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정수(精髓)가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바버라 오클리의 『나쁜 유전자』를 읽다가, 이 말에 눈이 꽂혔다. 꽂혔다는 것은 공감을 했다는 것이다. 공감을 했다는 것은 내
삶의 영역에서도 이런 사례를 허다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일종의 성공이다. 삶의 성공에 대해서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일반적이고 세속적인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 중에 ‘정수(精髓)’와 ‘인간쓰레기’가 정확히 반반인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방법이 이 두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는 것은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는
증거이다.
말할 것도 없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정수’가 아니라, ‘인간쓰레기’이다. 왜 ‘인간쓰레기’라는 평판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 또는 성공을 하는가? 히틀러, 무솔리니, 폴 포트,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아나스타시오 소모사, 사담 후세인, 이디
아민……. 기괴하고 사악한 지도자로 악명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악하다는 것은 사람들을 잘 살게 한 것은 미미한 데 반해, 많은
사람들을 억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이런 부류의 사악함을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우리를
혼돈스럽게 만드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료, 관리자, 회사원, 공무원 등의 사람들 중에서 사악한 사람들의 빈번한
성공이다.
바버라는 이런 부류의 사악한 사람을 ‘마키아벨리주의자’, 또는 ‘사이코패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자신의 이기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자기가 가진 매력이나 조작, 협박 및 폭력을 사용하며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도덕관념과
감정이 부족해 일말의 죄의식이나 후회도 없이 사회적 규범과 기대를 저버리고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냉혈한 방법으로 손에 넣고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약탈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나 인간쓰레기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속성을 너무나 명쾌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엇이 사악하게 만드는가? 『나쁜 유전자』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바버라 오클리는 사악함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는다. 바버라는 뇌 영상
과학을 바탕으로 신경전달물질, 시냅스, 세로토닌, 사이코패시, 사디즘, 나르시시즘, 경계선 인격 장애, 기능 장애, 실행 장애 등의 용어를
동원하여 심리학, 사회학, 생물학을 넘나들며 그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원인이 유전자에만 있고, 그 증상이 신경전달물질에만 관련이 있다면,
과학적이고 질병적인 차원으로 접근하여 신경전달물질 등을 조작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환경적 요인에 따라 변수가
많고, 경미한 반사회적 특성은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왜 이런 사람들이 자주 성공하는가?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점이 가장 궁금할 것이다. 궁금하기보다는 이미 다 알고
있는데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정확한 것인지도 모른다. 위에 말한 사이코패스의 정의에서 찾는다면, 성공 요인은 ‘자기가 가진
매력이나 조작, 협박 및 폭력 등’이라 할 수 있다. ‘매력’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타고난 지능, 훌륭한 기억력, 비범한 말솜씨, 격조 높은
풍채 등이다. ‘조작, 협박 및 폭력 등’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험담하기, 아첨하기, 개인적인 권력 구축하기, 자신의 실적을 장밋빛으로 과장해서
보고하기, 반대자를 악마처럼 만들기, 자산 유용하기 등이 될 것이다. ‘매력’이 커질수록 ‘정수(精髓)’에 가까워질 것이고, ‘조작, 협박 및
폭력 등’이 커질수록 ‘인간쓰레기’에 가까워질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 경쟁할 때 누가 이길까. 사악한 사람과 덜 사악한 사람. 기만적인 사람과 덜 기만적인 사람. 이기적인 사람과 덜
이기적인 사람. 조작을 위한 책략이 뛰어난 사람과 덜 그런 사람. 전자가 이기는 비율이 많고, 그러한 사례가 반복되고 누적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성공에 대한 욕망도, 오늘날과 같은 경쟁도 줄어들지 않는다면, 또한 거기에다 구체적인 노력과 과정들이 다 설명되지 않으면서 그 결과들이 능력으로
대부분 인정된다면, 덜 이기적이고 덜 사악한 사람이 계속 그런 상태로 남아있으면서 경쟁하게 될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볼 때,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 중 ‘인간쓰레기’보다는 ‘정수(精髓)’가 더 많을 것이라고 믿으며, 『나쁜 유전자』 속에 나온 다음 말의
의미를 곱씹어 본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이 진짜로 칼을 더 깊이 찔러 넣는 법이다.’
기사입력: 2016/12/18 [17:54]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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