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도, 갯벌모실길 4개 코스를 돌다
전국 최장의 대광해수욕장 및 전장포 새우젓 유명
2021.3월 1,920m 임자대교 개통
임자도는 우리나라 서해 남단에 위치한 다도해 신안군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동으로 바다 건너 지도읍, 남으로는 바다 건너 증도와 자은도, 북으로는 영광군 낙월도 등이 이웃하고 있다. 서쪽으로는 서해에 접해 있다. 임자면은 유인도 4, 무인도 60개로 형성된 면으로 해안선은 150km에 달한다.
*사진출처-신안군
임자도는 전에는 전남 신안군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여객선으로 15분 정도 가야 했는데, 2021년 임자대교가 개통되어 지금은 자동차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2013년에 착공된 이 다리는 길이 1,920m로, 2021년 3월 19일 완공됐다.
임자도 진리선착장에 도착하면 우측으로 임자면 표지석이 보이고, 특히 ‘임자도 갯벌모실길’ 안내도가 눈에 들어온다.
임자도 갯벌모실길은 4개 코스 총 56.4km에 이른다. 제 1코스는 전장포파시길 코스로 진리-전장포까지 11.5km, 약 4시간 소요된다. 제 2코스는 대광해변길 코스로 전장포-목섬까지 15.5km, 약 5시간 30분, 제 3코스는 수평선길 코스로 목섬-어머리해변까지 15.9km, 약 5시간 30분, 제 4코스는 해뜨는 길 코스로 어머리해변-진리까지 13.5km, 약 4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또, 등산코스로는 불갑산, 삼각산, 대둔산 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제 1코스인 불갑산(224.3m) 코스는 벙산-불갑산-장목재 구간으로 약 6.5 km, 제2코스인 삼각산(211.9m) 코스는 장목재-삼각산- 부동재 구간으로 4.5km, 제 3코스인 대둔산(319.5m) 코스는 부동재-대둔산-원상리 구간으로 4km 거리이다. 전 구간 15km 정도이기 때문에 산행경험이 많은 등산객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오르내릴 수 있다.
임자도에서는 대광해수욕장, 조선 문인화의 대가 조희룡 유적지, 용난굴, 전장포항 및 새우젓토굴 등이 유명하다. 대광해변 옆 튤립공원에서 매년 봄(4월) 열리는 튤립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무려 600만송이 각양각색의 튤립대향연이 펼쳐진다.
필자는 3박 4일 임자도에 머물면서 진리선착장에서부터 좌측 시계방향으로 첫째날 제 4코스, 둘쨋날 제 3코스, 셋째날 벙산 등산 및 제 2코스, 넷째날 제 1코스를 역순으로 돌아봤다.
제 4코스 진리선착-어머리해변 코스에서는 이흑암리라는 마을을 지난다. 이흑암리는 검은 바위 두 개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은 조선 문인화의 대가 조희룡이 유배와서 살았던 마을이기도 하다. 조희룡은 조선후기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와 쌍벽을 이룬 문인화(文人畵)의 대가이다. 1789년 5월 서울에서 태어난 조선후기 매화도와 묵란도에서 고유의 화풍을 확립한 화가로 1847년 벽오시사를 결성, 후배화가들을 이끌고 문인화단의 중심인물로 활동하였다. 추사 김정희 등이 도입한 중국 남종 문인화로부터 이념미를 배제한 조선적 감각을 가미한 화풍의 세계를 열었던 사람이다.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가 서로 번갈아 가며 세도정치를 하던 시기에 활동한 조희룡은 예송논쟁에 휘말려 1851년 임자도로 유배되었다.
1853년 조희룡은 3년간 임자도 유배생활을 마감하고 한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그는 후배 지도와 은거생활을 계속하다가 1866냔 7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현재 조희룡이 살았던 임자도의 이흑암리 유배 적거지에 '적거지비(謫居地碑)'를 세워 기념하고 있다. 조희룡은 임자도 유배시설에 예술적 기량이 더욱 꽃 피웠고, 임자도 이야기를 많은 저술로 남겨놓았다.
