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지금 "호주제 폐지" 덫에 걸려 있다. "호주제 폐지"가 국가개혁의 모토처럼 되어 버렸다. 여성운동가들은 물론 여당과 여성 국회의원들, 대통령과 여성부장관, 소위 개혁을 부르짓는 사람들은 "호주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한다. 심지어 이 나라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관 후보까지 인사청문회 나와 "나는 호주제 폐지를 찬성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진정 그들의 말대로 "호주제"는 개혁의 대상이고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전통인가?
입만 열면 "호주제 폐지"를 부르짓는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그대들은 그동안 정부와 여성단체에서 마련한 가족법개정안에서 "호주제 폐지"가 내포하는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았는가? 그 부당성을 확실히 알고 폐지를 주장하는 것인가? 그리고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나온 결론인가?
그동안 정부와 여성단체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서 여론몰이와 무차별적으로 메스컴을 통해 홍보한 것은, 현재의 열악한 여성지위 문제, 이혼율 증가와 출산율 저하, 법의 보호를 벗어난 다양한 가족형태, 날로 늘어나고 있는 성매매와 성범죄, 국내 입양의 부진 등등...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여성문제가 모두다 "호주제 때문"이라고 선전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수없이 되풀이 하여 국민들을 세뇌(洗腦)시켜 왔으며 그 결과, 위에서 말한대로 나라 전체가 "호주제 폐지"의 덫에 걸린 것이다.
다음 내용은 세계에도 그 유례가 없는 (오직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소위 여성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추진해 왔고, 지금도 추진하고 있는 "호주제 폐지 정책"의 일단을 그들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내용을 살펴보면 마치 어느 시민단체에서 그들이 추진하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사업계획으로 착각할 것이다. 이것이 공공의 서어비스를 위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정부부처의 사업계획으로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것이다.
(호주제 폐지 추진실적)
- 민·관합동(7개부처·11개 시민단체)의 호주제폐지특별기획단 구성·운영(’03.5)
- 민법개정추진(입법예고: 9.4 24,공청회: 9.25,국무회의: 10.28,국회제출: 11.6)
- 헌법재판소에 호주제관련 여성부의견 제출(11.12) 및 구두변론(11.20)
- TV·라디오·옥외 전광판·설명자료·홍보만화 등 대국민 홍보 실시
2003년도 호주제폐지 추진정책 평가결과
o 참여정부 10대 뉴스(국정브리핑 선정)
o 참여정부정책중 가장 잘된 정책(경실련주관 학계·언론계·시민단체)
o 국무조정실 정책평가 우수사례 선정
(호주제 폐지 추진계획)
2004년도 호주제폐지 추진정책
민법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위한 노력
법사위 공청회 및 간담회 대비 전문가 추천 및 홍보자료 배포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결정 유도
시민·여성단체와 연계추진 및 학계 저명인사(남성)의 언론기고 지원
대국민 홍보 지속 실시(연중, 2억원)
민법개정, 홍보 등 호주제폐지 분야별 참고자료 총 정리·제작
이러고도 "국민을 위한 참여 정부" 라고 부를 수가 있겠는가? 호주제 폐지를 반대하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호주제 폐지를 위해 보란 듯이 지출하고 있으니 어느 나라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이런 나라를 정상적인 민주국가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호주제 폐지"란 단순히 한 가정 안에서 "아버지와 남자만 호주가 되는 제도를 없애고, 어머니나 딸도 호주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고, "양부와 성이 달라서 또래친구들에게 날마다 왕따 당하고 눈물과 회한(悔恨)으로 세월을 보내는 불쌍한 이혼자녀의 딱한 사정을 보아 간단히 양부의 성으로 고쳐주자" 는 정도의 개정이라면 우리도 반대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제출한 정부의 민법중개정법률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중요한 것만 살펴보아도 이것은 결코, 어머니도 호주가 될 수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반만년 동안 우리가 살아온 "전통적 가족제도"의 "전면 개혁"이고, "전면 폐지"임을 대부분 국민들은 미처 모르고 있는 것이다.
(1) 부부 합의로 자녀성을 모성(母姓)으로 선택하면?(개정안 제781조)
- 이 조항은 그동안 반만년 이어온 부계혈통과 부성원칙을 근본적으로 허물뿐만 아니라 그들이 중요시 하는 모계혈통도 결국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아버지와 동등한 권리주장의 일환으로 "모성(母姓)의 부여"를 주장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이는 근본적으로 부계혈통을 근간으로 형성되어 온 우리의 가족제도 전부의 폐지인 것이다. 어머니 입장을 떠나 우선 조부와 조모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손자들이 성본이 달라질 것이고, 족보 등재도 어느쪽 족보에 올려야 할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결국에는 혈통을 잃어버리고 성본도 원칙이 없어 불원간 없어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도 부모양성을 달고 다니는 여성들이 많은데 법률에서까지 모성 선택을 허용한다면 결국 성본은 아무런 의미 없는 기호가 될 것이고, 결국에는 성씨무용론(姓氏無用論)으로 나아갈 것이다. 혈통에 있어서도 부계혈통의 원칙이 깨어지면 근친 사이에서도 혼인이 만연하는 사회로 진행하게 될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더구나 호적까지도 1인1적 제도로 바꾸어 버리면 자신의 부모는 알 수 있다고 해도 족보까지 폐지된 판에 3대, 4대 조상을 무슨 수로 알 수 있다는 말인가?
