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대화동에서 서울 광화문을 돌아오는 915-1번 버스를 몬다. 새벽 5시에 나가 오후 5시가 되어 일이 끝났다. 세 탕 째는 그럭저럭 돌지만 네 탕 째 돌 때는 진이 다 빠지고 다리가 후들후들 거린다. 차에서 내려오면 어지러워 세상이 빙빙 돈다.
오후반이 되면 세 탕밖에 돌지 않아 조금 낫지만 심야좌석버스라 새벽 두 시나 세 시가 되어 끝나니 그것도 만만치 않다. 잠이 푹 들어 있어야 할 시간에 일하는 거라 건강에 좋지 않은 건 불을 보듯 뻔하다.
나는 915-1번 버스 운전사
지난달은 심야를 6개나 했다. 그것이 118,488 원이니 우리로서는 큰돈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고단한 심야운행은 하기가 싫다. 지난달에 그렇게 해서 번 돈이 급여총액 1,855,580원인데 200,710원 공제를 해서 1,654,870원을 받았다. 나는 그나마 한국노총 산하 동해운수지부에서 제명을 당해 조합비를 안 떼니 그거라도 받는 것이다. 조합비를 내는 기사들은 조합비와 경조사비, 전별비를 합하면 10만원이 더 나가 30만원씩 떼인다. 게다가 이건 뭔가. 추가의료보험? 나는 17,730원을 뗐는데 어떤 기사는 20만원이나 떼었다. 그래서 웬만한 기사들은 40만원 넘게 떼인 임금명세서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또 왜 이렇게 끝없이 오르는지. 450원 빠지는 10만원을 떼었다. 명세서 들여다보는 기사들마다 씨발, 씨발 욕을 한다.
이마저도 제때제때 잘만 나오면 괜찮은 편이다. 배차실 공고를 보면 이번달 임금을 10일에 50%, 17일에 50% 나눠주겠다고 한다. 상여금도 지난해 4/4분기부터 2기분이 밀렸다. 기사들은 카드로 돌려막기 하면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 형편은 나은 편이다. 여기 동해운수에서 운 좋게 개인택시 타 갖고 나간 철우 형은 요즘 죽을 맛이다. 나를 볼 때마다 "야, 내가 뭐 때문에 개인택시를 타 갖고 이 고생일까?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손님이 없어." 하소연한다. 낮에 하루 종일 운행해봐야 8만원 벌기 힘들다고 엄살이다. 밤새 운행하면 수입이 괜찮다는 건 알지만 철우 형은 밤에는 죽어도 하기 싫단다.
택시는 할만한가 했더니
역시 고양시에 있는 오복운수에서 일하는 회사택시 춘현이 형은 철우 형더러 엄살피우지 말라고 한마디로 잘라버린다. 춘현이 형은 새벽 4시에 일을 나가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꼬박 벌어야 겨우 먹고산다. 회사에 내는 사납금이 14만6천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인택시 철우형이 할 말이 없다. 상상을 해 보시라. 시간당 5천원에서 8천원 정도 버는데 14만6천 원을 벌려면 몇 시간을 일해야 하는지. 그렇게 14만6천원 채워넣어야 월급 120만원을 받는다.
얼마전 택시회사 들어갔다가 한 달도 못 버티고 나온 형석이한테 내가 "야, 너 먹고사는 게 문젠데 좀 힘들다고 금방 나오면 되냐? 힘들어도 버텨야 돼" 했더니 형석이가 손사래를 설레설레 치면서 하는 말이 골 때렸다.
"택시회사 사장 그 새끼들 순 도둑놈들이더라고. 좆 빠지게 일해봤자 사주 좋은 일만 시켜주는 거야. 내가 그 새끼들한테만 돈 벌어주려면 뭐 하러 일해? 굶어죽어도 그냥 노는 게 나아!"
안건모(버스노동자·<작은책>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