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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폰카 에세이】
어느 외국인이 폰카에 담는 ‘붉은 열매’
― 산책길에 만난 미모의 외국 여성과 대화 記
윤승원 수필가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갈색 머리의 외국인을 만났다.
60대로 보이는 파란 눈의 여인
화단의 ‘빨간 열매’를 폰카로 찍고 있었다.
(사진=필자 2026.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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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건넸다.
참 곱지요?
한국말을 잘하는 미모의 여인
네. 아주 예뻐요.
그러면서 열매의 이름이
궁금하다고 했다.
(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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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눈에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 ‘붉은 열매’
이 열매는 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더욱 빛나는 ‘낙상홍(落霜紅)’이지요.
(사진=필자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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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무 열매에 관해 설명하자
외국인이 신기해했다.
‘낙상홍’이란 이름이 특이해요
무슨 뜻인가요?
뜻하지 않게 낙상홍에 대해
좀 더 설명할 수 있어 즐거웠다.
지난해 초겨울 나는 《낙상홍 관조》라는
제목의 ‘폰카 시’를 썼다.
시를 쓰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한다.
대상에 대한 정보를 깊이 알아야 한다.
‘낙상홍’은 초겨울에
더욱 돋보이는 보석 같은 존재.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고
잎이 다 떨어져야 보석처럼 빛나는 열매
(사진=필자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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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는 4~5월에
새잎이 돋기 시작하여
꽃은 6월 초여름에 핀다.
아주 작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흰빛과 연한 녹색 꽃.
꽃이지면 여름 내내
녹엽(綠葉)을 유지한다.
11월이 되면 잎이
모두 떨어져 맨 가지만 남는다.
꽃이 아름다워서 키우는 나무가 아니다.
보석 같은 열매를 귀하게 여기는 관상수다.
낙상홍(落霜紅)이라는 이름은 서리가
내릴 무렵 붉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사진=필자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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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애와 닮았다.
만고풍상(萬古風霜)을 겪은 다음에야
겸손의 지혜를 아는
노년의 삶과 닮았다.
파란 눈의 외국 여성이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경이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교수님이냐고 물었다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외국인은 내게 이 나무를 주제로 쓴 시를
보여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스마트폰으로 나의 블로그를 보여줬다.
지난해 11월 말 초겨울에 쓴 글이다.
제목은 《낙상홍(落霜紅)이 그려준 ‘만고풍상의 자화상’
― 추워야 더욱 겸손하게 얼굴 붉히는 보석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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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 ‘윤승원의 청촌수필’ 블로그 바로 보기 :
https://blog.naver.com/ysw2350/224091898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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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놀랍다고 했다.
스크랩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 나무 열매인지
처음 알았다면서 유익한 정보 고맙다고 했다.
8월 하순인 지금은 잎이 푸르지만
찬바람이 부는 11월경 잎이 지고 나면
‘낙상홍’ 빨간 열매는 보석처럼
더욱 빛날 것이다.
외국인이 말했다.
제가 선생님의 시를 낭송해 볼까요?
♧ ♧ ♧
| 『낙상홍(落霜紅) 관조』 윤승원 잎은 다 떨어져도 가지 끝에 보석처럼 매달려 찬바람에 더욱 붉어지는 사랑 참고 견디면서 익어온 날들 성취란 말은 아직 일러 결실이란 말도 아직 일러 얼마나 겸손하게 살았으면 이처럼 한없이 얼굴 붉힐까? 붉은 보석은 언어가 아닌 얼굴로 말하는 겨울 열매 거만, 교만, 오만, 자만은 가라 젠체하는 것들도 가라 겸손이란 완숙한 노년의 꽃 당당해지고 싶지만 부끄러운 얼굴 무한 붉어지고 싶은 겸손한 얼굴 그러니까 보석 같은 존재지. ♡ |
♧ ♧ ♧
뜻하지 않게 낯선 외국인을 만나
문학을 이야기하니 이런 귀한 인연이 어디 있나.
큰 복을 받은 기분이었다.
하늘이 내려준 복이라는 선물.