(2)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본(姓本)을 변경하면?(제781조 6항)
- 전통적으로 성씨는 가문의 표지(標識)로서 남계 선조에 의해 후손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름은 개인에게 전속된 것으로서 필요할 경우 쉽게 개명할 수 있지만 성씨는 출생과 더불어 선조들에 의해 가문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아 부여된 것이므로 개인이 마음대로 고치거나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다시 말하면 "성을 바꾼다"는 것은 "조상을 바꾼다" "아버지를 바꾼다"는 뜻이 된다. 전통사회에서는 가장 심한 욕이 "이부지자(二父之子, 아버지를 바꾼 자식)"라는 말이었고 "내가 약속을 어기면 성을 갈겠다(바꾸겠다)고 하여, 무슨 일이 있어도 성만은 바꿀 수 없듯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던 것이다. 민주주의와 기본권 사상의 발달로 "선조와 가문의 명예보다는 자녀의 인권과 권리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상과 부모보다 무조건 "자녀의 복리"를 우선시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개인의 인권 앞에 전통윤리문화, 즉 장유유서(長幼有序)와 숭조사상(崇祖思想), 효사상(孝思想) 등이 굴복 내지 종속되어야 한다는 사상으로 지나친 서구적 개인주의요, 급진적이고 도전적이며 기계적 평등주의 사고로서 가족과 혈족도 타인과 동일시 하는 비정한 평등사상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3) "친양자 제도(親養子制度)"를 개정안대로 도입하면?(개정안 제908조)
- 전통적인 동성양자(同姓養子) 외에 이성양자(異姓養子)를 일반화하고 나아가 성까지도 양부의 성으로 바꿀 수 있게 하면 이는 역시 부계혈통과 부성원칙은 훼손되는 것이고 성씨제도 자체를 무용지물(無用之物)화 하는 것이다.
(4) "동성동본(同姓同本) 금혼" 대신 근친혼금지(近親婚禁止) 제도를 도입하면?(개정안 제809조)
- 나의 9촌이나 10촌은 누구인가? 재종간이면 6촌, 3종간이면 이미 8촌이다. 그들의 자녀 사이면 10촌이니 시골 집성촌에서 친척 사이에 왕래하는 경우에는 지극히 가까운 친척인 것이다. 고향 떠나 도시에서 자란 경우 친족과 왕래가 없이 살다가 남녀가 만나도 본관같은 것은 물어보지도 않고 동거부터 시작하다가 부모님에게 소개시키러 가서야 비로소 결혼 상대가 당내 친척이란 사실을 알고는 놀라서 우왕좌왕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로 사귀면서 진즉에 "넌 본관이 어디냐?" 한번만 물었으면 될 일을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만들어 놓은 뒤에 민법을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고쳐 달라고 헌법소원을 내고 민법개정안을 내고 법석을 떨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경우에도 이론적 무기는 역시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 사상이다. 족내혼의 폐해는 세계적으로 이미 과학적 검증이 되어 있으며, 과학을 떠나서도 인간의 일반 윤리도덕관으로도 족내혼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온 지 오래되었다. 도대체 이런 일반적 관념을 부정하고 구태여 족내혼의 범위를 더욱 좁혀서 근친간의 결혼만 금지해야 할 실익이 무엇인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잘 지키고 있는 법을 유지할 것인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여 비이성적(非理性的)로 법을 고칠 것인가? 이것은 반드시 국민 모두의 의견을 들어야 할 중대(重大)한 사안인 것이다.
(5) "부인이 남편 가(男便家)에(민법 제826조), 자녀가 아버지 가에 입적(민법 제781조)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면?
- 전통적으로 남녀의 혼인은 "이성지합(二姓之合)"이라 일컬어 왔다. 이 말은 성이 다른 두 가문의 남녀가 혼인으로 합친다는 뜻이다. 결국 전통사회에서 혼인은 두 가문의 결합을 의미하였으며, 여자는 태어난 가문을 떠나 남편의 가문으로 들어와 자식 낳고 살림을 이르켜새로운 가를 창립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런 사상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결혼식장에서는 반드시 양쪽 가문의 친족들이 나와 축하하며 여자는 남편가의 시부모와 어른들에게 첫 인사(폐백, 幣帛)를 드린다. 그리고 전통사회는 개인보다는 항상 가문이 우선이어서 남자든 여자든 자기가 태어난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항상 언행을 신중히 하였다. 입적문제는 부성원칙과 부계호적 편제의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결코 인권문제로 볼 수 없으며 국가에 의한 호적 관리, 부성에 의한 족보 관리상 다른 가문(다른 성씨)에서 시집을 온 여성이 입적해야 함은 기록편의상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이혼하면 출적되는 것이고, 독립하면 분가하여 새로운 호적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주민등록법상 전입하면 전입신고, 전출하면 전출신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그리고 무엇이 "권리침해"라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