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거의 막바지에 달한 바이든 정부가 '칩스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도 보조금이 확정되었습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예비거래각서 체결과 부처 차원의 실사 완료에 이어 반도체법에 의거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47억4천500만 달러(약 6조 9천억원)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트럼프는 칩스법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기에 바이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반도체 보조금을 확정하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리스크가 상당히 클 것으로 우려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최종 결정으로 인해 보조금을 못 받는 불상사는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소 아쉬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PMT)를 서명할 때 발표한 64억 달러(약 9조2천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47억4500만달러(약 6조 9000억원)으로 26% 감액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에서도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4월 PMT 서명 당시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의 규모와 투자 대상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총 4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의 시설투자 규모는 7.5%(30억 달러)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미국은 보조금 액수를 낮추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한편 칩스법 문제가 해결된 후, 새로운 문제가 반도체 업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바로 K-칩스법입니다. K칩스법은 현재 15%인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을 20%로 높이고, 연구개발(R&D) 시설투자 세액공제율도 지금보다 높이는 내용입니다.
현재 전세계는 반도체 패권을 위해 총성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미국이 칩스법을 통해 자국에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에게 공장을 지으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중국 역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는 중입니다.
실제로 미국은520억 달러를 쏟아붓고, 유럽연합은 430억 유로, 중국은 1조 위안 규모의 반도체 펀드, 일본은 자국 기업 라피더스에 2조엔 보조금 지원 등 모든 선진국들이 반도체 산업에 진심으로 밀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비상계엄 여파와 탄핵 정국으로 국회의 행정이 거의 올스톱되면서, 그동안 거론됐던 K-칩스법이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입니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의 입지를 공고히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말 그대로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상황이죠.
정치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한번 기술이 밀리면 쫓아가는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합니다.
반도체의 황제라 불리던 인텔이 왜 지금처럼 몰락하고, 엔비디아가 어떻게 세계 시총10위에 올랐겠습니까...
즉, 지금 정치권은 "기업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게 나중에 어떤 후폭풍으로 다가올지 전혀 예측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칩스법이 단순하게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반도체 기업에게 지원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삼성전자와 관련된 국내 1차 협력사는 700여곳에 달합니다.
그리고 3차까지 합하면 2000여 곳이 이 반도체 생태계 안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한국경제와 직접적인 연결 관계에 있는 반도체 지원을 늦추면 늦출수록 이런 후폭풍은 더욱 거대해질 것이므로,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