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환의 풀어 쓴 한자 이야기 - 019. 조심(操心) 2.
※ 2025. 12월 14일(금) 의령정론에 게재될 칼럼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李德懋)가 쓴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다음과 같이 글이 있다. ‘사람이 한 번 이 세상에 태어나 부귀빈천(富貴貧賤: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 것과 가난하고 천한 것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말할 것도 없이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열에, 여덟아홉이다. 한번 일을 착수하고 멈출 때마다 하려고 하는 일을 말리어서, 못 하게 하는 것이 고슴도치 가시처럼 일어나, 작은 몸뚱이 전후좌우에 팔을 잡고 얽히지 않은 것이 없다. 얽힌 것을 잘 다루는 사람은 천 번, 만 번 제지를 당해도 얽힌 것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 얽힌 것에 끌려다니지도 않는다. 때에 따라 굽히고 펴서 각각 꼭 알맞게 처리한다. 그리하면 얽힌 것에 다치지 않게 될 뿐 아니라, 내 화기(和氣:온화한 기색)를 손상시키지도 않아 저절로 순경(順境: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잘되어 가는 경우)속에서 노닐게 된다’고 하여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모든 일에 조심(操心)하여, 하고자 하는 일을 성취하라는 교훈으로 해석하며, 조심(操心: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씀)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들여다본다.
잡을 조(操)는 손 수(扌=手)에 새 떼 지어 울 조(喿)가 더해진 글자다. 손 수(手)는 손이나 재주, 수단, 방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手는 사람의 다섯 손가락을 편 모양을 그린 것이다. 본래 손을 뜻하는 글자로는 또 우(又)자가 있었지만, 후에 뜻이 바뀌면서 금문에서는 手자가 손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手자는 사람의 손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손의 기능이나 역할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하지만 때로는 재주나 솜씨, 수단 등과 같이 손과 관련된 기술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手자는 운전수(運轉手)나 가수(歌手)와 같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전문가들을 뜻하기도 하는 것이다. 수공(手工: 손끝을 써서 만든 공예), 수기(手記: 자기의 체험을 손수 적음)가 좋은 용례이다.
새 떼 지어 울 조(喿)는 물건 품(品)에 나무 목(木)이 결합 된 한자로 많은 새가 나무 위에서 울어 시끄럽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는데, 여기서 品은 많은 새들이 입을 벌려 울고 있는 것을 뜻한다.
잡을 조(操)를 종합적으로 풀어 보면, 새들이 나무에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을 그린 喿자에 手자를 결한 것으로, 손으로 새를 잡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새들은 사람의 인기척에 쉽게 날아가곤 하니, 새를 잡을 때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操자는 잡다라는 뜻 외에도‘조심하다’라는 뜻도 파생되어 있다. 조업(操業: 작업을 함, 일을 함), 조종(操縱: 마음대로 다루어 부림)이 좋은 용례이다. 덧붙여 이 글자는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를 손으로 쫓아낸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데, 떠들썩한 일을 안정시키기 위해 손을 써 조종한다는 뜻에서 지조(志操: 곧은 뜻과 절조) 조 자(字)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음 심(心)자는 생각, 마음, 심장, 중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심장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心자를 보면 심장을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심장은 신체의 중앙에 있으므로 중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마음이나 감정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심경(心境: 마음의 상태), 단심(丹心: 속에서 우러나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좋은 용례이다.
덧붙여 心자가 글자의 왼쪽(변)으로 사용될 때는 심방 변(忄)으로 모양이 변화고 글자의 밑에 사용될 때는 마음심 발(㣺)로 변형된다. 성품 성(性), 공손할 공(恭)이 좋은 용례이다.
세상살이에 한 순간도 문제가 떠날 날이 없다. 정작 문제는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있다. 마치 원숭이가 전갈 떼에 쏘일 경우, 전갈을 잘 처리해 피하거나 없앨 꾀를 낼 줄은 모르고 괴로워하며 온통 긁기만 하는 것과 같다. 이리 긁고 저리 물어뜯으며 잠시도 참지를 못한다. 그럴수록 전갈은 더욱 독하게 쏘아댄다. 결국 죽고 나서야 끝이 난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들고 일어나는 문제 속에 허우적대다가 몸과 마음을 상하고, 인생을 망치는 것을 수없이 본다. 원나라 때 학자 허형(許衡:1209~1281)은 만반보양개허위 지유조심시요규(萬般補養皆虛僞 只有操心是要規: 만 가지 보양이 모두 다 거짓이니, 다만 마음 붙잡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라 했다.
그렇다. 값비싼 보약과 귀한 보양식은 우리의 삶을 든든하게 붙잡아 주는 기둥이 못 된다. 마음이 달아난 사람은 그날부터 비천해진다. 지유조심(只有操心)! 다만 네 마음을 붙들어라. 조심은 두리번거리며 살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된다는 말이다. 마음을 놓아버려 외물(外物: 마음에 접촉되는 객관적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이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면 나는 그로부터 얼이 빠진 허깨비 인생이 된다. 문제에 늘 끌려다니며 문제만 일으키는 문제아가 된다. 2025년 을사년 마지막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조심(操心)하자!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성경 잠언을 마음판에 새겨 본다.
| 操 | = | 扌=手 | + | 喿(品+木) |
| 잡을 조 |
| 손 수 |
| 새 떼 지어 울 조(물건 품, 나무 목) |
| 心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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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 심 |
| 갑골문 | 금문 | 소전체 | 해서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