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어머님이 상담실에 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생님, 육아서를 다섯 권이나 사서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는데요. 이상하게 읽을수록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더 모르겠어요. 자꾸 제가 뭘 잘못하고 있나 싶고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육아서를 읽은 뒤 오히려 마음이 더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도, 부모로서 노력하지 않아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책에 적힌 내용을 하나하나 자신의 양육과 비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1. 책 속의 부모는 지치지 않습니다
육아서에는 아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면 좋은지 구체적인 방법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을 실제 생활에서 적용해야 하는 부모에게도 하루의 피로와 감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도 있고, 회사에서 힘든 일을 겪은 날도 있습니다. 아이가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부모도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배운 것처럼 차분하게 반응하지 못한 순간,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좋은 부모라면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육아에 이미 충분한 부담이 있는데, 여기에 ‘나는 좋은 부모인가?’라는 자기평가까지 더해지는 것입니다.
소아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부모에게 필요한 것이 완벽함이 아니라 ‘충분히 괜찮은 부모(good enough mother)’라는 개념을 이야기했습니다. 부모가 매 순간 완벽하게 반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했을 때 관계를 다시 회복해 나가는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도 그런 경험은 중요합니다.
부모가 실수할 수 있고, 사과할 수도 있으며, 서로 다시 마음을 맞춰갈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아이는 관계가 언제나 완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웁니다.
그러니 오늘 아이에게 짜증을 냈다고 해서 좋은 부모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좋은 부모는 실수하지 않는 부모가 아니라, 실수한 뒤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부모에 가깝습니다.
육아서의 조언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내용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부모
의 규칙’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좋은 조언이 오히려 부모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2. 서로 다른 말들이 동시에 쏟아집니다
육아서를 여러 권 읽어본 부모라면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어떤 책에서는 “아이에게 분명한 한계를 알려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책에서는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단호한 훈육을 강조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감과 수용을 강조합니다.
그러다 보면 부모는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보다,
“도대체 어느 책이 맞는 거지?” 를 고민하게 됩니다.
사실 육아에는 모든 상황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하나의 정답이 있기 어렵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육아서의 조언이 때로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감’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유명한 요리사가 “설탕 10g, 소금 3g을 넣으세요.”
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짜지도 달지도 않게 적당히 넣으세요.”
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말의 의미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요리를 하려면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육아도 비슷합니다.
“단호하게, 하지만 다정하게.”
“아이의 감정을 존중하되 한계는 분명하게.”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규칙은 지켜주기.”
모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떼를 쓰고 있는 그 순간, 어디까지 받아주고 어디서부터 제한해야 하는지는 책 한 문장만으로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아이의 나이와 기질, 부모의 성향, 그날의 상황과 가족의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 육아서를 읽고도 혼란스러운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좋은 조언을 모두 완벽하게 적용하려고 할수록 부모는 자신의 판단을 점점 믿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3. 책 속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닙니다
육아서에 등장하는 아이는 결국 특정한 기질과 환경을 가진 한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내 아이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같은 이유로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얻기 위해 떼를 쓸 수 있고, 어떤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아직 어려워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피곤하거나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같은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비슷해도 그 배경은 다를 수 있습니다.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마다 타고난 기질이 다르고, 스트레스를 견디는 방식도 다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아이와 관계를 맺는 방식 역시 서로 다릅니다. 그런데 책에 나온 이상적인 양육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려고만 하면,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다른 부모들은 잘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어렵지?” 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좋은 부모의 정답’을 찾는 것보다, 나와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똑같은 아이가 없듯이, 세상에 똑같은 부모도 없습니다.
그리고 ‘나’와 ‘내 아이’가 만나는 방식 역시 하나뿐입니다.
그렇다면 육아서를 읽지 말아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육아서는 여전히 부모에게 좋은 정보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책의 문장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라 ‘우리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참고자료’로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은 뒤에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방법이 우리 아이에게도 맞을까?”
“지금 우리 가족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일까?”
“이 조언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우리 상황에 맞게 바꿀 수 있을까?”
육아서의 역할은 부모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도록 돕는 것일 수 있습니다.
육아서는 정답이 담긴 해설지가 아니라, 필요할 때 펼쳐보는 참고서에 가깝습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육아서를 읽으며 불안해졌다면, 그것은 부모로서 부족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책의 문장 하나하나를 자신의 양육과 비교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순간 완벽하게 반응하는 부모가 아닙니다.
오늘 조금 서툴렀다면 내일 다시 시도하면 됩니다.
아이에게 미안했다면 사과하면 됩니다.
잘되지 않았다면 왜 어려웠는지 함께 살펴보면 됩니다.
그렇게 부모와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둘만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양육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육아서의 정답을 맞히려고 애쓰기보다,
‘우리 아이에게는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어떤 부모이고 싶은가?’
를 천천히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매뉴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책 속 지침과 현실의 양육 사이에서 계속 길을 잃거나,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조급해진다면 혼자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에서는 아이의 행동만을 바라보기보다 아이의 기질과 발달 특성, 부모의 양육 방식과 어려움, 부모와 아이 사이의 상호작용을 함께 살펴보며 각 가정에 필요한 방향을 찾아갑니다.
아이를 책의 기준에 맞추기보다, 우리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세요. 로뎀심리학습상담센터가 부모님과 아이에게 필요한 심리·학습적 이해와 양육의 방향을 함께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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