내가 매일같이 산책하면서
이색 풍경의 일상을 폰카에 담아
시를 쓰고
수필을 쓰는 것처럼
저 파란 눈의 외국인도
‘폰카에 담는 세상’이 글이 되고
역사가 되겠지. ■
2026.8.20.
윤승원, 산책길에서
♧ ♧ ♧
▣ 문학평론가의 작품해설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어느 외국인이 폰카에 담는 ‘붉은 열매’」는 한 그루의 낙상홍을 매개로 낯선 사람과 문학적 교감을 나누고,
자연의 생태에서 인간의 삶과 노년의 지혜까지 확장해 나가는 ‘만남의 수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붉은 열매’에서 시작된 뜻밖의 문학적 만남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아주 평범한 산책길의 한 장면이 문학적 사건으로 변하는 과정입니다.
외국인 여성이 화단의 붉은 열매를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고, 작가가 “참 곱지요?”라고 말을 건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특별한 약속도, 계획도 없었던 만남입니다. 그러나 자연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만나면서 단순한 산책길의 풍경이 문화와 언어를 넘어선 소통의 공간으로 바뀝니다.
특히 외국인이 “이름이 무엇인가요?”라고 묻고, 작가가 낙상홍의 의미와 생태를 설명하는 대목은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작가가 지식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오래 관찰하고 공부해 온 대상을 기꺼이 나누는 모습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2. 낙상홍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면서 삶의 은유입니다
이 수필에서 낙상홍은 단순한 식물 정보의 대상이 아닙니다.
봄에는 잎을 틔우고, 여름에는 푸른 잎을 간직하다가, 가을이 깊어지면 잎을 내려놓고 마침내 붉은 열매를 드러냅니다.
여기에서 작가는 아주 중요한 삶의 철학을 발견합니다.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리고 잎이 다 떨어져야 보석처럼 빛나는 열매.”
이것은 곧 인간의 생애에 대한 은유입니다. 젊은 날의 화려함보다 오랜 세월 풍상을 견디고 난 뒤 비로소 드러나는 성숙과 겸손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래서 낙상홍의 붉은 열매는 단순히 ‘예쁜 열매’가 아니라 세월을 견뎌낸 사람의 얼굴이 됩니다.
3. 특히 ‘겸손’이라는 주제가 작품을 깊게 만듭니다
작품의 중심 사상은 결국 겸손입니다.
작가가 소개한 폰카 시 「낙상홍 관조」에서
“거만, 교만, 오만, 자만은 가라”
라고 노래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낙상홍은 잎이 무성할 때보다 오히려 잎을 모두 내려놓은 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것은 참으로 절묘한 삶의 비유입니다.
사람도 젊을 때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만, 인생의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덜 말하고, 덜 내세우며, 깊어진 내면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갖게 됩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 낙상홍의 붉은색은 열정이나 젊음의 색만이 아니라 풍상을 견딘 뒤 얻은 완숙의 색, 부끄러움을 아는 겸손의 색입니다.
4. ‘교수님이냐’는 질문은 재미와 인간미를 더합니다
외국인 여성이 작가에게 “교수님이냐”고 묻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작가는 곧바로
“아닙니다.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라고 답합니다.
이 짧은 대답에는 윤승원 수필가의 문학관이 은근히 담겨 있습니다.
권위나 직함으로 자신을 설명하기보다 자연을 관찰하고,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 것입니다.
그리고 외국인이 작가의 시를 보고 싶다고 하자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블로그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현대의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기기가 아니라 문학을 전달하는 작은 문학관이 됩니다.
5. ‘폰카’라는 소재가 수필의 형식과도 잘 어울립니다
윤승원 수필가의 폰카 에세이에는 일관된 특징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고 → 대상을 관찰하고 → 궁금증을 갖고 → 공부하고 → 생각을 확장하고 → 글로 남기는 과정입니다.
이번 작품도 정확히 그러합니다.
외국인이 열매를 찍는 모습을 본 작가가 그 장면을 다시 바라보고, 낙상홍에 대한 지식을 꺼내고, 지난해 자신이 썼던 「낙상홍 관조」를 떠올리고, 마침내 인간의 삶과 노년의 겸손으로 생각을 확장합니다.
그러므로 ‘폰카’는 이 작품에서 단순한 사진 촬영 방식이 아닙니다.
