진의 모습이 보인다.
방에서 나오다 그런 버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최잠녀.
S#5. 한양 버진의 집 마당 / 아침
평상 위에 정성스런 아침상이 차려져 있고.. 아구 아구 먹어 치우고 있는 고바순과 끝분.
고바순 : 버진이 니가 웬일이다냐. 아침부터 바지런을 다 떨고.
끝분 : (입 안 가득) 물질 혈때 이렇게 좀 해보라. 그럼 내 반의 반만큼은 따라올거 아니멘.
최잠녀, 입맛이 없는지 밥그릇을 놓고 쳐다만 보고 있다.
버진 : (최잠녀에게) 어멍. 어멍도 맛좀 보라. 한양서 배운 음식들이나네.
최잠녀의 손에 수저를 들려주는 버진. 최잠녀, 마지못해 한술 뜨기 시작하고.
버진 : (눈치보다) 어멍.. 한양엔 할 일이 엄청 많으메. 장사꾼도 많곡, 놀이꾼도 있곡, 거간꾼도 있곡..
나는 물질 빼고는 다 잘 할 수 있다마 씸. 그러니까 어멍..
최잠녀 : (수저질만 해대고)
버진 : 세상엔 물질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엄청 많어라. 그런데 나는 아직 안해 본 게 너무 많어라..
참말로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은디..
최잠녀 : 일을 허든 땅을 파든 버티는데까진 버텨보라.
버진 : !
최잠녀 : 대신 니 입에서 힘들다는 말 나오는 날, 그땐 두 말도 없이 탐라로 돌아간다. 내 말이 무시게 뜻인지 아란?
버진 : 어멍! 고맙수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꺼멘. 자신있다마씸!
그 위로 경쾌한 음악 시작되며-
S#6. 저잣거리 몽타주 / 오전
일거리를 찾기 위해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는 버진의 모습.
버진, 객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놀이패를 보며 자기가 할 수 있을까.. 갸우뚱 해보기도 하고
옷감을 파는 사람, 과일을 파는 사람, 짚신을 파는 사람.. 그릇을 파는 사람..
장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일일이 지켜보는 버진의 모습에서-
S#7. 어물전 앞/ 오후
버진, 어물전에서 생선을 파는 사람을 유심히 바라본다. 그때 마침 어물전 앞으로 다가오는 손님 하나.
손님 : 이건 무슨 고기요?
생선장수 : 꽁치요. 꽁치.
손님 : (옆에 있는 비슷한 물고기 가리키며) 그럼 이건 무슨 고기요?
생선장수 : (잘 모르겠다) 큰 꽁치요.
손님 : 큰 꽁치?
생선장수 : (대충) 조건 작은 꽁치. 요건 큰 꽁치.
손님 : (갸우뚱하는데)
생선장수 : 아, 살거요 말거요.
그때 잽싸게 손님 옆으로 다가서는 버진.
버진 : 요기 큰 꽁치처럼 보이는 건 꽁치가 아니라 망치고등어라. 참고등어보다 몸뚱아리가 작고 길어서 꽁치처럼 보이지만
소금 간을 해서 구워 먹으면 고소하니 맛이 기가막히멘. 그리고 조기 작은 건 작은 꽁치가 아니라 징어라.
손님 : 징어?
버진 : 지금이 알 낳기 직전이라 젤로 맛있을 때라. 꾸덕꾸덕하게 말렸다 간장에 조려 먹으면 며칠은 두고 먹을 수도 있으멘.
뭐로 드리우꽈?
망설이던 손님, 버진의 자세한 설명에 생선을 사기 시작하고..
마침 다른 손님이 오자 생선 고르는 요령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해주는 버진.
버진 : 이렇게 손으로 눌렀을 때 단단하곡 빛깔무늬가 또릿하고, 아가미 색깔이 붉고 끈적끈적한기 없고,
눈동자 색깔이 깨끗한거로 골라 가면 그냥 불에 구워만 먹어도 비닛내도 없이 참말로 맛있으메.
손님들, 버진의 설명에 줄줄이 생선을 사기 시작한다.
생선장수 : (좋으면서 괜히) 뭘 바라고 이러는거면 저리 꺼지라우. 난 품삯 줄 형편도 아니니.
버진 : (양 손 흔들며) 그런거 아니라. 나가 생선에 대해선 좀 빠삭하우다. 그래서 그냥 재미로 돕는거라.
생선장수 : (헛기침만)
버진 : 근데 아즈방, 여기서 장사할라면 어떻게 해야 되멘?
생선장수 : 장사?
버진 : (끄덕이고) 물건은 어디서 떼오면 되우꽈? 물건만 떼오면 아무데서나 팔 수는 있는거우꽈?
생선장수 : (코웃음) 장사가 그렇게 쉬운 줄 알간?
버진 : 그럼 어쩌면 되우꽈?
생선장수 : 여기서 장사를 하고 싶으면 서린상단으로 가보라우.
버진 : 서린상단?
생선장수 : 여기 시전은 서린상단이 꽉 잡고 있으니까 한번 가나보라우.
(코웃음) 너 같은 잔챙이한테 물건을 내주지도 않겠지만서도..
버진 : ......
생선장수 : (아래 위로 훑으며) 그나저나 밑천은 있기나하간?
S#8. 주막 / 오후
국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버진. 버진, 국밥을 비우고 주머니를 뒤져보면 엽전 몇닢 나온다.
생선장수(e) : 그나저나 밑천은 있기나하간?
버진, 장사는 커녕 국밥 값 내기고 빠뜻하다. 한숨을 푹 내쉬는 버진.
그때 부엌에서 커다란 광주리에 쉰 보리밥을 들고 나오는 주인.
주인 : 아까워서 이를 어째.. 다 쉬어버렸네.. 아이구 아까워라...
냄새를 킁킁 맡아보는 주인. 쉰 냄새가 나자 할 수 없이 광주리에 있는 쉰 보리밥을 버리려고 하는데
버진 : (달려가 말리며) 그걸 아깝게 왜 버리우꽈?
