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일만성철용 | 날짜 : 10-06-12 12:54 조회 : 1969 |
| | | 십장생(十長生) 학 이야기
동양인들은 학(천연기념물 제202호)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도교에서 장수하는 신선들이 타고 다닌다는 학을 ‘선학(仙鶴)’, ‘선금(仙禽)’이라 말한다. 우리나라는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서 더욱 그런 것도 같다. 예로부터 한국인이 숭상하는 선비의 이상적 성품을 학에 비유하여 말하기도 하였다. 몸을 닦고 마음을 실천하는 선비를 학명지사(鶴鳴志士), 선비가 은거하며 도를 닦지 못함을 탄식하는 것을 학명지탄(鶴鳴之歎)이라 하고, 그런 선비들의 외롭고 쓸쓸함을 학고(鶴孤)라 하는 것이 그 예다.
조선 시대 지체 높은 선비들이나 벼슬아치가 즐겨 입던 옷에 학창의가 있다. 학의 모습을 본떠 소매가 넓고 뒤 솔기가 학의 날개처럼 갈라진 흰 창의(氅衣) 가를 돌아가며 검은 헝겊으로 넓게 꾸민 웃옷이 학창의(鶴氅衣)다. 조선시대에는 문무관의 관복에 흉배(胸背)를 달았다. 문관은 학, 무관은 호랑이를 품계(品階)에 따라 그 수를 각각 달리하여 붙였다. 이때 문관들을 학반(鶴班)이라 한다. 우리 조상들은 도자기, 그릇, 문갑이나 함, 필통, 베갯모 등에 학 무늬를 즐겨 그렸다. 학은 장수와 행복과 풍요의 상징하기 때문이다. 장수를 축하하는 말에 학수(鶴壽)라는 말이 있다. 머리는 학의 깃처럼 하얀 백발이지만 얼굴은 아이들 같이 붉고 윤기가 도는 노인을 학발동안(鶴髮童顔)이라 하면서 장수를 축하여 말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천년을 산다고 믿고 있는 학의 실제 수명은 몇 년이나 될까? 조류서적을 살펴보면 학은 야생 상태에서는 약 30년을, 미국의 동물원에서는 최고 85년까지 살았다는 기록이 보인다. 세계인의 평균수명이 66세라니 학은 인간보다 단명한 새다. 십장생(十長生)은 ‘해· 달· 산· 내·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로 말하기도 하지만 ‘해· 돌· 물· 구름·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거 북·학· 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 중에 생명이 있는 동식물로는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여섯뿐이다. ‘불로초(=영지 2년), 대나무(60년), 학(30~40년), 사슴(15~17년)‘’은 사람보다 단명한 동식물이라니 십장생 중 ’소나무와 거북‘만이 사람보다 장수할 뿐이다.
창덕궁 소장 ‘십장생도(十長生圖)’를 자세히 살펴보면 장수의 상징인 소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는 학의 그림을 볼 수 있는데 이도 잘못된 것이다. 학은 늪지에서 사는 새요, 소나무에 둥우리를 틀고 사는 새는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나 백로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논밭이나 강가에서 흔히 보는 자그마한 흰 새는 학이 아니라 백로(白鷺)다. 백로는 학보다는 1/3 정도로 작은 새로 희고 깨끗하여 청렴한 선비를 상징하는 새다. 그래서 시문이나 화조화(花鳥畵)에 자주 등장한다. 학을 두루미라고 하는데 학은 한자어요, 두루미는 순 우리말이다. 두루미라고 하는 것은 수놈이 ‘두-’하고 선창하면 암놈이 ‘두루, 두루-’하며 따라 운다 해서생긴 말이라고 문헌에 전한다. 그러나 황새는 두루미와 달리 명관(鳴官)이 없어 울지를 못한다. 부리를 부딪쳐서 ‘고록 고록, 가락가락’ 둔탁한 소리를 낼 뿐이다. -학 이야기 1편
*. 일산 호수공원의 홀아비 단정학(丹頂鶴)/ 인터뷰 기사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자연학습장에는 단정학(丹頂鶴) 홀아비가 외롭게 살고 있다. 이 학은 1997년 고양시 호수공원에서 열린 제1회 꽃박람회 축하로 고양시와 자매결연한 중국 흥룡강성 치치하얼(齊齊哈爾) 시로부터 시민의 장수와 영원한 평화를 기원하는 뜻으로 기증받은 한 쌍의 학 중 수컷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암컷이 10여 년 전 다리 염증을 치료하다가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필자는 오랫동안 이 외로운 홀아비 단정학을 살피며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위로하곤 하였다.
