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효자는 더 받고 불효자 못 받는다
상속 보장해 주는 ‘유류분’ 제도
헌재 47년 만에 위헌 취지 결정
“패륜적 자녀·부모는 배제해야”
고인의 형제·자매 권리는 폐지
이슬비 기자 입력 2024.04.26. 03:14 조선일보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헌법재판소가 지난 1977년 민법에 도입된 ‘유류분’ 제도의 주요 내용에 대해 처음으로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고인(故人)이 유언으로 상속에서 제외한 자녀, 배우자, 부모와 형제자매도 무조건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현행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25일 ‘패륜적 자녀와 부모는 상속에서 배제해야 한다’ ‘부모를 오래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는 상속에서 혜택을 받게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결정했다. ‘패륜에 따른 상속 배제’에 대해 헌재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고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면서 “민법 1112조 1~3호가 유류분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또 헌재는 “(민법 1118조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그 보답으로 고인으로부터 재산 일부를 증여받았더라도 (다른 유족의) 유류분 반환 청구가 있으면 (고인에게서) 증여받은 재산도 반환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는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했다. 헌재는 민법 1112조 1~3호, 1118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내년 12월 말까지 개정하라고 했다.
헌재는 고인의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민법 1112조 4호에는 위헌 결정을 내려 즉시 무효로 만들었다.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상속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는데도 유류분을 주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류분(遺留分)
고인(故人)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뜻한다. 현행 민법상 고인이 가족 아닌 제3자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유언을 해도 상속인이 유류분만큼은 받을 수 있다. 유류분은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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