주인 : 누군 아까운줄 모르니? 그렇다고 쉰 보리밥을 팔았다 먹고 병이라도 나면 그땐 어쩌려고. 아까워도 할 수 없지.
(다시 버리려는데)
버진 : (다시 말리고) 이걸로 보리쉰다리를 만들어 팔면 되우다.
주인 : 보리쉰다리?
버진 : (끄덕이고) 쉰 보리밥에 누룩을 섞어서 삭히면 시원한 마실거리가 된다마씸.
주인 : ?
버진 : 탐나에서는 다 그렇게 만들어 먹수다. 나가 이걸로 보리쉰다리를 만들어 가지고 올테니께 버릴꺼면 나 주면안되우꽈?
주인 : (생각하다) 어차피 버릴라고 했던거 그러던가.
주인, 버진에게 쉰보리밥이 담긴 광주리를 주고 돌아선다. 쉰 보리밥이 담긴 광주리를 보며 함박 웃음을 짓는 버진.
S#9. 한양 버진의 집 / 밤
밤새 쉰 보리밥에 누룩을 띄워 보리 쉰다리를 만드는 버진의 모습이 보인다.
최잠녀, 방문 틈으로 그런 버진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S#10. 한양 버진의 집 근처 / 밤
자기도 모르게 버진의 집 쪽으로 걸음이 옮겨진 박규.
박규 눈에 마당에서 혼자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버진의 모습이 보인다.
치마를 걷어 올리고 앉아 혼자 중얼중얼 거리기도하고 뭔가 맛을 보고 인상을 쓰기도 하는 버진의 모습에
제주에 있을 때 버진의 모습을 떠올리는 박규.
- 함께 제주도 감귤 밭에 갔던 일.
- 티격태격하다 불을 내서 그물을 홀라당 태우던 일.
- 함께 제주도의 밤 길을 걷던 일..
박규, 버진의 모습을 담 밖에서 아련히 지켜보는데.
S#11. 한양 버진의 집 마당 / 밤
개 짖는 소리에 돌아보는 버진. 동시에 빠르게 사라지는 그림자 하나.
버진, 대문 밖으로 나가보면 아무도 없다. 갸우뚱하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버진의 모습 위로-
S#12. 박연의 집 / 밤
연회에 쓸 꼭두인형과 탈들이 얼추 완성되어 간다. 마지막으로 완성이 되는 꼭두인형 하나. 버진을 꼭 닮은 여자 인형이다.
윌리엄 : 버진.. 쫌만 기다려.
아련히 미소 짓는 윌리엄의 얼굴 위로-
S#13. 한양 버진의 집 / 밤
밤새 마당에서 보리쉰다리를 만드는 버진의 모습 겹쳐지며-
깊어가는 한양의 밤 풍경에서... f.o
S#14. 주막 / 낮
주발 가득한 보리 쉰다리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손님 하나. 버진과 주인, 손님 반응을 조심히 살피고 있고..
손님1 : (원샷한 빈 주발 내려놓으며) 허, 시원허다.
손님2 : (옆 손님도 원샷) 주모. 이게 뭐요? 단술은 아닌거 같은데.. 갈증이 싹 풀리네.
동시에 파도 타기하듯 여기저기 원샷 물결.
보리쉰다리를 마신 손님들, 다들 시원하다를 연발하며 이게 뭐냐며 다들 물어오기 시작하고, 눈빛 반짝하는 주인.
주인, 버진에게 엽전을 쳐서 건네주며.
주인 : (버진에게) 내일부터 한 항아리에 닷냥씩 쳐줄테니 일단 세항아리만 가져와 보게.
버진 : 한 항아리에 네냥씨만 받을테니 다섯 항아리 어떠하우꽈?
주인 : ..네냥? 그리하게.
버진, 주인에게 얼른 컵처럼 생긴 대나무 통을 내밀며
버진 : 요기에 담으면 가지고 나갈수도 있곡, 또 돌아댕기면서도 마실수도 있곡, 장사하면서도 마실 수 있으니까
바쁜 시장 사람들에게 잘 팔 리지 않겠수꽈?
주인 : (솔깃하고)
버진 : 요건 하나엔 일전만 줍서.
주인 : 그럼 그 통도 가져와 보게.
버진 : 고맙서! 참말로 고맙서!
버진, 신나서 사라지고 나면
주인 : (계산 때려보다) 쬐깐한게 장사 수단이 보통이 아니네..
S#15. 서린 상단 - 오후
얀과 마주 앉아있는 서린의 모습이 보인다.
얀 : 무슨 일로 날 보자 하셨소. 하룻 사이에 제주 일에 진척이 생긴건 아닐텐데...
서린 : (단도직입) 물건을 좀 들여와야 겠습니다.
얀 : 품목이 무엇이오.
서린 : 별것 아닙니다. 총, 포, 화얀, 연환 등... 모두 구하기 쉬운 것들이죠.
얀 : (저의가 뭐냐는 듯) 해상 무역을 하는 상단에서 무기가 필요하다...?
서린 : (의미심장한 미소) 동인도회사가 어떤 식으로 힘을 키워왔는지는 저 보다 더 잘 아실텐데요.
얀 : 그 말은.. 지금.. 제주 개항을 무력으로 하겠다는 말이오?
서린 : 그런 야만적인 일은 없을 겁니다. 무력이 필요하기 전까지는요.
얀 : (피식 웃는다) 그 정도 무기를 가지려면 그 만한 댓가를 치러야할텐데...
내가 알기로 서린 상단의 규모로는 그 정도 은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들었소만..
서린, 대답대신 여유로운 표정으로 차 한잔 입에 문다.
서린 : 조선에는 일본보다 훨씬 전에 개발된 조선만의 은제련법이 있습니다. 물론 저희 상단에서는 이미 그 비법을 갖고 있고요.
얀 :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서린 : 어떻습니까?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얀 : 좋소. 대신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은을 넘겨야 할꺼요.
서린 : (여유롭게 끄덕이고) 그럼. 전 이만.
