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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서구 심곡천에서 만난 사람과 자연
심곡의 뜻은 깊은 골짜기라는 뜻으로 우리말로 ‘깊이울’이다. 심곡천은 서구 천마산에서 발원하여 공촌천, 시천천과 더불어 서구 매립지를 통과하여 황해에 유입되는 지방하천이다. 대략 7.75km로 청라호수공원과 공촌천이 함께 연결되어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 좋은 장소다.
▲ 심곡의 뜻은 깊은 골짜기라는 뜻으로 우리말로 ‘깊이울’이다. 심곡천은 서구 천마산에서 발원하여 공촌천, 시천천과 더불어 서구 매립지를 통과하여 황해에 유입되는 지방하천이다. 대략 7.75km로 청라호수공원과 공촌천이 함께 연결되어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에 좋은 장소다. 사진은 심곡 2교와 ifez.
심곡 2교에서 출발하여 걸어보았다. 입구에는 쥐똥나무의 까만 열매를 열심히 따 먹고 있는 비둘기가 보인다. 노란색의 아치교가 우뚝 솟아 유치원으로 초대하는 듯한 손길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표표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와 자전거길에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의 정열이 눈에 띈다.
근처 초은초등학교에 다닌다는 6학년인 김태규, 손찬율, 최경준, 박시윤 군을 만났다. 호수공원으로 농구를 하러 가는 중이라는데 어른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하고 점잖아 보였다. 모르긴 해도 건전하게 청소년 시기를 잘 보내고 있는 모범생으로 보인다.
▲ 심곡천에서 만난 김태규, 손찬율, 최경준, 박시윤 군.
보기만 해도 밝은 기운이 전해 오는 듯한 멋진 아이들이다.
먼저 박시윤 군은 심곡천을 걸을 때마다 공기가 좋다는 느낌이며 가끔은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알려준다. 최경준 군은 동물이 많이 살아서 좋단다. 손찬율 군은 걸어갈 때마다 오리나 이름 모를 새들이 보여 귀엽다며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또 김태규 군은 하천 가까이 가면 물이 깨끗해 보이지 않고 안 좋은 냄새가 나기는 해도 친구들과 함께 운동할 수 있어서 심곡천이 좋다고 의젓하게 말한다.
네 명의 아이들은 바른 언어 사용까지 하는 친구들이라 미래를 맡겨도 될 믿음이 팍팍 와서 기쁘다.
심곡천에는 갈대가 많다. 또 산책로에는 장미가 심어져 있어 꽃이 피었을 때는 향기가 진동했을 짐작된다. 가을에 피었던 장미가 추위에 꽃송이째 지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지나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를 줬다면 그것으로 감사히 여기며 추앙해본다.
▲ 심곡천에 피었다 진 장미.
▲ 이명일 씨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는 노인이 보여 가까이 왔을 때 인사를 했다. 부천에 사는 이명일(70) 씨로 93년도에 소래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다 척수장애를 입어 30년째 휠체어를 이용한다고 하여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창 일할 나이인 마흔에 사고를 입었으니 그 이후의 삶이 어떠했을지 생각해 보니 먹먹하다. 하지만 나름 열심히 운동을 하며 살고 있다고 하여 마음이 놓인다.
장애인 활동보조원이 있는 주중에는 인천대공원이나 부천수목원으로 나들이 가고 그 사람이 안 오는 주말에는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심곡천에 온다며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한데 심곡천에 나오면 공기가 좋고 산책로의 노면이 울퉁불퉁하지 않아 휠체어 타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소래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가 헉헉대며 오른 정상에서 그 시절 패러글라이딩으로 여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몹시 부러워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해 미안했다.
홍삼 사탕 세 알을 내미니 예의 겸손한 태도로 받아 가방에 넣는다. 그 가방 안에는 오래된 폴더폰이 보여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남은 인생은 더 아프지 말고 부디 행복한 일만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 가마우지 날개 털기
▲ 한화현 씨
유난히 많은 새들이 보인다. 가마우지가 하천 한가운데 나뭇가지에 앉아 날개를 활짝 펴고 퍼득이며 물기라도 털어내는 포즈를 취한다. 물닭이나 청둥오리는 자맥질에 여념이 없다. 왜가리, 중대백로의 여유로운 자태는 아무래도 선비 기질로 보여 촐랑대는 새까만 가마우지보다는 고고하게 보인다. 이곳 심곡천에 새들이 많이 보이는 것은 먹을 것이 풍부하다는 뜻으로 가만히 물속을 들여다보니 왕우렁이 새끼들이 제법 보인다.
헬멧과 선글라스까지 쓴 멋진 한화현(74) 씨는 가정동에서 자전거로 매일 두 시간씩 공촌천까지 한 바퀴를 돈다. 심곡천은 장미를 심어놓아 꽃을 볼 수 있어 좋고 갈대가 무성해서 초록일 때는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철새들의 평화로운 모습에 눈과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쉬지 않고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계산동에 살다 4년 전에 가정동 루원시티로 이사를 한 후, 순환하는 자전거 코스 길이 마음에 들어 지인하고 오는데 오늘은 그 사람이 먼저 다녀갔다고 하여 혼자 나온 길이라고 전한다.
▲ 징검다리
▲ 청둥오리
여름철에 모기에 물리면 박주가리를 꺾어 흰 즙을 바르면 가려움이 가신다고 숲 체험할 때 배운 내용이 기억난다. 가을에는 박주가리 열매가 으름 열매처럼 매달려 있다가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에 흩날린다. 아무래도 씨앗을많이 퍼뜨려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영리한 식물 같다. 하천에는 박주가리 열매에서 삐져나온 씨가 성냥개비처럼 끝에는 갈색이고 하얀 털은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낀다.
심곡천 상류까지 가는 사이 심곡 1교, 원창교를 지났다. 왕우렁이가 징검다리 돌에 붙어있고 청둥오리들은 반상회라도 하는지 한 곳에 모여 있다. 그 중간에 사람들의 접근을 살펴 보초라도 서는 듯 왜가리와 중대백로가 껑충하게 서서 지켜본다.
심곡천에 군데군데 쓰레기가 보이고 물이 탁해 오염이 걱정된다. 새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지만 더 많은 새들이 찾아올 수 있는 하천 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하여 쓰레기도 줍고 여름철에는 그늘에 쉬어갈 수 있는 나무 심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시민들과 새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기를 바라본다.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