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농민신문 공동기획] 명의에게 듣는다 (26)류머티즘성 관절염
관절 둘러싼 활막에 염증 발생 증세 악화되면서 관절 모양 변형
주로 손·무릎 등에서 증상 나타나 내버려 두면 폐·심장 등으로 번져 조기 진단·적기 치료 ‘중요’
최근 효과 빠른 약제 나오고 있지만 비싸고 부작용 있어 주의해야
체중 증가하면 관절에 부담 커 식사량 조절하고 적당한 운동 필요
류머티즘성 관절염(이하 류머티즘)은 손과 손목, 발과 발목 등을 비롯한 여러 관절에서 염증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아직 자가면역현상의 하나라는 것 외에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외부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면역계에 이상이 생겨 오히려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현상을 자가면역이라고 한다.
류머티즘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은 후 발병하기 쉽고 여자에게 좀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머티즘에 걸리면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기면서 단핵구·림프구를 비롯한 백혈구들이 관절로 모여들게 된다. 그 결과 관절액이 증가해 관절이 붓고 통증을 느끼는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염증이 지속되면 염증성 활막조직들이 점차 자라나면서 뼈와 연골을 파고들어 관절의 모양이 변형되고, 관절을 움직이는 데 장애가 발생한다.
류머티즘의 증상은 전구증상과 관절증상, 관절 외 증상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초기에는 3분의 2 정도의 환자에게서 피로감·식욕부진·전신쇠약감 등 애매모호한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해져 움직이기 어렵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서(1시간 이상) 풀리는 조조강직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전구증상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 주로 손에서 증상이 많이 발견된다.
류머티즘의 염증은 손가락 중간 마디와 손가락이 시작되는 관절 부위에 잘 침범하지만 손가락 끝마디 관절은 비켜가는 경향이 있다. 염증이 침범된 관절은 만지면 아프고 움직임이 제한되며, 손바닥에 홍반이 동반되기도 한다. 주먹을 꽉 쥘 수 없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증상은 진단뿐 아니라 질병의 활성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릎관절의 염증 침범 역시 많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릎이 부어오르고 압통이 있으며 심하면 걷기가 불편하고 잘 굽혀지거나 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팔꿈치, 발가락과 발목, 턱관절에도 염증이 침범할 수 있다. 척추관절은 보통 증상이 드러나지 않으나 1번과 2번 목등뼈가 이어지는 부위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류머티즘은 관절 이외에도 여러 장기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팔꿈치·손가락·치골·아킬레스건 등에 생기는 딱딱한 결절을 피하결절이라고 하는데, 이는 관절의 염증 정도와 상관관계가 있다. 이 경우 빈혈을 자주 동반하기도 한다. 염증이 심장·폐를 침범하거나 혈관염 등의 형태로 나타나면 병의 경과와 치료결과가 나쁘게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장기간 염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2차적인 장기부전을 가져올 수 있다. 드물게 림프종이 발생하기도 한다. 염증이 전신에 침범하면 발열, 전신쇠약감, 체중감소, 호흡곤란, 림프절 증대 등이 생길 수 있다.
류머티즘을 확실하게 진단하는 단독 혈액검사법은 아직 없다. 그렇지만 특징적인 증상, 특히 류머티즘 인자나 항CCP(시시피)항체 여부, 염증수치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는 혈액검사, 방사선학적 징후 등을 종합해 의사의 판단으로 진단한다.
류머티즘에는 다양한 약제가 치료제로 사용된다. 비스테로이드 항염제와 저용량의 글루코코르티코이드(스테로이드)는 염증을 개선해 질병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진행을 완전히 억제하지는 못한다. 항류머티즘 약제는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결과가 좋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투여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류머티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염증물질인 TNF(티엔에프), IL(아이엘)-6 등을 차단하는 약제들, 면역세포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약제가 사용되고 있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약제들도 다양하게 개발돼 쓰이고 있다. 이러한 약제들은 기존의 항류머티즘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류머티즘성 관절염에서 70% 이상 증상을 호전시키며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고 일부에서는 잠복결핵의 활성화와 같은 부작용이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의논한 뒤에 투약해야 한다.
류머티즘은 치료하지 않으면 2년 이내에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 관절에만 증상이 있는 환자의 수명은 일반인과 비슷하지만 폐·심장·혈관 등 주요 장기에 염증이 침범한 경우 병의 경과와 치료결과가 좋지 않아 수명이 단축되기도 한다.
류머티즘 환자의 체중 증가는 관절에 부담을 준다. 특히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사용 때, 혹은 염증이 조절돼 식욕 증가가 있을 경우 식사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환자 교육프로그램 참여와 증세에 맞춘 적당한 운동과 휴식이 권장된다. 증상이 악화됐을 때는 관절을 쉬게 하면서 염증의 회복을 기다리고 염증이 가라앉으면 근력을 강화하는 적극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어 운동을 하더라도 주의해야 한다. 류머티즘을 예방할 확실한 방법은 아직 없지만, 전문의에 의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관절 변형을 줄이며 나아가 완치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이은영 교수는…
경희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울산대학교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서울대학교병원 류머티즘내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은 류머티즘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통풍, 루푸스, 쇼그렌 증후군, 기타 자가면역질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