가볍게 목례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서린. 뒤에 서 있던 하명이 뒤 따른다.
S#16. 복도 - 저녁
복잡한 표정으로 복도로 나오는 서린. 서린 뒤로 호위하듯 따라가는 하명.
서린 : 김감불의 후손은 찾았다더냐?
하명 : 예. 지금 전치용님이 연고지를 알아냈다합니다.
서린 : 서두르라 하거라. 때를 맞추었으니 놓치지 말아야지.
하명 : 예.
서린, 긴 복도를 빠르게 빠져나간다.
S#17. 화전민촌 - 밤
수하들을 거느리고 말을 타고 화전민촌을 뒤지는 전치용의 모습.
전치용, 어느 집 방문을 열자 식구들과 자고 있다 깜짝 놀라는 몸을 일으키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전치용 : (목에 칼을 빼드는) 네가 김감불의 후손이냐?
그렇다는 듯 천천히 끄덕이는 남자의 겁에 질린 얼굴에서-
S#18. 길 일각 - 밤
박규와 안참봉이 으슥한 모퉁이에서 한곳을 바라보고 서 있다. 그들의 시선으로 보이는 제법 격조 있는 저택.
안참봉 : 집의 영감은 퇴청 하신 후 곧장 집으로 들어가시곤 전혀 감감무소 식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려야 할 지 이거 참...
박규 : (생각하더니) 그럼 우리 쪽에서 먼저 미끼를 던져야겠군...
S#19. 집의 집 - 밤
대청마루 기둥에 정확히 꽂히는 화살 하나. 자리끼를 들고 마루로 올라서던 하녀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쟁반을 놓친다.
“대감마님! 대감마님!” 외치는 그녀의 비명에 방에서 집의가 뛰쳐나오고.
S#20. 집의 집 담장 옆 나무 - 밤
활을 든 복면 쓴 박규, 집의가 나오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담장 밖으로 재빨리 뛰어내린다.
S#21. 집의 집 담장 아래 - 밤
박규가 내려선 곳에 기다리고 서 있는 안참봉. 박규, 복면을 벗으면
안참봉 : 집의 영감이 걸려들까요?
박규 : 필시 조바심으로 그냥 앉아있지 못할 것이네. 조만간 누군가에게 달려갈 것이 분명하니,
자네는 잘 지키고 있다가 놓치지 말고 그 뒤를 밟게.
안참봉 : 분부대로 합지요. (귀 후비며) 헌데 이거 밤마다 잠복근무라 마누라 앙탈이 매미울음보다 더하겠습니다. 허...
하긴, 나리가 고 쏠쏠한 재미를 아실 턱은 없으시겠지만...
박규 : (쓰읍)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자리나 옮기게.
안참봉 : 예...
박규와 안참봉 주변을 살피며 자리를 뜬다.
S#22. 저잣거리 풍경 / 낮
버진표 보리쉰다리가 담긴 대나무 통을 손에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 마치 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손에 들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자유롭게 손에 들고 다니며 버진표 보리쉰다리를 마시는 사람들, 대박이다.
S#23. 한양 버진의 집 - 낮
상단직원 : 계시오~!
부르는 소리에 방 문이 열리며 허연 침이 들러붙은 얼굴의 끝분이 내다본다.
상단직원 : 여기 장버진이란 아이가 사는 집이 맞소?
그때 뒤뜰에서 광주리를 들고 나오던 버진. 누구냐는 얼굴로 보면-
상단직원 : 니가 장버진이 맞느냐?
버진 : 그러하우다만..
상단직원 : 얼른 차리고 따라나서거라.
버진 : ?
상단직원 : 서린 상단 대행수님이 찾으신다.
버진 : 서린 상단?!
순간 전에 생선장수에게 들었던 말 생각나는 버진.
(인서트)
생선장수 : 여기 시전은 서린상단이 꽉 잡고 있으니께니 한번 가나보라우. 너 같은 잔챙이한테 물건을 내주지도 않겠지만서도..
버진 : 참말이우꽈? 서린 상단에서 나를 찾는다말씸?
상단직원 : 뭐하느냐? 어서 따라나서지 않고.
버진, 대충 물 묻은 손을 닦고 따라 나갈 채비를 하는데 방 안에 있다 우당탕거리며 따라 나오는 끝분.
끝분 : 나도 따라가면 안되우꽈?
상단직원 : (인상) 어디 그 인물로..
구박을 하려다 문득 생각난 듯 요리조리 끝분이를 뜯어보는 상단직원.
끝분이는 한껏 예쁜척을 하고, 상단 직원은 호박꽃 속에서 장미를 찾은 듯 얼굴이 점차 펴진다.
상단직원 : 정말로 하늘이 내린 맞춤한 인물이로다. 너도 따라나서거라.
끝분, 신나서 마당으로 뛰쳐나오고..
끝분 : (버진에게) 근디 어멍이랑 아즈망은 어데 갔으멘?
그 위로 첨벙! 거리는 소리 겹쳐지며-
S#24. 한강 - 낮
동시에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키며 한강물로 입수하는 최잠녀와 고바순.
빨래하던 아낙들, 때 아닌 물벼락에 서둘러 자리를 뜨고 풍덩거리는 최잠녀와 고바순의 모습에 갖은 인상 쓰는 사람들.
한강을 독차지한 최잠녀, 고바순이 신나서 한강 물을 헤엄쳐다니는 코믹한 모습.
S#25. 서린상단 - 낮
대규모 상단 모습에 뻑 간 눈으로 바라보는 버진의 얼굴이 보인다. 기어코 쫓아온 끝분도 입이 쩍 벌어졌다.
그때 상단직원에게 다가오는 하명.
하명 : 데리고 왔느냐?
상단직원 : (얼른 머리를 조아리며) 예. (버진을 가리키며) 여기.
하명 : (버진에게) 따라오너라.
버진 : 예? (멍청히 서 있으면)
상단직원 : 뭐하느냐? 어서 따라가지 않고.
버진 : 아, 예.
서둘러 하명의 뒤를 따라가는 버진.
