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체감 온도 몇도 까지 버틸 수 있나, 소나 닭들이 폐사하고 견주의 관심 밖에 있는 대형견들이 내장까지 구워져서 죽는다. 이건 시초인지 모른다.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가 물고기가 폐사하고 산호초도 죽어가면서 바다는 군데군데 백골화가 되어간다. 빙하는 녹고 극한에 사는 동물들이 번식을 못해 멸종되어간다. 더위를 잘 참는 우리 식구들도 작년까지는 작동하지 않던 거실 에어컨을 올해는 도저히 못 참겠다며 종일 돌린다. 에어컨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러므로 바깥 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자랄 때 우리 할머니 모시나 삼베옷 한 벌 부체 하나로 여름을 났다. 우물을 퍼서 등목을 하면 그것으로 피서가 끝났다. 지금은 대단지 아파트 가가호호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거대한 발전소 돌리는 것처럼 요란하다. 우리는 지금 적도 아래 산다. 스콜처럼 잠깐씩 비가 쏟아지다가 폭염이 지속 된다.
산 아래 집 백구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헐떡거린다. 모기는 연신 달려들어 깨물어 길어 나온 긴 발톱으로 눈을 들쑤셔 멀지 않아 백구는 눈이 멀고 말 것이다. 물수건으로 백구의 눈을 닦아 주려하자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듯, 한 번도 내게 화 낸 적 없는 백구가 완강하게 나를 거부한다. 지속되는 폭염에 백구는 견딜 수 있을까? 물그릇에 물도 없다. 백구는 주어진 데로 사는 부처다. 종류가 풍산이라서 튼튼하고 강하지만 여름에는 약하다. 가져간 사료와 간식은 다행히 잘 먹었다. 물을 받아 각 얼음을 태워 주었다. 견사 군데군데 백구의 빠진 털 뭉치가 수북하다.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다. 기분은 연쇄작용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니 사람도 기분이 저하되고 개도 그렇다. 주인은 아침에 한 번씩 사료만 주고 산책이고 목욕이고 모른다. 내가 도와주는 것마저 자존심이 상하는지 못 마땅해 한다. 견사를 잘 보완해 에어컨이나 보일러를 놔 주는 견주들도 보았다. 반면 백구 주인의 규칙은 엄격하다 1. 누구나 죽는다 2. 짐승은 짐승처럼 사람은 사람처럼 살기다. 개를 목줄에 묶어 창살 안에 가두어 야생을 없앤 주인공은 누구인가? 그들의 영역을 뺏은 우리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개가 개처럼 살려면 야생에 그냥 두었어야 하는 일이다. 집지킴이로서 도우미로서 식용으로서 양몰이로 또는 사냥도구로 사람의 기호에 맞게 길들여져 사람의 손에 밥을 얻어먹을 줄로만 아는 그들은 이제 야생으로 돌아갈 곳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반거충이들이다. 대형견들이 갈 곳이 없다 대부분 아파트라 소형견 들을 선호한다. 큰 개들은 안락사를 당하던지 방치되어 폭염에 폐사되고 굶어서 죽고 만다. 백구는 풍산이다 그나마 자신이 몸 붙이고 있을 한 뼘 나무 그늘 아래 견사를 철저히 지킨다. 화장실도 뒤꼍으로 돌아가 구덩이를 파고 사용 후 흙으로 묻는다. 밤이면 외딴곳이라 산짐승들도 더러 내려 올 텐데 백구는 건드리지 못한다. 올여름이 최악의 고비다. 좋은 족보를 가지고 태어나 7년을 버티며 살았지만 갈수록 불안하다. 동물이 사라지는 것은 인간도 위험하다는 경고다. 사람만의 세상은 있을 수 없다. 먹이 사슬의 최 상위가 사람일 뿐이다. 그들은 우리 주거 환경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주인의 승용차가 마당에 들어오자 백구는 지쳐 쓰러졌던 몸을 벌떡 일으킨다. 주인의 냉정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꼬리를 팔랑개비처럼 흔든다. 그런 백구를 한 번 돌아보지도 않고 덮다 더워 에어컨 윙윙 돌아가는 실내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래도 백구는 그곳에서 살아야 한다. 더는 갈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