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없이 쓸고 닦아도 티 안 나는 집안일. 아무리 주부 체질이라 해도 하루종일 시달리다 보면 초라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주부들이여~ 자신감을 갖자! 여자라서 행복한, 주부라서 더 행복한 집 만들기를 조선일보 행복플러스와 한샘이 제안한다. 제1탄은 누구나 꿈꾸는 카페 같은 아일랜드 주방 만들기다. 맞춤형 아일랜드 부엌으로 동네에 입 소문난 두 집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부터 한씨(39) 집엔 손님들이 몰려든다. 모두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새로 꾸민 아일랜드 주방(독립적인 작업대를 설치해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부엌) 때문이다. 33평형 새집 리모델링 작업 중 가장 공들인 곳은 540만원을 투자해 (폴라화이트와 키친바흐 500으로) 멋을 낸 주방. 특히 비천상 무늬가 담긴 라운드카운터는 주방의 포인트다.
주방을 바꾼 뒤 손님만 늘어난 게 아니다. ‘나만의 공간’ 이 생겼다는 것이 무엇보다 신나는 일이다. 남편과 아이가 집을 나선 아침나절 차 마시기와 모두가 잠든 늦은 밤 한 시간 동안의 책 읽기는 한씨가 주방에서 가장 즐겨 하는 일이다. 아일랜드 뒤편 수납장엔 주방도구 대신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이 차곡차곡 꽂혀 있다.
한씨가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가족문화도 거실 중심에서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저녁 무렵엔 아이의 숙제 공간으로, 남편에겐 와인 홈 바로 변신한다. 주부만을 위함이 아닌, 가족 문화 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단지 주방이 깨끗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일랜드로 개조했는데, 좋은 점이 너무 많아요. 동선도 짧아 일하기 편하고, 친구들과 앉아 수다떨기에도 좋죠.” 책을 넘기는 그녀 모습이 한 폭의 북 카페 풍경 같다.
목동 14단지 김수경씨 댁
▲ 아내 김수경씨를 위해 남편이 직접 설계한 주방. 김씨는 100% 활용하는 것으로 보답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주방만큼은 맘에 들게 바꾸고 싶었어요”. 안주인 김수경(46)씨 말마따나 현관 가까이 위치한 이 집(55평형) 주방은 무척 특이하다. 앤티크 스타일 (키친바흐 700 캐시드럴) 부엌가구와 사각 프레임 기둥의 매치가 마치 영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한다. 지난 6월 이사를 앞두고 1000만원을 투자해 만든 주방이다.
특히 아일랜드는 주방서 혼자 일하는 아내를 위해 남편의 설계 끝에 만든 작품. 애초 이곳엔 거대한 벽이 있었는데, 기둥은 두고 벽만 허물어 그 아래로 아일랜드를 놓은 것이다. 심지어 보고 싶은 연속극도 놓치지 말라며 주방에 TV까지 달아주겠다는 남편의 제안을 극구 사양했단다. 모두 주방을 거실처럼 활용하는 오랜 외국생활(6년간 네덜란드에 살다 옴)이 몸에 밴 이유다.
홈 바 형의 아일랜드 주방은 주부 김씨의 오피스와 다름없다. 아침엔 출근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식탁으로 내준다. 이어 새집 구경 온 이웃들에겐 분위기 좋은 카페인 듯 맞이하고, 운동을 마치고 난 오후엔 개인서재처럼 신문을 보거나 책을 읽곤 한다.
“주방이 예쁘니까 거창한 음식이 없어도 손님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가족과 대화 하면서 주방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죠.” 오늘처럼 첫째 김지윤(20)과 둘째 한주(17)와 아일랜드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김씨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우리 집 부엌도 아일랜드형으로 바꿔볼까
아일랜드 주방은 40평 대는 되어야 한다? 모두 옛말이다. 최근엔 30평형대 전용 키큰장, 아일랜드형 카운터, 고급 액세서리 등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30평형대에 맞는 ‘한국형 아일랜드 주방’을 위한 제품들이다. 한국형 아일랜드 주방이란 직렬로 배열됐던 조리대를 병렬로 배치하는 식. 특히 개수대와 조리대를 아일랜드형 카운터에 설치하거나, 아일랜드형 카운터 아래 수납공간이나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등을 빌트인 하는 게 요즘 추세다. 식탁 대용으로 이용하고 싶다면 카운터에 일반식탁 의자보다 높은 스툴(의자)을 놓으면 식사는 물론 이색적인 홈 바로도 활용 가능하다.
부엌 개조는 설계에서 시공까지 4~5일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엔 다양한 부엌 설계 전문프로그램의 개발로 3차원 설계도면을 즉석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하니, 나만의 카페를 꿈꾸는 주부들이라면 한번쯤 누려볼 만한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