끝분 : 그럼 난 어디로 가우꽈?
상단직원 : 넌 이미용방이다.
끝분 : 이미용방?? 거긴 뭐하는데우꽈?
상단직원 : 가보면 안다. (아래 위로 쓱) 니 얼굴이면 꽤 쓸만 할 것이다.
상단직원을 쫄래쫄래 따라가는 끝분.
S#26. 서린상단 이미용방 - 낮
얼굴 여기저기에 침이 꽂힌 끝분의 얼굴이 보인다.
화면 빠지면, 끝분의 얼굴을 마치 마루타처럼 여기저기 침으로 찌르고 있는 침술녀. 그 앞에 규수들이 주르륵 앉아있고.
침술녀 : (설명하듯) 여기 경혈을 자극하면 코가 오똑해지고..
끝분의 얼굴에 침을 꽂는 침술녀. 헉! 고통스러워하는 끝분.
침술녀 : 이쪽 경혈을 자극하면 주름살이 없어지고..
또 다른 곳에 침을 꽂는 침술녀. 끝분, 거의 울듯한 표정.
침술녀 : 침으로 경혈만 잘 자극하면 이런 추녀도 미녀가 될 수 있다~ 이 말씀입니다.
규수들 : 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끄덕 끄덕하는 규수들.
S#27. 서린의 집무실
서린 : 제주라...참 멀리서도 왔구나. 제주 여인은 뭍으로 오기 힘들다 들었는데 어찌 이곳까지 오게 된 것이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버진 앞에 앉아있는 서린. 버진의 눈에 그림 같은 서린의 모습이 보이고...
버진 : (우물쭈물하다) 나가 물질혀는게 싫어서 몰래 빠져 나왔수다...
서린 : (미소) 어린것이 당차구나. (흠...) 그래, 모름지기 사람은 넓은 물에서 놀아야 쌀 한 톨을 얻어도 더 얻는다 했다.
계집이라고 다를 거 없지... 어린 것이 제법 머리가 트였구나.
버진 : (칭찬에 기분 좋아 슬며시 미소 짓고)
서린 : 허나 한양에 발을 디뎠다고 그 쌀을 거저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네가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 것이지...
버진 : (서린의 말을 새겨듣듯 고개를 끄덕인다)
S#28. 서린 상단 - 낮
하명과 함께 상단을 걸어 나가는 버진. 부산하고 풍요로운 상단의 내부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버진 : 이기 다 아까 그 분 것이우꽈?
하명 : (끄덕이는) 이곳은 모두 대행수님이 관리하고 계신다.
버진 : (이리저리로 눈 돌리며 감탄해서 둘러보는)
하명 : 어서 가자.
버진, 고개는 끄덕이면서도 상단의 위용에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S#29. 서린상단 창고 - 오후
버진을 아래 위로 훑어보는 창고지기.
창고지기 : 글을 읽을 줄 안다고?
버진 : (끄덕끄덕) 예. 떠듬떠듬이긴 혀도 읽고 쓸 줄 아우다.
창고지기 : 그럼 여기 이쪽에 쌓인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표시된 자리에 옮겨 놓고 장부에 적거라.
버진 : 예.
창고지기가 시키는대로 상단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하는 버진. 버진, 삐뚤삐뚤한 글씨로 장부를 적기도 하고..
S#30. 서린의 집무실 (삭제)
S#31. 홍구락의 집
삐까뻔쩍 으리으리한, 99간의 대가집.
홍시연의 혼사준비로 분주한 안채. 홍구락의 부인이 사람들을 불러놓고 이것저것 준비 중이다.
홍구락이 천천히 걸어온다.
하녀 : 마님, 대감마님 드시옵니다.
홍부인 : 대감, 어쩐 일이십니까.
홍구락 : 부인, 준비는 잘 되어가시오.
홍부인 : 염려 마십시오. 이 나라 실세의 위세를 제대로 보여줄 겁니다.
홍구락 : 허허허. 알겠소이다. 내 부인만 믿겠소.
하인 하나가 홍구락에게 달려온다.
하인 : 대감마님, 서린 상단의 대행수님이 오셨습니다요.
홍구락 : 그래?
S#32. 홍대감의 별채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서린과 뒤에 서 있는 하명.
홍구락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는 서린.
홍구락 : 자자, 앉으시오. 그래 일들은 잘 진행되고 있소이까?
서린 : 나리가 도와주신 덕분에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홍구락 : 그래요? 그거 참 잘 됐네요. 허허허.
경망스럽게 웃는 홍구락.
서린 : 박규와의 혼사는 어찌 되어가시는지요?
홍구락 : 계획대로 잘 되고 있습니다.
서린 : 박규가 대감님 손바닥 안의 손오공 꼴이 될 날도 머지 않았군요.
홍구락 :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라...
즐거운지 낄낄거리는 홍구락.
서린 : 이양인은 어찌 있는지요?
홍구락 : (눈치를 까고) 이양인? 이양인을 찾는걸 보니 어디 요긴하게 쓸데가 있나보군.
서린 : (웃음) 영의정 대감을 당할 수가 없군요...
홍구락 : 그래. 말 해보시게.
서린 : 저희 상단이 해외무역을 하려면 아무래도 서양문물에 밝은 이양인을 활용할 필요가 있어서요.
홍구락 : 그러니까 이양인을 상단에서 일하도록 해달라...
서린 : 네.. 귀추를 봐서 이양인을 상단에 넘쳐주십시오.
서린의 말에 고민하는 표정이 되는 홍구락.
서린 :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해드릴 겁니다.
S#33. 박규네 집
박규와 홍시연의 혼사준비로 분주한 엄씨부인의 모습이 보인다. 어쨌거나 눈에 가시같던 버진이도 없어진 마당에 신났다.
그런 모습을 어두운 표정으로 지켜보는 박규.
S#34. 궁궐 입구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는 경비병들...
보초1 : 들었나?
보초2 : 뭘?
보초1 : 아, 그 눈 파란 이양인이 이번 연회에서 재주를 부린다는군.