십장생(十長生) 홀아비 학(鶴)이 짝을 잃고 혼자 산다. 청아한 목소리로 때때로 울부짖으며-. 우리 집 여보, 당신도 저리 살다 가겠지-. -홀아비 단정학(丹頂鶴)
오늘은 호수공원관리소 자연학습원을 찾아 학 관리원 이상영씨(43세)에게 몇 마디를 물어보았다. 학을 장가보내 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곳을 찾는 고양 시민들이 외롭게 사는 이 단정학의 짝을 구해 줄 수 없는가를 묻는 이가 많습니다. 작년인가요. 세계 단정학의 1/4이 산다는 이 새를 기증한 치치하얼(齊齊哈爾) 시와 교섭을 하였더니 학은 함부로 사고 팔 수 없는 국제보호조인데다가 마침 조류독감이 성하던 때라 무산되고 말았데요. 게다가 두루미와 황새는 철저한 일부일처(一夫一妻)를 하는 새라서, 낯선 암놈을 울안에 넣었다가는 부리로 쪼아 죽일지도 몰라서 함부로 짝을 지어 줄 수도 없답니다.
-저는 이 단정학을 5년째 관리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1년 5개월이나 걸려 겨우 친해졌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 학을 만져 보는 것은 고사하고 30cm이상 접근할 수가 없을 정도로 경계심이 깊은 새입니다. 자기가 아주 기분이 좋을 때 부리로 툭 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흔한 일은 아니지요.
-학이 기분 좋아 할 때는요. 하루 세 번 먹이 줄 때와 수족관을 깨끗이 청소해 줄 때에요. 그러면 들어가서 온 몸을 물에 담으며 씻고 부르르 털며 수족관 한 바퀴를 돌며 너울너울 한바탕 학춤을 출 때랍니다. 수족관이 지저분하면 일부러 자갈 같은 것을 수족관에 물어넣으며 심통을 부리기도 하지요.
-먹이요? 곡식이나, 부드러운 잎, 물고기, 곤충, 조개를 좋아 한다지만 여기서는 주로 미꾸라지를 아침 점심, 저녁 세 번 2kg씩 20마리 가량 먹이지요. 성질이 어찌나 깔끔한지 상한 것은 물론 죽은 것이나 싱싱하지 않은 것은 귀신 같이 알아차리고 절대로 먹지 않아요. 사람이 던져 주는 먹이를 먹으면 십중팔구 병에 걸린다는 것을 관람객들이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학의 울타리 관리상의 애로는요. 이 귀한 새 앞에서 사람들이 너무 소란하다는 것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53612264C12F27E0B)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한다는 소리가 저 새는 화투의 ‘5광 중 1광이다.’ 하든지, 옆 울의 금계 등을 ‘골든 치킨’이라고 농담하며 떠드는 것을 보면 가슴 아파요. 그보다 더 한 것은 건너편 새장에 아이들이 장난감 총 비비탄을 겨냥하여 쏘아대는 바람에 이를 머리와 다리에 맞은 두 마리의 귀한 새가 신경을 다쳐서 병들어 외롭게 앓고 있는 것이랍니다. -‘실버넷뉴스8기 수습기자’ 3차 과제 낙방거사 성철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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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만성철용 | 10-06-12 13:01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그 동안 저는 3월에서 5월에 걸쳐 기자 ilman을 꿈꾸며 과제물 3편의 기사를 써 왔습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인터넷을 열어보니 '설마 ilman이 떨어지랴' 하고 자신만만하던 기자 시험에 보기 좋게 낙방을 하고 말았습니다. 3달 꿈이 남가일몽으로 나무아미타불입니다. 이런 특수한 시험이란 거기서 필요로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어서 제가 제외된 것 같습니다. 지망을 사진기자로 선택해서 떨어진 것이라 자위해 봅니다. 그러면서도 그때 낸 과제를 다시 읽어보며 '어허! 망신이로고!' 하면서-. 쓸쓸히 패자의 고독을 씹어 봅니다.저를 천거해 주시고 도와 주신 최원현, 최복희 작가님께 미안한 감사 말씀 드립니다. | |
| | 윤행원 | 10-06-13 06:38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일만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위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버넷뉴스 기자시험에 낙방을 하셨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일만 선생님의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매체가 안타깝습니다. 무어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혼란스러운 마음입니다. 지난번에 건국대학교에서 일만 선생님을 만나고 너무나 반가웠는데...그리고 같이 기자생활을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는데...아무튼 다음 9기엔 한 번 더 도전을 해서 한국수필 출신의 여러 기자님들과 같이 활동을 했으면 합니다. 불원간 한국수필 여러 기자님들과 함께 자리를 마련하고싶습니다. | |
