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사업제도, 갈지(之)자 행보에 시장 신뢰 상실.
정부가 지난 13일 임대주택사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그 동안 투기 원흉으로 지목 받던 임대주택사업이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한 구원 투수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정부는 양도세 감면 등 축소되거나 폐지됐던 세금 감면 제도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복안이다.
임대주택사업제도는 정부가 지난 96년에 처음 도입했다. 임대사업의 제도권 편입 및 양성화, 세원 발굴 등을 고려해 정부가 만든 제도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임대주택사업제도를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로 활용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취ㆍ등록세 감면 대상 확대, 보유세 감면,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조치를 잇따라 발표했다.
아울러 사업자 등록 기준을 5가구 이상에서 2가구 이상으로 완화, 진입장벽을 낮췄다. 특히 양도세 감면은 파격적이었다. 신축주택의 경우 5년 이상 임대 후 매각시 양도세를 100% 감면해줬다. 기존 주택은 5년 50%, 10년 100% 등의 세제 혜택을 부여했다.
그러나 임대주택사업을 보는 정부의 시각은 일련의 가격 상승기를 거치면서 투기 원흉으로 변했다. 취ㆍ등록세 감면 등 각종 세제혜택이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특히 양도세 감면 폐지(2001년 말)는 사업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국세청 등 세무당국의 임대주택사업 양도세 감면 폐지에 대해 전문가 뿐 아니라 관련 업계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다 주택 보유자에게 세제혜택을 줄 수 없다며 밀어 부쳤다. 결국 임대주택사업자의 처지가 몇 년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 같은 과거 이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다시 부동산시장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임대주택사업제도를 들고 나섰다. 경기가 침체될 때는 임대주택사업제도를 분양시장의 활력소를 불어넣는 ‘구원 투수’로 활용했다가 과열되면 ‘투기의 원흉’으로 모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일관성 상실은 시장의 신뢰 저하로 연결되고, 나아가 정책 불신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발표된 임대주택사업 지원책에 대해서도 시장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 탓에 기존 사업자도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선뜻 임대주택사업에 나설 사람이 있겠냐는 것이다.
이남수 조흥은행 PB팀 차장은 “현재 미분양이 심각한 것은 불황 탓도 있지만 미분양이 될 만한 지역이기 때문인 곳도 있다”며 “게다가 지금까지 임대사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 하다 보니 사실상 임대주택사업을 권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 재테크팀장 역시 “외환위기 이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섰던 당시와 지금 경제 상황은 많이 다르다”며 “저금리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인 세금혜택을 노리는 임대사업자가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세입자를 찾기도 어려운 만큼 당장 임대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