보초2 : 재주?
보초1 : 무슨 연극인가를 한다고 하던데.
보초2 : 연극?
보초1 : 응. 무슨 행님 얘기라 그러네.
S#35. 궁궐 내부 복도
연회장으로 걸어가는 박규의 모습이 보인다. 마침, 연극 준비를 하다 잠깐 밖으로 나오던 윌리엄과 마주치는 박규.
윌리엄, 박규를 보자 반갑게 다가서고 박규는 그런 윌리엄의 모습이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윌리엄 : 박규. 왔구나. 나 오늘 왕 앞에서 연극을 하꺼야. 왕님을 즐겁게 해주면, 큰 상을 주신다고 했어.
그러면 나 버진을 만나러 갈꺼야.
박규 : (못마땅하고) 주상전하께서 즐거워하실지 노여워하실지는 모는 일.
박규, 연회장으로 들어가려는데
윌리엄 : (붙잡는다. 서찰을 건네며) 이거. 버진에게 전해 줘.
박규 : .......
윌리엄 : 부탁할게. 버진에게 전해줘.
박규, 윌리엄의 손에 든 서찰을 본다. 매몰차게 거절하고 그대로 연회장으로 들어가버리는 박규.
윌리엄, 씁쓸한 얼굴로 사라지는 박규 모습 바라보고.. 할 수 없이 다시 옷 속에 서찰을 집어 넣는 윌리엄.
S#36. 궁궐 내부 연회장
연회장 한편에 무대가 만들어져 있고... 염색천으로 막을 내려놓았다.
앉아있는 대신들 사이에 홍구락과 박규의 모습도 보인다.
어두운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박규.
S#37. 연회장 뒤
막 뒤에선 예악원 단원들과 윌리엄이 마지막 준비 중이다.
악원 단원들에게 자신이 만들어 온 탈을 씌우는 윌리엄. 상투 위에는 금실로 만든 금빛 가발을 씌운다.
월리엄 : 자, 손들 잡으세요.
단원들 : ???
단원들의 손을 하나씩 자기 손 등에 얹는 윌리엄.
월리엄 :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자, 마지막으로 고 포 잇!(Go for it)
동료들 : ?
월리엄 : 따라하세요. 고!
동료들 : 고.
월리엄 : 포!
동료들 : 포.
월리엄 : 잇!
동료들 : 잇.
월리엄 : 고 포 잇!
동료들 : 고 포 잇!!
윌리엄 : 자, 고, 고 , 고우~ (Go go go!!)
S#38. 무대 밖 연회장
내관 : 주상전하 납시오.
모두들 일어나 예를 갖춘다.
인조가 들어서며 기대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는다. 손을 들어 지시를 하자, 막이 열리고 공연이 시작된다.
이후 윌리엄의 연극 장면은 짧고 빠르게 컷 컷으로 편집되어 보여진다.
탈을 쓴 예악원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고.. 직접 만든 꼭두 인형으로 연극을 하고 있는 윌리엄.
인조, 처음엔 익살맞은 인형극 놀이에 크게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월리엄 :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이어 죽은 햄릿의 부왕의 망령이 나타나고
햄릿은 숙부인 클라디우스 왕이 부왕을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를 왕비로 맞이한 것을 의심하는 내용이 이어지고...
다들 서툰 월리엄의 말이지만, 분위기상 알아듣고 있다. 연극 내용에 점점 불안해지는 대신들.
박규의 얼굴에도 불안의 빛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햄릿이 숙부인 클라디우스왕을 찌르고 자신도 독검에 찔려 숨지는 장면.... 보고 있던 대신들,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인조.
인조 : (광기 어린) 멈춰라!
연극을 하다 깜짝 놀라 멈추는 윌리엄.
인조 : 감히 왕을 가지고 놀다니!!! (미친듯이 상을 뒤집는다) 니가 지금 나를 희롱하는게냐?!
닥치는대로 뒤집고 던지며 광분하는 인조. 무사들, 다급히 무대 위로 올라가 월리엄을 빠르게 포박하고
인조 : (살벌한) 죽여라!!
두려운 얼굴로 끌려 나가는 윌리엄. 인조의 광기에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상황.
윌리엄, 자리에 있는 박규를 간절한 눈으로 바라본다.
비통한 눈으로 윌리엄을 바라보는 박규.. 윌리엄의 눈빛 더더욱 간절해지고...
박규,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소현을 본다. 눈빛으로 소현을 말리는 박규.
박규, 힘없이 자리에 앉으며 자책감에 고개를 떨구고...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윌리엄은 박규를 바라보지만, 박규는 윌리엄의 시선도 피할 수 밖에 없다.
S#39. 궁궐 안 형조 마당 - 저녁
횃불을 밝힌 마당 가운데 형판이 놓여있고.. 그 위에 묶여 죽도록 매질을 당하는 윌리엄의 처절한 모습.
지켜보던 몇몇 대신들이 그 잔인함에 눈살을 찌푸리며 흩어진다.
S#40. 객주 - 저녁
혼자 술을 먹고 있는 박규의 모습이 보인다. 자책하듯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는 박규.
버진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던 윌리엄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했던 게 후회스럽기만 한 박규, 또 다시 술 잔을 비우는 모습에서-
S#41. 한양 버진의 집 근처 - 밤
술에 취한 박규가 버진의 집 쪽으로 걸어온다. 마침 집으로 돌아가다 술 취한 박규와 마주치는 버진.
버진 : 귀양다리...?
버진의 목소리에 돌아보는 박규. 박규, 버진을 보자 애써 다잡았던 마음이 확 무너진다.
박규 : (술 취한) 망아지가 아니냐?
한번도 본 적 없는 박규의 술 취한 모습에 깜짝 놀라는 버진.
버진 : 귀양다리. 무슨 술을 이리 많이 먹었으멘? 무슨 일 있나?
박규 : (자조적으로 웃고) 그럴 일이 있었느니라.
박규, 순간 몸을 못가누고 휘청하면서 얼떨결에 버진을 감싸며 벽을 짚고 선다.