| | 일만성철용 | 10-06-13 09:26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반갑습니다, 윤작가님.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제가 지망 한 것이 사진 분야인 것이 잘못된 것 같았습니다. 산꾼이 조사 모집하는데 낚시군과 경쟁을 벌였으니 불문가지지요. 노익장이나 자랑하려고 한 그 벌을 톡톡히 받는 듯하구요. 지금 생각에는 앞으로 저를 부르는 데가 있어도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름대로 퍽 열심히 했는데 이는 훨훨 ilman대로 전처럼 살라고 인연을 주지 않았나 하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 |
| | 정희승 | 10-06-13 09:33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학 이야기이군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들에서 황새와 백로가 어울려 노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학도 많았고요. 그런데 요즈음은 백로 외에는 학을 보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버렸습니다. 제 기억의 심층에는 수양버들, 학, 푸른 들, 미꾸라지, 우렁이, 각시붕어, 송사리, 가재, 소금쟁이, 물방개, 마름, 개구리밥 이런 것들이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일산호수공원의 홀애비 단정학을 저도 가끔 봅니다. 간혹 걷기 위해 호수공원에 가는데 사육장을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저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홀로 된 학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아무튼 다음번에는 실버넷 뉴스 기자가 되셔서 좋은 글을 많이 쓰시기를 빌겠습니다. 실버넷 뉴스 측에서 엄청난 실수를 한 것만은 확실합니다. | |
| | 최복희 | 10-06-13 11:47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일만 선생님 아쉽습니다. 선생님만큼은 꼭 합격하시리라 믿고 제1차 교육때부터 제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는 합격 가능한 분들을 골라 하기로 했거든요. 기사 내용으로 봐서 이만하면 특종감인데요. 공연히 제가 죄송한 마음입니다. 언제 뵈요. | |
| | 일만성철용 | 10-06-16 10:34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감사했습니다, 최 작가님. 위 글을 인터넷으로 본 '실버愛' 월간 잡지사에서 '십장생 이야기' 연재를 청탁해 와서 7월호부터 연재할 예정입니다. 거듭 그동안의 배려에 감사 말씀 드립니다. | |
| | 임재문 | 10-06-13 12:53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학이야기가 재미 있습니다. 제 고향 뒷산에도 소나무에 둥지를 틀고 살던 하얀새가 학이 아니라 황새인것이 틀림없는것 같습니다. 또 목포교도소 뒷산에도 황새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목포교도소 근무할 당시 소나무위에 하얗게 앉아 있던 황새가 그립습니다. 우리 왕송호수에도 황새가 날아와 먹이 사냥을 하고는 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일만 성철용 선생님 ! | |
| | 최원현 | 10-06-18 12:57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일만 선생님 제 불찰입니다. 제가 마지막엔 한 번 짚어드렸어야 했는데 사실 전혀 걱정을 안 했었거든요. 헌데 원하는 것보다 잘 해 준 것이 화라면 화가 되는 이 원칙을 생각 못한 제 불찰입니다. 괜히 마음 상하게 해 드려 참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좋은 곳에 연재를 하시게 되었다니 그 또한 반가운 일입니다. 거듭 수고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제 불찰을 용서 하십시오. | |
| | 김자인 | 10-06-18 13:39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essay.or.kr%2Fgnu4%2Fskin%2Fboard%2Fbasic_writefree%2Fimg%2Fco_point.gif) | 일만 선생님, 선생님 같은 분이 정말 실버넷에 필요한 인재이신데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실버愛' 월간 잡지사에 연재를 하신다니 좋은 소식입니다. 내년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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