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장수 아버지의 유언
어려서 외할머니한테서 들은 옛날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짚신장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짚신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었다고 하지요. 둘이서 똑같이 짚신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가 팔면 언제나 아버지가 만든 짚신이 아들이 만든 짚신보다 한두 푼 더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들은 늘 그것이 이상해서 아버지한테 물었지만 아버지는 쉽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합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중에 돌아가시면서 유언 삼아 한마디 했다는 것입니다.
“털! 털!”
그것은 짚신을 다 삼고 나서 털을 뜯어 다듬어야 짚신값을 제대로 받는다는 가르침이었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짚신에서도 털을 뜯어야 하는 것처럼 시에서도 털을 뜯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시가 시다워지고 매끄러워집니다. 품위가 생깁니다. 어디까지나 언어가 몽글고 단아해야 하고, 거친 말을 자제해야 합니다. 굳이 까다롭고 현학적인 표현을 즐길 일도 아닙니다.
간혹 시 창작 수업의 강연회에 나가서 수강자들의 시 작품을 보면 대체로 시가 길고 필요 없는 말이 많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생각이나 사건이나 지식, 분석, 비판, 분노 같은 것을 시에 담고자 하는 경우를 봅니다. 시는 어디까지나 감정을 담아야 하는 글입니다. 생각은 수필한테 맡기고, 사건은 소설에게 담고, 분석이나 지식은 평론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비판이나 분노는 신문기사에 돌릴 일입니다.
한방(韓方)의 치료법으로 일침(一鍼), 이구(二灸), 삼약(三藥)이란 것이 있습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급할 때는 침으로 다스리고, 그 다음은 뜸으로, 장기적 치료를 요구할 때는 약을 동원한다는 말입니다. 이를 문학에 적용해보면 침은 시이고 뜸은 수필이고 약은 소설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침은 단방에 급소를 쳐서 병줄을 돌려놓는 방법입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망설일 이유가 없고 지지부진할 여유도 없습니다. 단방에 급소를 찾아서 쳐야 합니다. 그래서 시는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긴 칼이 아닙니다. 짧은 쇠 도막입니다. 그걸로 급소를 쳐야 합니다. 이것은 사람을 죽이는 얘기지만 시에서는 사람 마음의 급소를 울려 감동을 얻어내자는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시를 쓰고자 하는 분들에게 몇 마디 요약의 말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정말로 시를 쓰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다음의 말을 참고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