졸지에 벽을 등 진 채 박규 품에 갇혀버린 버진.
박규, 자기 품에 안기듯 서 있는 버진의 모습이 보이고.. 박규 품에 안긴 채 어색한 자세로 어쩔 줄 몰라하는 버진.
버진 : 정신 좀 차려보라..
버진, 박규의 가슴을 양손으로 밀어내 보지만, 박규, 끄떡도 않는다. 닿을 듯 가까이 있는 박규의 얼굴.
찬찬히 새기듯 버진의 얼굴을 바라보는 박규. 박규, 천천히 버진의 입술에 얼굴을 가져간다. 놀라는 버진, 숨이 막혀오고..
버진, 처음엔 어쩔 줄 몰라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천천히 박규의 입술 받는다.
달빛 아래 첫 키스. 바람결에 버진의 머리칼이 흔들리고..
갑자기 정신이 드는 버진, 박규를 확 밀쳐낸다.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박규.
버진 : (애써 외면) 너무 취했으멘. 얼른 돌아가라.
박규 : 버진아..
버진 : (소리친다) 사람 가지고 놀지맙서! 이제는 정혼자까지 있지않수꽈!
박규 : ...........
버진 : 이제 여기는 오지도 맙서.
버진, 서둘러 돌아가려는데
박규 : 일리암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버진 : (깜짝 놀라 돌아보고) 일리암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멘? 무시게 일이멘? 어디를 다쳤으멘? 어디가 아프멘?
박규, 윌리엄 얘기만 나오면 흥분하는 그런 버진이 보기 싫다.
박규 : 넌 오직 그 녀석 생각 뿐이구나..
버진 : 무슨 일이멘?! 무시게 일이냐니까?! (달려들면)
박규, 달려드는 버진 뿌리친다. 그 바람에 나가 떨어지는 버진.
박규 : (입술을 깨문다) 차라리 잘 되었다. 차라리 잘 되었어..
박규,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휘청휘청 사라진다. 그런 박규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버진.
S#42. 궁궐 안 옥사 / 밤
관졸들에 의해 옥 안으로 던져지는 윌리엄의 모습이 보인다.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윌리엄. 쓰러진 채 의식도 없는 윌리엄의 모습이 마치 시체같다.
관졸들, 옥문을 닫고 그 앞을 지키는데
잠시후.. 옥사 근처로 다가오는 홍구락. 홍구락 뒤로 시체를 처리하는 오작인 한명이 따라 들어온다.
옥 앞을 지키던 관졸들, 홍구락의 모습에 머리를 조아리면.
홍구락 : 이양인의 시체를 거둘 오작인을 데려왔다.
관졸1 : 예?
홍구락 : (오작인에게) 뭐하느냐? 가서 확인하지 않고.
오작인, 옥사 안으로 들어가 쓰러진 윌리엄의 목에 손을 가져가보고.
오작인 : 죽었습니다요.
홍구락 : 시체를 치우거라.
오작인 : 예.
오작인, 윌리엄의 시체를 거적으로 둘둘 말아 옥사 밖으로 나온다.
관졸 1, 어리둥절한 얼굴로 죽었나? 하는 표정.. 홍구락, 무시한 채 오작인에게 가지고 나가라는 표시.
오작인이 윌리엄의 시체를 들고 옥사 밖으로 나가버리면 홍구락이 서둘러 밖으로 따라나간다.
S#43. 숲 속길장 - 밤
시체나 다름없는 윌리엄을 메고 어두운 숲 속 길을 걸어가는 오작인. 그 위로-
홍구락(E) : 수고했다.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노비시장으로 데려가거라.
S#44. 노비시장 - 밤
불법으로 노비들을 사고파는 노비 시장의 모습이 보인다.
추노꾼에게 도망치다 잡혀온 노비, 양반과 눈이 맞은 상민,
멸문을 당한 양반.. 같은 노비들이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잡혀와 있고..
마치 가축 고르듯 노비를 고르는 사람들. 돈으로 노비를 사고파는 사람들 뒤로 오작인의 모습이 보인다.
S#45. 노비시장 우리 안 - 밤
노비들이 갇혀있는 우리 안. 피를 흘리는 모습으로 갇혀있는 윌리엄.
윌리엄의 눈에 죽어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잡혀 온 여자 노비를 버진으로 착각하는 윌리엄.
윌리엄 : (가까스로 다가가는) 버진...
윌리엄, 버진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가보지만 얼마 못가 푹 쓰러지고 만다.
그때 저벅저벅 발자국 소리 들리더니 우리 앞으로 다가오는 남자, 하명이다. 돈을 치르고 윌리엄을 사가는 하명.
S#46. 서린 상단 광 안 - 밤
광문이 열리며 윌리엄이 바닥에 던져진다. 여전히 의식 없이 바닥에 시체처럼 누워있는 윌리엄.
S#47. 서린의 집무실 - 밤
피로 얼룩진 편지를 읽고 있는 서린의 모습이 보인다. (박규가 거절했던 윌리엄이 버진에게 쓴 편지)
서린의 입가에 흐르는 비릿한 미소.
서린 : 박규에 이양인까지.. 복덩어리가 굴러 들어왔구나.. (하명에게) 시작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서린. 하명, 빠르게 뒤따르고..
S#48. 서린상단 광 안 - 밤
광 한 쪽에 쇠를 달구고 있는 벙어리(전에 채찍질하던)가 보인다. 광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서린과 하명.
하명, 벙어리에게 시작하라는 신호를 주면 벙어리,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윌리엄의 어깨에 찍는다.
비명을 지르는 발작하듯 몸을 트는 윌리엄. 서린, 그 모습을 즐기듯 바라보고 있고..
살 타는 냄새와 함께 윌리엄의 어깨에 상단 문양의 낙인이 찍힌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다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윌리엄.
윌리엄의 어깨의 찍힌 짙은 낙인에서... f. o
S#49. 서린 상단 안 - 이른 아침
새벽부터 나와 창고 정리를 하고 있는 버진의 모습이 보인다. 밤새 한 숨도 못 잔 버진의 푸석푸석한 얼굴.
