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물머리의 논둑에서 보라색의 작은 풀꽃을 만났다
허리를 굽혀 가만이 들여다 보니 "뚱뚱한 광대나물"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긴병풀꽃이란 식물이다 <2013.4.24>

봄 들판에서 발밑을 가만히 바라보면 수많은 풀꽃들이 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현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또한 잎과 함께 피어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허리를 굽힐 줄 아는 사람에게만 들꽃들은 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도 했다던가..!.
"긴병풀꽃"은 아마 기다란 병모양의 꽃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으리라, 4월 중순이면 습기가 많은 양지 쪽 언덕에 약20~30cm 정도로 자라며,만약에 광대나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광대나물을 크게 확대해 놓은 모양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꽃 모양은 약 2cm 내외로 줄기를 따라 올라가다가 마주 나 있는 잎 겨드랑이에서 꽃대가 나와 두 세 개가 맺혀 핀다. 꽃잎에 자줏빛의 반점이 벌레를 유도하는데 이른바 허니웨이(honey way)이다. 4개의 수술이 있고 그 주위에 수많은 솜털이 촘촘히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벌이나 벌레들이 좁은 꽃을 기어들어 갈 때 등이나 날개에 묻은 꽃가루를 이 긴병풀꽃의 암술에 묻혀주기 좋게, 그리고 나갈 때 잔뜩 꽃가루를 묻혀 나가기 좋게 생겼다.
꽃은 그 자태나 빛깔과 향기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그 기묘한 생김새나 그 생리적 특성을 보면 오묘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사람이나, 온갖 생물이 그렇듯이 그 나름의 질서와 가치를 지니고 있고. 게다가 이 풀은 유용한 약효까지 알려져 있다.

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이 죽어, 그 죽은 몸의 담낭 속에서 수많은 담석이 발견되는데 우연히 어떤 풀에 닿아 그 담석이 녹아 없어지는 것을 경험한 이래 그 약효가 널리 알려졌다고 전한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본초강목》에서는 이 긴병풀꽃을 채취해 말려 약으로 쓰는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황달을 없애주며, 몸이 붓는 것을 막아준다. 또 방광 결석과 담낭 결석을 녹이는 작용을 한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또 “토혈과 하혈, 강장, 해열, 진, 해, 지사, 이뇨, 월경 복통, 산후 어혈로 인한 복통, 삐어서 생긴 어혈, 신장 결석, 수뇨관 결석, 관상동맥, 신장, 뇌혈관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그 효능을 설명하고 있다는데... 그러고 보면 약효가 없는 산야초는 없는 듯 하다

이렇게 유용한 풀을 허리를 굽혀 가만히 들여다보며 "나는 다른 생명들에게 얼마나 유용한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