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사안을 촉법소년 연령대와 가장 가까운 ‘Z세대(9~24세)’는 어떻게 볼까요? 최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둘러싼 찬반 입장이 각각 담긴 짧은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두 영상은 지난 6일과 13일에 짧은 동영상(숏폼) 플랫폼인 틱톡 암호명3701 채널에 업로드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운데 틱톡을 고른 이유는 Z세대가 주로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기준 10대 이용자는 페이스북(9.43%)보다 틱톡(15.36%)을 더 많이 사용한다고 조사됐습니다. 비교적 청소년에게 가까이 닿을 수 있는 플랫폼을 활용해 촉법소년 연령을 낮춘다는 정책에 대한 틱톡 사용자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지난 대선 과정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에서 비롯됐습니다. 본격적으로 구체화시킨 건 지난 6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입니다. 한 장관은 ‘촉법소년 기준 연령 현실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촉법소년 나이를 만 12세 또는 13세로 내리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입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다르게 분류하는 이유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입니다. 촉법소년은 어른들이 있는 감옥에 가지 않습니다.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호 처분을 받습니다. 소년법에 따르면 소년보호처분의 종류는 최대 2년 소년원 수감, 교육 수강, 사회봉사 명령 등이 있습니다. 처벌보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기 위한 ‘교화’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바뀐 적 없습니다.
촉법소년 나이를 낮춰야 한다는 근거로는 청소년 강력범죄 사건 증가가 꼽힙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강력범죄 건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7년 6282명, 2018년 6014명으로 비슷한 추이를 보이더니 2019년 7081명으로 늘었습니다. 1년 만에 1000명 넘게 증가했습니다. 2020년엔 7535명으로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1년 청소년 강력범죄 수가 또다시 1000명 가까이 늘어 8474명을 기록했습니다.
촉법소년 가운데 만 13세가 강력범죄를 가장 많이 저질렀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촉법소년 중 만 13세 강력범죄 인원이 2만2202명입니다. 해당 시기 촉법소년 범죄 전체 비중의 62.7%를 차지합니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건 만 12세(또는 13세)의 청소년이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촉법소년 나이일 때 아무리 잔혹한 행동을 해도 최대 2년 동안 소년원에 가는 게 끝입니다. ‘범죄자’라는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그런데 촉법소년 나이가 낮아지면 최대 20년 동안 소년교도소에 갇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범죄 기록도 남게 됩니다.
해당 연령의 청소년에게 강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입장도 있습니다. 서울소년원장이었던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1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처벌을 내리면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한테 협박이나 보복하게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환경 개선이 먼저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SBS 스페셜 ‘학교의 눈물’에 출연해 “안 돼. 바꿀 생각 없어. 돌아가”라고 소년범에게 호통쳤던 천종호 판사는 저서 <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에서 “교정학 이론에 따르면 70%가 가장 적정한 수용 인원이고, 100%를 넘어가면 교정 효과가 없다. 10평짜리 방에 소년범을 18명씩 몰아넣으면 다 한 패거리가 되어 출소한다”라고 적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서 더 많은 처벌 대상이 생기면 소년교도소에 가는 수도 늘게 됩니다. 그러나 소년교도소는 전국에 단 한 곳 김천에만 있습니다. 소년교도소 수를 늘리는 등 선제 조치 없이 촉법소년 연령만 낮추는 건 무리라는 겁니다.
청소년 때 한 번 범죄를 저질렀다 “쟨 범죄자야”라고 평생 찍히는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조기에 전과자라고 낙인을 찍으면 성인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처벌 보다 청소년들이 재범할 확률을 낮추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모든 부모나 어른은 분명하고 똑바르게 가르쳐야”한다면서 “촉법소년이라고 법을 어긴 게 죄가 없다는 건 아니다. 절대 아이들에게 이런 행동은 안 된다는 것을 똑바로 가르치는 어른들의 자세와 부모들의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Z세대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
촉법소년 연령을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는 질문을 영상에 담아 틱톡에 올리자 총 210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찬성”, “찬”이라며 대부분 연령 기준을 낮추는 게 좋다는 입장의 댓글이 주를 이뤘습니다. 한 이용자는 “와 드디어”라고 짧게 의견을 남겼습니다. “낮춰야 말을 듣지 않을까”라며 범죄 예방효과를 기대하는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감옥 가기 싫으면 죄를 짓지 말아야지”라는 한 이용자의 의견처럼 엄벌주의 시각을 가진 댓글도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을 내리면 안 된다는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 “반”이라는 댓글도 적지만 있었습니다. 한 이용자는 “전문가 의견 좀 듣자 제발”이라며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바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양쪽 입장을 다 접한 뒤 “찬성이긴 하지만 오은영 선생님… 틀린 말은 아닐 수도?”라며 이 사안을 다르게 보게 된 이용자도 있었습니다.
양다영 PD · 윤기은 기자
출처 :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716063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