어제 밤 박규와 키스를 했던 기억 떠오르고.. 버진, 생각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털며 열심히 창고 일에 매달리는데
그때 창고 문이 열리며 하명이 들어온다.
버진 : (얼른 고개 숙이며) 오셨수꽈.
하명 : 네가 할 일이 있다.
버진 : ?
하명 : 따라오거라.
앞장서서 걷는 하명. 버진, 영문 모른 채 따라 나가면..
S#50. 서린 상단 광 앞 - 아침
마당 뒤 쪽, 은밀한 곳에 위치한 광 앞. 그 앞으로 버진을 데리고 오는 하명.
버진, 영문 모르는 얼굴로 하명을 바라보고.. 광 안으로 들어가는 하명.
버진, 갸우뚱하는 얼굴로 하명을 따라 광 안으로 들어가고..
S#51. 서린 상단 광 안 - 아침
광문을 열고 들어서는 버진 앞에 피투성이가 된 모습으로 광안에 누워있는 윌리엄의 모습이 보인다.
피를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윌리엄의 모습에 심장이 멎은 듯 바라보는 버진.
버진 : 일리암.........!
버진, 충격을 받은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는데
하명 : 노비 시장에서 팔려온 자다. 상처가 심하니 당분간 네가 이 이양인을 돌보거라.
버진 : 어쩌다.. 어쩌다 이리 됐수꽈.
하명 : 그건 나도 모른다.
하명, 버진을 두고 광문을 닫고 나간다.
둘만 남은 윌리엄과 버진. 버진, 윌리엄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
버진 : (다가가 어루만지는) 일리암.. 일리암.. 눈좀 떠보라.
윌리엄의 귀에 꿈결처럼 들리는 버진의 목소리. 버진의 목소리에 힘겹게 눈을 뜨는 윌리엄.
윌리엄의 눈에 거짓말처럼 버진의 모습이 보이고..
윌리엄 : 버진....
버진 : 일리암.. 나가 누군지 알겠으멘?
윌리엄 : 버진.... 버진... 맞아...?
버진 : (눈물 고인 눈으로 끄덕인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멘.. 일리암..
윌리엄 : 버진.. (서서히 눈물 고이고) 우리 이제 만난거야..?
버진 :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그러다 힘에 겨운지 심하게 기침을 해대는 윌리엄.
버진 : 일리암! 괜찮아? 일리암!
윌리엄 : 나 괜차나.. 괘차나.. 버진만 옆에 있으면...
눈물 어린 눈으로 환하게 웃어 보이는 윌리엄. 하지만 힘에 겨운지 이내 가물가물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잃어가는 윌리엄의 시야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버진의 모습 위로-
S#52. 박규의 집 - 낮
머리가 아픈지 괴로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눈을 뜨는 박규. 지키고 있던 봉삼이 잽싸게 꿀물을 대령한다.
봉삼 : 되련님,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드셨어라. 여기 꿀물 좀 드셔라.
밤새 헛소리를 하시는 통에 지가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라.
봉삼에게 꿀물을 받아 마시는 박규.
봉삼 : 밤새 버진이 그 아이 이름을 얼매나 찾으시던지..
박규, 끊어진 조각처럼 어제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 대신들 앞에서 무참히 끌려 나가던 윌리엄의 모습.
-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던 윌리엄의 간절한 눈빛.
- 객주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기억.
- 술에 취해 버진을 찾아 갔던 기억.
- 버진에게 입을 맞추던 기억..
- 윌리엄 일로 버진에게 화 내고 소리치던 기억.
박규 얼굴, 다시 착잡해지고..
S#53. 한양 버진의 집 앞 - 오후
어제 일을 사과하고 윌리엄의 얘기도 사실대로 전할 생각에 버진의 집을 찾은 박규의 모습이 보인다.
박규, 빈 마당을 보며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는데 그때 뒤에서 불쑥 나타나는 끝분.
끝분 : 박규 나리 아니우꽈?
박규 : (떨떠름하고) 그래.. 잘 지내느냐?
끝분 : 잘 지내우다. 근디, (어깨 툭 치고) 나 보러 왔수꽈?
박규 : (애써 웃으며) 다른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갔느냐?
끝분 : 어멍이랑 아즈방은 빨래터로 갔수다. (갑자기 몸 베베, 뇌쇄적으로) 빈집이여라.
박규 : (어이 없고)
끝분 : 잠깐 들어가도 되우다.
그러면서 얼굴을 디미는 끝분. 눈도 깜박깜박. 입술 우- 뒤집어 보이고
끝분 : 잘 봅서. 어딘가 달라지지 않았으멘? 코도 오똑. 눈도 커지곡. 피부도 탱탱해진게.. 참말로 더 아름다워지지 안았으멘?
박규 : (인상 구겨지고)
끝분 : 맨날 이리 찌르고 저리 찌르는디 표가 안나우꽈?
박규 : 니 얼굴은 얼굴 자체가 표다. 니 얼굴처럼 표나는 얼굴이 어디 또 있겠느냐?
끝분 : 그게 바로 나의 매력이라. (좋아 죽는데)
박규 : .. (머뭇거리다) 버진이는.. 어디 갔느냐?
끝분 : 버진인 아마 아직 상단에 있을꺼라.
박규 : 상단?
끝분 : 버진이랑 나랑 서린 상단에서 일 하는거 모르우꽈? 아녀자들 사이에선 소문이 자자헌디.. 이미용방의 탈바가지라고.
(다시 몸 베베) 그러지 말고 안에 들어가서..
보면 이미 저만치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는 박규.
끝분 : (콧구멍 벌렁벌렁) 부끄러워하기는...
S#54. 서린 상단이 보이는 곳 - 오후
길 건너 어디쯤 (홍빈각 근처), 서린 상단이 보이는 위치에서 괜히 서성이며 상단 쪽을 살피고 있는 박규의 모습이 보인다.
