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겨울나무처럼
김 희 주
{이 글은 88회 경남여고 총동창회 (2015년 4월 23일) 회보 제 29호
43페이지에 올린 글입니다.}
싱그러운 풀내음이 물씬 풍기는 뒤뜰,
둥근 테이블 위에 내 마음 보다 더 붉은 천을 드리우고 수정보다
맑은 수반에 아스파라가스를 길게 내리고 위스키 잔엔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띄웠습니다.
그 식탁 위엔 당신의 어머니께서 정성껏 키워 오신 초록 채소로
조물조물 초록사랑을 무쳐놓고 기숙사에서 달려온 장남, 유머감각이
풍부한 차남,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고명딸이 둘러 앉아 당신을
기다리던 아름다운 저녁이 있었습니다.
10월 5일, 당신의 생신 때가 되면 우리 가족 이렇게 둘러 앉아 크고
듬직한 두 아들의 사랑을 어머니의 커다란 사랑의 보자기로 사방을 둘러
저의 질기고 긴 사랑의 끈으로 묶어 막내딸의 사랑으로 예쁜 꽃봉오리를
만들어 당신의 가슴에 한 아름 안겨 드렸습니다.
이런 가족의 사랑의 하모니로 힘겨운 이민생활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후딱 날아갔습니다.
좋은 일만 있을 줄 알았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암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시던 중 의사 선생님의 마지막 퇴원 선고에 병원 문을
나서면서 “애미야, 고맙다.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라고 하시며
둘이서 부둥켜안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습니다.
지금은 장미꽃 동산에 누워 계시며 아기 천사들과 천국을 거닐고 계실
어머니, 그 어머니께서 손수 키워 주신 손주들은 장성하여 아들, 딸 곱게
낳아 훌륭한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왁자지껄하던 우리의 봄날은 어느덧 지나가고
우리 부부의 머리 위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저 벌거벗은
겨울나무가 되었습니다. 가끔은 뒤뜰에 나가 꽃잎과 잎새를 뒤적이며
깔깔대던 그 웃음소리가 숨어있나 찾아봐도 스치는 바람결에 날아갔는지
들리지 않습니다. 싱싱하던 푸른 잎도 다 떨어져 나가고
세월의 비늘만 덕지덕지 앉은 나무 둥치엔 새 소리도 그쳤습니다.
그러나 비우면 비울수록 가릴 것 없는 그 나신(裸身), 가벼움의 미학을
알게 되었고 살아온 지혜로 빚어진 점과 점들의 만남이 직선, 곡선,
사선으로 한 그루의 조형미술을 탄생시켰습니다.
남은 건, 남은 것끼리 아름다워 집니다.
저기 벌거벗은 겨울나무처럼 우리도 살아온 날 하나하나 벗고 있지만
점과 점이 만나 멋진 선을 만들 듯 모양새 좋은 가지를 뻗어서 멋진
노년을 예술처럼 가꾸어 갑시다. 그리고 건강하게...
당신의 아내로 살아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2015년, 당신이 만들어 준 향천 글방에서 겨울나무를 바라보며.
첫댓글 가슴에 절절이 스며오는 글, 잘 읽었어요. 7순에도 살아있는 감성.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빛나는 글 많이 쓰세요. 반갑고 고맙소이다. 전해주신 물순이 친구도 오래만이오.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시길!
물순이 회원님 퍽 오랫만이군요! 좋은 소식, 멋진 삶의 한 단면, 한 모범 가정의 행복한 분위기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희주회원님 퍽 오랫만에 걸작, 가족,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좋은 글 게시해 주심에 독자들에게 노년을 더욱 활기차게, 행복하게 보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부모의 희생과 봉사로 세대와 세대는 끈끈한 정으로, 달콤한 행복으로 이어짐을 잘 대변한 한 편의 홈 드라마같은 작품입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음력설날을 기해 더욱 행복한 희주님이 되시길 기원합니댜.
버드나무님, 운영자님 무척 오랫만입니다.
저의 글보다 더 아름다운 댓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셔서 교대 3회의 카페가
항상 풍성하기를 바랍니다.
버드나무님 운영자님 정말 오랫만입니다.
잊지않고 댓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부부의 머리 위엔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저 벌거벗은
겨울나무가 되었습니다.'그렇게 세월이 흘러버렸네. 벌거벗은 겨울나무도 너무 우아하고 아름답기만 하더라.
이민생활하며 성공한 희주부부에게 존경을 보내며 건강하길, 그리고 동기님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물순이 친구, 보고싶다. 마음 한 구석은 친구를 위해 늘 비워놓고 있다.
40여년의 긴 우정이 이렇게 빨리 지나 갈 줄 몰랐다. 우리 할 일 다 하고 지금이
제일 편하구나. 항상 멀리서 사랑 보내 주어서 고맙다.
국은님, 아직도 왕성한 시작활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게을러서 이제사
제 2 시집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올해도 문운이 활짝 열리길 바랍니다.
우리 3회 동기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백세를 위하여 아자아자!
세월이 바람같이 흘러 각질이 두터워지고 손발이 무디어지면 고사목의 깊은 사연들이 새로운 의미를 가져다줄까?
"청산이 그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 밖에 ...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어라."
희주야! 오랫만! 정말 반갑구나.네 멋진글 연정이가 카톡으로 보내줘서 감명 깊게 읽었다.
답글과 소감은 네 카톡으로 보냈으니 시간 나면 읽어보렴. 우리 여학생 만의 고유 행사인 63회 희망도보
사진도 같이 보냈다. 반가운 얼굴들 찾아보렴.
산삼회 회원님들! 오랫만에 뵙네요. 모두들 건강하시죠? 영운이가 인사 드립니다. 반가워요.
영운, 카톡으로 보내준 63회 희망도보 중인 우리 여성 친구들 너무 곱고 아름답다. 도보가 역시 건강 지킴이 인가봐.
3회 카페에서 만난지 참 오랫만이다. 물순이가 나의 졸작을 올려서 부끄러웠는데 이렇게 카페에 귀한 걸음들을 하시니 우리 아직 살아 있네. 더 건강하게 자주 소식 나누기를 바라며 보고싶다. 라는 그 말 입에서 맴돈다. 고마워.
이게 우찌된 일인고! 얼마만인가? 초기 산삼회 발전의 큰 공로 자이신 영운님께서 심산유곡에서 입산수도하셨는기요. 그래도 이름 한 번이라도 살짝 비쳐주시니 산삼회원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오래 건강보존하셔 100세 시대에 걸맞는 시 공간을 초월한 희소식이 오고가길 기원합니다. 좋은 앞날, 올 따임 굿싱만 있길 축원합니다.
희주, 혜자와 카페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얼마만이니 홈페이지에서 만난 것이--
산삼회를 이끌어주시는 운영자님 버드나무님 그리고 국은님과도 정겨운 대화를 나누니,,
옛친구들이 그리워 집니다.
동기님들의 3기 사랑에 항상 감사드리며 홧팅!
정말 반갑습니다. 물순이가 이렇게 카페에서나마 모든 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특히 카페 운영자님 이렇게 카페를 잘 운영해 주심에 감사를 드리고 산삼회의 활약상 등 우리 3회의 끈기와 우정이 담겨있는 카페, 그리울 때 한 번씩 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