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여성잔혹사
- 담배이야기 -
일찍이 마크트웨인 가로되
세상에 담배 끊기보다 쉬운 건 없다며..자신은 백번도 넘게 끊었다고 농을 했지만..내 담배 이력은 긴 편이다. 아마 스물이전 같은데..
같은 동네에 당시 시골에 살기엔 상당한 학력과 지성을 가진 분이 있었다. 부부 모두 수려한 용모의 중년이었는데 애연가였다. 일하다가 논둑에서나 어디에서나 부부가 서로 담배 챙겨주고 불붙여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었다.
완고한 할아버지로부터 어른들 앞에서 건방지게 안경을 쓴다며 욕도 먹은 나로서는 당연한 호감이었을 것이다.
잘은 몰라도 몇 세대 전의 조상들은 안경에 대한 그런 얼토당토 않은 편견도 가졌음직 하다. 자, 그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건방짐과 무례의 기준은 대체 뭐란 말인가?
담배도 임란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지만 하멜 표류기에 보면 우리나라도 처음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한자리에서 맞담배를 무제한 했던 모양인데 어쩌다 어른들 앞에서 절대 못 피우는 것이 예의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많이 봤지만 현재 일본과 중국뿐 아니라 대다수 나라에서는 어른 앞에서 담배 피우는 게 일반적이라 한다. 성차별도 거의 없다 한다.
서양에서도 화이트칼라는 좀 삼가지만 블루칼라에서는 맞담배질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아무 철학없는 담배 예절은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숨어서 몰래 피우는 것은 명백한 위선이자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말이다.
전직 언론인 서명숙님의 ‘흡연여성 잔혹사’란 책에 보면 우리나라 못난 조상들은 남존여비사상으로 인해 여성의 인권이나 자유에 선병질적이었지만 특히 흡연여성에 대한 탄압은 대단했던 것 같다.
(2004년 옹진닷컴 출판)
지금까지도 별반 다르지도 않은 것이 7,80년대만 해도 녀성이 길거리서 담배피우면 경찰이 서로 연행해 인권을 유린하고 모욕을 가하고 경범죄로 처벌까지 했다 한다.
혹 다방이나 술집에서 담배를 피우면 술잔이나 물잔이 날아들거나 욕을 바가지로 먹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다.
물론 경험상 출산과 육아에 악영향이 많아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지금도 음주단속하는 경관이 차를 세우면 평소 주눅 든 흡연녀성들이 자기도 모르게 ‘저 안 피웠는데요’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라니, 상상이 가시는가?
이십 수년간 애연가였던 저자는 몇 년 전 끊었다지만 담배에서 해방된 자유 못지않게 마음 놓고 피울 수 있는 자유도 강조하고 있다.
페미니즘 이전에 코려냄셩의 무지막지한 맹목과 맹신은 못 말린다는..사상과 양심의 자유이전에 기본도 안 된 사회 풍토를 꼬집고 있는데 나도 동감한다.
해서 나는 아무리 어린 친척 동생이거나 조카거나 피울 줄 알면 내 앞에서 서슴없이 피우라고 권하는 입장이다.
나아가 앞으로 내 아들 딸에게도 굳이 권하진 않겠지만 피우고 싶으면 마음 놓고 피우라고 할 셈이다.
그런 이야길 좀 완고한 사람들에게 하면 말도 아니라며 펄펄 뛴다. 그들은 대개 여성의 음주나 흡연에 대해서도 거의 병적인 거부감을 지니고 있기 마련인데 비교적 온건한 축이라도 적당한 술은 용인할 수 있으나 여자가 남자와, 마누라가 남편과 맞담배질이라니 꿈도 못 꾼다는 식이다.
애연가로 유명했던 정조대왕건은 접어두기로..
존경하는 독립운동가 심산 김창숙님은 일찍 홀로 된 며느리에게 담배를 권유해 평생을 즐기게 했단다.
명천 이문구님도 애연가였으며(!) ‘칼의 노래’의 김훈, 노무현 대통령도 애연가라 한다.
여성으로선 명성황후가 애연가였고 최진실, 이효리도 흡연녀성이라는데 그녀들 스스로는 한 번도 흡연사실을 인정 못하는 사회가 과연 정상일까?
***이 쪼잔하게 흡연을 트집 잡은 것도 파경의 한 이유가 되었다던가.
외국은 어떨까? 재클린도 지독한 애연가였는데 사람들 앞에선 한모금도 안 피웠다고 하는 걸 보면 그쪽도 담배에 다소의 성차별은 있는 모양이다.
재키는 죽음을 앞두고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고백했다는데 말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겠으나 서명숙님은 남 눈치 안보고 담배피우는 행복을 말한 거라고 추론하는 것 같은데 물론 나도 한표 꽝이다.
고독을 조금은 덜게 해주는 담배의 즐거움을 알기에, 창작의 고통을 일부 마비케하는 효능을 알기에 나는 남녀 불문코 다른 애연가의 즐거움과 藥用을 깰 마음이 추호도 없다.
오해 마시라, 절대 이글은 담배 예찬론이 아니다.
담배는 육체건강에 백해무익하지만 정신건강엔 일부 좋은 점이 있다는 게 평소의 내 지론이다.
나도 트웨인만큼이나 많이 끊어봤다.ㅠ
어쨌든 이글은 상대를 인정하자는 취지다. 물론 나는 혐연권도 인정한다. 싫다면 기꺼이 참아준다. 집안에서는 안 피운다. 담배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부담도 안다.
하지만 술, 도박, 마약, 전쟁, 거짓말, 위선등등
담배보다 나쁜 것은 얼마든지 꼽을 수 있다.
가령 술먹고 사람패고 고성방가하고 음주운전하고 강간하고 노상방뇨하고 물건 때려부수는등 공익을 해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담배보다 실은 술부터 잡아야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술을 일절 금지하는 이슬람이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있는지 모른다.
각성효과외에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커피는 저번에 간암과 어떤 암에 큰 예방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그것처럼 담배도 누가 알겠는가?
대마초가 의료용으로 많이 합법화되는 것 처럼 오늘날의 진실이 훗날 터무니없는 맹목과 편견으로 판명될지 모른다.
현명한 여러 님들 배우자는 대부분 담배를 끊었겠지만 혹 못 끊은 분이 있다면 너무 갈구지들 마시라, 또한 비겁하게 아이들을 교사하여 코너로 몰아붙이지 마시라.
따뜻한 당신 집밖 베란다에, 또는 계단, 혹은 옥상에서 개 떨듯 떨며 흡연하는 사람은 당신의 남편만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하는 부인일 수도 있다.
정 못 참아주겠으면 같이 피우시라, 그나 그녀가 끊든, 당신이 중독되든 다시 一心同體가 될 것이다(이러다 뭐 날아올라).
그리고 이건 정부에게 하는 경고인데..흡연자도 품위있게 멸종할 권리가 이따.
치사빤쓰하게 담배 값 가지고 약 올리지 말란 말이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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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초인가, 담배값이 대폭 올랐을 때 썼던 글 같습니다.
** 지금 저는 전자담배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데... 골초는 절대 아니고 언제라도 끊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못끊고 있습니다. ...문법이 맞나? ㅜ^
https://youtu.be/IhFcoh37Hxs?si=YNcjTrXICEu-Qfc0
첫댓글 첨부노래는 좋아서 만나 30년 이상을 같이 해온 연초공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