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에 살거나 노숙하는 장년층은 가정에서 버림받은 사람이 많다.
대개 조현병에 걸려 버림받은 아픔마저 잊어버리고 살지만,
평범한 사람은 상처가 독이 되어 자기 몸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현병이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나 행동, 정서적 감수성이 무디어진 정신질환을 말한다.
다소 생소한 ‘조현병’이란 병은 정신분열병에서 바뀐 말이다.
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사회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다.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아 사우나탕에 목욕하러 갔다.
요즘은 서울시에서 준 동행 목욕권으로 자주 ‘남대문사우나’를 찾는다.
예전 같으면 샤워나 하다 명절이나 돼야 목욕탕에 갔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목욕탕 가는 복에 없는 호강을 누린다.
사실 이삼 년 전만 해도 쪽방 사는 빈민들은 괴죄죄한 가난의 티가 줄줄 흘렀는데,
요즘은 철마다 나눠 준 새 옷에다 자주 씻어 그런지, 잘 사는지 못 사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이 많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나 공평하진 못하다.
서울특별시민의 특혜를 넘어 쪽방 주민의 특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대문사우나’를 가려면 서울역과 서울로를 거쳐서 간다.
서울역은 동자동에서 지척이지만, 별일이 없으면 잘 가지지 않는다.
동행 목욕권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돌아보게 되는데,
노숙인들이 어디로 쫓겨났는지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그러나 서울역 노숙을 고집하는 김지은씨는 남아 있었다.
조현병이 있는 김지은씨는 집 나와 서울역을 떠돈 지가 팔 년이 넘었다.
그를 본 지가 두 달은 족히 된 것 같은데, 동짓날 주인 없는 움막에 갖다 놓은 초상사진은 봤냐고 물었더니,
텐트 안에 모셔놓은 액자를 들고 나와 자랑한다.
벌금에 잡혀 20일간 감방 살다 오니 움막은 철거했으나, 사진액자와 옷 보따리는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시로 텐트를 사용하지만, 다시 움막을 만들 것이라 했다.
공사현장 자재를 가져오면 또 감방 갈 텐데, 그의 고집 아닌 움막에 대한 집념은 아무도 못 말린다.
동자동으로 돌아오니, 김상진씨가 죽은 사람 만난 듯 반긴다.
전해주지 못한 초상사진을 달라지만, 집에 있어 다음에 줄 수밖에 없었다.
김상진씨는 지난 년 말에 치룬 ‘버려진 사람들의 초상’이란 전달전 제목이 자기 말처럼 들렸다고 한다.
영광이 고향인 김상진씨는 부모에 대한 원망을 넘어 원한이 되어 버렸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기보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것이라며, 미워도 부모는 부모라 했더니,
잊었던 일이 떠올라 화가 치솟는지 자리를 떠나 버렸다.
무슨 철천지원수가 되어 술에 의지해 사는데,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새해에는 부디 마음의 상처가 아물었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