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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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에게
안병석
배형, 나 오산이요
한낮을 휘젓던 방패연이
추석 지나 더디게 오른 달을 보듬고
은계성당 느티나무에 숨어 있소
천변 무궁화는 오래도 피어
길을 비추고 있소
붉어진 속을 오므린 저 무궁화 한 송이
누구든 앙가슴에 달아 드리면
황구지 물 묽어지듯 이편 저편
갈라진 반쪽이 조금은 수더분해지지 않겠소
예산댁이 경영한다는 오색시장 부영식당
가마솥이 펄펄 끓고 있소
시큼한 시 한 줄
녹녹해진 국밥 한 그릇
문 틈에 기대 선 가로등과 겸상을 하는데
예산댁 술국 한 사발 덤으로 내밀고 있소
비운 잔에 차오르는 옛 노래는
어디 쯤 어둠을 건너는지
타향 아닌 사람 얼마나 되겠소
난 늦기 전에 별빛이나 훔쳐 가겠소
오산 사람 오산으로 길이길이...
혼자만 취해 미안하오. 배형 잘 자오
첫댓글 유난히 더운 여름
그래서 더욱 간절하던 가을이 왔습니다.
회원님
가정에 평온과 행복이 충만한 가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윤민희 고문 님(:
여름에 밀려날 뻔했던 가을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지던 소중한 가을이
우리 곁을 찾아주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