임자도 이흑암리에는 대광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어머리 해수욕장이 있고, 그 끝 해안가에 용난굴이 있다.
어머리 해수욕장 끝자락에 위치한 용난굴은 들어가는 입구는 육지지만 나가는 출구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다. 계절과 날짜에 따라 물이 빠지는 시간이 다른데, 물 때를 잘 맞추면 걸어서 용난굴의 내부까지 동굴탐사를 할 수 있다. 어머리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즈넉한 분위기에 용난굴의 존재는 문화적 가치를 더해준다. 자연환경과 설화, 역사 기록이 한 데 어우러진 문화유산이다. 조희룡이 임자도 유배시 남긴 글에 용난굴과 관련되 설화가 등장한다. 마을 사람들이 용이 승천한다고 소리치자, 자신도 용 구경을 하기 위해 쫓아나갔더니 이미 용은 승천하고 난 뒤였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굴을 용난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유래를 가지고 있다.
제 3코스는 수평선길 코스로 어머리해변-목섬까지 15.9km, 약 5시간 30분 소요, 제 3코스는 은동해안-삼두리해안-현기미해안 등 아름다운 해안길 구간으로 목섬까지 가는 코스이다. 간조 때라 물빠진 갯벌이 까마득하게 펼쳐져 있다.
현기미해안에는 선착장도 눈에 띈다.
목섬은 지금은 육지와 연결된 작은 무인도 섬이다. 현기미해안에서 목섬까지는 어항 모양으로 둥글게 바다를 감싼 지형이다. 중간에 대하양식장도 보인다.
제 2코스는 목섬-하우리-대광해수욕장 구간으로 15.5km, 5시간 30분 소요. 이 구간은 재원도, 대태이도, 육타리도 등 크고작은 섬들을 바라보면서 걷는 아름다운 해안길이다.
중간에 위치한 낙조정 정자에 이르면 하우리항 앞 두리대섬, 대섬, 옥섬 등이 그림같이 내려다 보인다. 하우리항에는 어선 여러척이 어구들을 어수선하게 늘어놓은채 피곤한 듯 쉬고 있다.
하우리에서 1.1km 완만한 고갯길을 넘으면 대광해수욕장이다. 고갯마루에 벙산 오르는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벙산은 높이 138.9m의 나즈막한 산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800m. 그러나 정상에 서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12km의 대광해수욕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활시위 모양의 곡선해안이 참으로 장관이다.
또, 우측 불갑산 가는 방향으로는 광산리 마을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늑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산은 대광해수욕장 쪽으로 내려왔다. 날머리 역시 등산로 입구 표시와 함께 대둔산 전체 등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 시간여유가 없어 불갑산-삼각산-대둔산 전체코스 등산이 어려울 경우 벙산 만이라도 꼭 오르기를 권하고싶다. 산책하듯 가볍게 올라볼 만한 코스이다.
날머리에서 조금 만 가면 대광해변이다. 대광해수욕장은 임자도의 특징인 곱고도 단단한 백사장 덕분에 승마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12km에 달하는 백사장은 물이 빠지면 그 폭이 350m나 되어 더욱 광활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은 사질이 단단해 자전거로 달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어머어마한 길이와 장쾌한 풍경은 달리는 동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백사장 옆에는 해송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해수욕과 삼림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해변이 전국에서 가장 길고 넓으며 경사가 완만하고 수온이 따뜻하다. 특히 백사장은 항공기용 유리를 만드는 데 쓰일 만큼 질이 좋은 규사 모래밭이다. 넓은 야영장과 잔디운동장·체육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어 청소년캠프나 단체 야영장으로도 적합하다. 대광해수욕장에서는 몽골텐트도 빌릴 수 있고(1일 3만원), 해변승마 체험도 가능하다(070-8285-2450). 백사장 뒤편 모래언덕에는 해당화가 많이 피고 곰솔이 울창하다. 1990년 국민관광지가 되었다. 근해에는 어종이 다양하여 무인도인 고깔섬·유다리도 등에는 낚시꾼이 몰린다.