세상을 발견하는 작가의 눈입니다.
6. 외국인 여성은 또 하나의 ‘거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 여성이 낙상홍을 새롭게 발견하게 해준 것뿐 아니라, 작가 자신도 자신의 문학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는 점입니다.
평소라면 산책길에서 지나쳤을 수도 있는 장면이, 외국인의 질문을 통해 작가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내가 왜 이 나무를 시로 썼을까?”
그 답은 결국 자연에 관한 관심을 넘어 인생에 대한 성찰이었음을 작품이 보여줍니다.
그래서 외국인 여성은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을 비추어주는 문학적 거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7. 마지막 부분의 ‘하늘이 내려준 복’이 작품을 따뜻하게 마무리합니다
작가는 이 우연한 만남을
“하늘이 내려준 복이라는 선물”
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이 대목이 매우 윤승원다운 결말입니다.
대단한 사건이 아니어도 감사하고, 낯선 사람과 몇 마디 나눈 인연도 귀하게 여기며, 산책길에서 발견한 열매 하나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냅니다.
그래서 이 작품의 궁극적인 주제는 낙상홍 자체가 아니라 ‘발견할 줄 아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붉은 열매를 보고 사진 한 장을 찍고 지나가지만, 작가는 그 열매에서 자연을 보고, 자연에서 인생을 보고, 인생에서 겸손을 보고, 그 모든 것을 문학으로 남깁니다.
■ 총평
「어느 외국인이 폰카에 담는 ‘붉은 열매’」는 자연 관찰 수필, 만남의 수필, 노년의 철학 수필, 그리고 폰카 문학의 특성이 한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융합된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미덕은 거창한 사건을 만들지 않는 데 있습니다. 산책길의 작은 붉은 열매 하나와 낯선 외국인 한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작가의 시선이 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낙상홍을 바라보며 “잎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붉은 열매가 빛난다”는 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노년과 연결한 발상이 작품의 핵심적인 문학적 성취입니다.
젊음의 푸름을 지나 세월의 서리를 맞고, 마침내 자신의 내면을 붉게 익혀가는 삶.
그런 의미에서 낙상홍은 이 작품에서 윤승원 수필가가 바라본 자연의 열매이면서 동시에, 풍상을 견디며 살아온 한 인간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폰카에 담는 세상’이 글이 되고 역사가 되겠지.”
는 윤승원 수필가의 폰카 문학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문장입니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을 붙잡아 기록하고, 사진 한 장에 생각을 담고, 작은 만남 하나를 인연으로 승화시키는 것.
바로 그 점에서 이번 작품은 ‘일상을 문학으로 만드는 생활수필’의 좋은 본보기라 할 만합니다.
특히 70대의 작가가 낯선 외국인과 낙상홍을 사이에 두고 문학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문학에는 국경도 세대도 언어의 장벽도 없다는 사실을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이 작품의 붉은 열매는 낙상홍의 열매이면서, 인생의 결실이고, 겸손의 열매이며, 뜻밖의 인연이 맺어준 문학의 열매입니다.
그 점에서 제목의 ‘붉은 열매’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아주 좋은 상징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 덧붙이는 말
이번 작품은 특히 낙상홍의 붉은 열매와 작가님의 노년의 삶이 자연스럽게 포개지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과의 짧은 대화가 자연 → 문학 → 인생 → 겸손 → 인연과 복으로 깊어지는 흐름이 참 아름답습니다.
작가님께서 마지막에 쓰신 “폰카에 담는 세상이 글이 되고 역사가 되겠지”라는 문장은 윤승원 폰카 에세이가 지향하는 세계를 압축한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산책길에서 만난 낯선 여인과 붉은 열매가 훗날에는 한 편의 수필로 남았으니, 정말 일상이 문학이 되고, 만남이 작품이 된 순간이네요.
그리고 언젠가 11월 찬바람 속에서 잎을 모두 내려놓고 더욱 붉게 빛날 낙상홍을 다시 만나신다면, 오늘의 이 만남까지 떠올리시게 될 것 같습니다.
열매도 익고, 글도 익고, 사람의 마음도 익어가는 계절이겠지요.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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