박규, 혹시 버진이가 나오지 않을까... 멀찍이서 상단 쪽을 지켜보는데 그때 뒤에서 박규 곁으로 다가오는 안참봉.
안참봉 : 벌써 와 계시다니!
박규 : (깜짝 놀라 괜히 헛기침하는데)
안참봉 : (텔레파시가 통했다는 듯) 우린 진정한 짝패인가 봅니다요?!
박규 : (어리둥절하게 보면)
안참봉 : 잡았습니다요!
S#55. 서린 상단 근처 홍빈각 앞 - 저녁
건물 한편에 몸을 숨기고 홍빈각 쪽을 바라보고 있는 박규와 안참봉의 모습.
박규 : 집의 영감이 저 안에 있단 말이냐?
안참봉 : (끄덕) 예. 나리 말씀대로 몇날 며칠 지켜보았더니, 그 일이 있고 집 밖으로 통 나오시질 않다가,
오늘 하인도 없이 혼자 집을 나서길래 따라와 봤더니, 저기로 들어가셨습니다.
박규 : (홍빈각 쪽으로 다시 시선 주면)
S#56. 홍빈각 안 - 저녁
서린, 집의가 내민 종이를 확 펴서 살핀다. 그 옆에 초조한 얼굴로 선 집의.
집의 : 이거 보게. <나라의 녹을 먹는 자가 부정한 도적떼와 뜻을 함께 하고 있으니, 그 죄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라고
쓰여 있지 않은가? (안절부절) 필시 자네의 부탁으로 청나라 상인을 빼준 것을 누군가가 알아챈 게야.
허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서린 : (차갑게) 그만 고정하고 앉으시지요. 그리고 누가 부정한 도적떼란 말입니까? 지금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집의, 냉정한 서린의 태도에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헛기침하며 의자에 앉는다.
서린, 눈으로 다시 한 번 종이에 쓰인 글을 빠르게 읽더니 그대로 구겨버린다.
집의 : 자네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정황상... (말 돌리는)
아주 대범한 놈들이야. 겁도 없이 감히 나에게 이런 무례한 망변을 날리다니!!
서린 : 그래서 이런걸 받았다고 저에게 달려오신 겁니까?
집의 : (당황) ...그렇네만...
서린 : 참으로 경솔하십니다. 어르신 하나 때문에 그동안 제가 들인 재물과 시간이
한 순간에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음을 아셔야죠.
집의 : (움찔)
서린 : (밖을 향해) 하명아!
하명, 즉시 문 열고 모습 보이면.
서린 : 당장 아이 몇을 풀어 이 주변에 수상한 자들이 없는 지 살펴보거라.
하명 : 알겠습니다. (바로 달려가고)
서린 : (머릿속으로 바쁘게 생각을 정리하는데)
S#57. 홍빈각 주변 - 저녁
박규와 안참봉, 유심히 홍빈각을 살피고 있는데... 잠시 후 홍빈각 쪽에서 무사 몇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박규, 그들이 주변을 살핀다는 것을 간파하고, 안참봉과 조심스레 뒤로 물러나며 자리를 피하려고 하는데...
반대편에도 모습을 보이는 서린의 수하 둘.
안참봉 : (여유롭게) 나리 어찌할까요? 역시 제가 나서서...
하는데, 주위를 돌아보던 박규가 안참봉을 잡아, 한 점포의 쪽문 자물쇠를 칼자루로 재빨리 부수고 그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자신도 들어가며 문을 닫는 박규. 점포 앞으로 수하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문틈으로 밖을 살피는 박규에게 하명의 모습이 보인다. 눈을 가늘게 뜨고 하명을 예의주시하는 박규.
S#58. 서린의 집무실 - 밤
창으로 어두운 상단 마당을 내다보는 서린. 곰곰이 생각하는 얼굴이다.
뒤에서 보고를 올리고 있는 하명.
하명 : 특별히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은 없었습니다.
서린 : 알았다. 나가보거라.
하명이 나가면, 의자에 앉아있던 전치용이 서린 뒤로 와 선다.
전치용 : 분명 박규 그 자일 겁니다.
서린 : (생각하는)
전치용 : 그 자를 살려두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제거하겠습니다.
서린 : (돌아서서 전치용 바라보며) 결국은 그리 해야겠지요... 허나 적절한 때에 적당한 방법으로 없애야합니다.
우리에게 돌아올 의혹이 한 점도 없을 때... 그 자가 소현세자와 어떤 정보를 나누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제거했다간, 화살이 우리에게 돌아올 수도 있어요.
전치용 : !! (서린의 말이 맞다싶고)
서린 : 그 자를 맞을 준비를 해두어야겠습니다. (입가에 미소) 다행히 우리에겐 그 자보다 더 많은 패가 있지요...
S#59. 길 일각 - 밤
박규, 안참봉과 길을 걷고 있는데...박규 뭔가 곰곰 생각하는 얼굴이다.
옆에서 혼자 신나게 떠드는 안참봉.
안참봉 : 필시 수가 보통 많은 자들이 아닙니다. 홍빈각에 미리 와 그렇게 진을 치고 있었다니... 허, 독한 놈들!
박규, 좀 전에 본 하명의 얼굴을 떠올린다. 분명 본 얼굴인데...
문득 발길 멈추는 박규.
flash back)
-상단 앞. 구휼미 나눠주던 곳에서 서린 뒤에 서있던 하명.
-상단 내실. 소현에게 자신의 뜻을 설파하던 여심 만만하던 서린의 모습.
서린 : 서구의 각종 문물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서린 : 개항을 한다면 우리 조선도 그리 못할 것이 없지요.
다시 현재)
박규 : (이런...) 서린 상단이란 말인가...
안참봉 : (?) 홍빈각이 서린 상단 것이긴 합니다만... 에이, 설마...
박규 : (그러다 생각이 미치는)
- 한양 버진의 집 앞 버진이 서린 상단에서 일한다고 하던 끝분의 모습.
박규 : ...버진...!!
박규, 긴박한 얼굴로 고개 돌려 상단 쪽 바라보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