이제 마지막으로 진리선착장에서 전장포에 이르는 임자도 갯벌 모실길 제 1코스이다. 선착장에서 우측 해안길을 따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염전이다. 서울염전 등 염전 여러개가 보이고 천일염을 만들기 위해 대파질하고 있는 주민의 모습도 보인다.
포장한 소금을 육지로 반출하기 위해 트럭에 싣는 장면도 지나칠 수 없다. 모두가 임자도 주민들의 삶의 현장이다.
전장포 마을 가는 길 좌우에는 대파밭이 계속 이어진다. 이곳 뿐만 아니라 섬 곳곳 들판은 온통 대파밭이다. 전국 대파의 40% 정도가 임자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깨가 많이 난다고 해서 ‘임자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이제는 차라리 ‘대파도’라 불러야 할 판이다.
우측 해안으로는 갯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래서 임자도 둘레길을 ‘갯벌모실길’이라 이름붙였나 보다. 갯벌 곳곳에는 뭔가 캐고 있는 어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드디어 전장포 마을 도착. 전장포는 임자도 북쪽 도찬리에 속한 맨끝동네 어촌 마을로 우리나라 새우젓의 대명사이다. 전국 새우젓 어획고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새우는 모래가 많은 곳에 서식하고 알을 낳는 데 임자도 부근에는 바닷 속에 모래가 많아 자연히 새우가 많이 서식한다고 한다. 임자도 근해에서 음력5~6월에 신선도가 좋은 새우를 잡아 전장포에서 바로 소금으로 절인다. 이것을 섭씨 5℃가 되는 저온상태에서 짜고 비린내가 없을 때가지 장기간 숙성시켜야 새우젓이 완성된다. 이렇게 해서 전장포 새우젓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임자도 근해에서 잡은 새우를 뭍으로 가져나가 젓갈을 담그면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전장포는 자연스럽게 새우잡이 어선들로 활기가 차고, 새우젓을 판매하는 시장으로서 성장하였다. 이후 시대가 발전하고 전장포 새우젓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새우젓 숙성을 위한 대형저장 창고가 요구되었다.
도찬리 솔개산 기슭에는 1970년 주민들이 새우젓을 저장하고 숙성시키기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4개의 토굴이 남아 있다. 현대로 오면서 선박기술과 교통의 발달로 임자도 근해에서 잡은 새우를 도시로 곧바로 내다 파는 현상이 생겼는데, 이는 전장포에 대규모 저장창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4개의 토굴을 조성한 것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이었다. 그러나 동굴 내의 온도가 높아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했고, 그 이후 동굴만 그래도 방치해 두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토굴은 길이 100m, 너비2.4m 및 너비3.5m 규모이며, 말굽모양이다.이 토굴은 근대문화유산이면서, 새우젓의 고장 신안군 주민들 생활사와 관련된 소중한 유산이 되었다.
임자도는 지난 2015년 행정자치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가을철에 딱 어울리는 테마섬 9곳을 엄선한 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행정자치부는 여행작가, 기자, 관광·홍보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단의 현장실사 등을 거쳐 가을에 여행하기 좋은 9개섬을 선정했다. 관광객의 취향에 따라 섬을 고를 수 있도록 놀기 좋은 섬(놀-섬), 쉴 수 있는 섬(쉴-섬), 잘 알려지지 않아 섬의 매력이 잘 보존된 섬(숨은-섬) 등 테마에 맞춰 선별했는데 임자도는 이중 놀기 좋은 섬(놀-섬) 다섯곳 중에 포함됐다. 선정된 5개 ‘놀-섬’은 인천 옹진군 신-시-모도(교량으로 3개섬 연결), 전북 군산 신시도, 전남 신안 임자도, 고흥 시호도, 경남 통영 욕지도 등이다.(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