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향마을 신작로를 따라 윗쪽으로 약 2킬로쯤 올라가면 군(郡)에서도 제일 큰 못이 하나 있다.
이쪽 끝에서 이마에 손대고 눈 가늘게 뜨도, 저쪽 끝이 가물가물한 그런 못이다.
'문천지 못'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저 '문천지 못'은 항상 눈에 가시 같았다.
매년 여름이면 꼭 한두명은 수영하다가 빠져 죽고...
(우리나라엔 '절대수영금지'라 팻말이 있으면 절대 수영하라는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다.)
술 한잔 먹고 비틀거리다 빠져 죽고.
인생한탄 하다가 그냥 풍덩한 사람도 있고.
겨울에는 못 전체가 얼음으로 꽁꽁 얼어있는데,신나게 스케이팅을 즐기다가,
못 중앙에 나 있는 숨구멍을 미쳐 못보고
얼음 밑으로 쑤욱 내려가 버린 사람도 있고...
해서 마을에선 매년 못 가장자리에 돗자리를 깔고 제사를 지냈다.
여하튼 매년 한두명씩은 꼭꼭 빠져 죽는 그런 못 이라서 눈에 가시같은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농부도 아니면서 농사를 짓고,
기계전공이 아니면서 기계를 만지고,수리하고..
사업가가 아니면서 사업을 하셨던 분이라 모든게 어중간하셨으나..
고기잡는 기술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얼마나 유명하셨나 하면,
오늘은 어디가서 고기를 잡는다 연통 하나만 돌리시면..
여기저기 우루루 몰려오는데..
삼십리길도 멀다않고 꼭두새벽에 도착하시는 친구분도 계실 정도다.
다른곳에도 많이 가시나
가까운 문천지 못은 일주일에 서너번씩 나가신다.새벽 4시에..
돌아오는길에 논에 물도 좀 보고...
단잠에 푹 빠져 헤롱헤롱 하고있는 나를 깨우신다..
고기잡으러 가자고..
싫다고 웅얼대면 갖은 방법으로 꼬시다가 협박하다가.
얼마나 끈질기신지 아예 따라나서는것이 더 편하다.
아버지와 나는 딱 스무살 차이다.
아버지 유 중에는 나만큼 큰 아이들을 두고 있는 집은 거의 없다.
문천지 못에 도착하면 미리 기다리고 있는 친구분들이 한마디씩 꼭 한다.
아버지와 형제간 해도 안 믿을 사람 없다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진짜 아우같이 대한다.
처음 보는 사람이면 아버진 자랑스럽게 소개하신다.
이눔 우리 아들입니다.
그래서 꼭 나를 데려가야 하셨는가 보다.
그런데 진짜 가기싫었다.잠 깬 아침이면 또 몰라도...
컴컴한 새벽에 약 먹은 달구새끼 모양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아야 하는것.
한 겨울엔 더더욱 죽을 맛이다.
몇년을 그렇게 동반해서 잔 심부름을 했는데..
아버지가 공장을 시작하실때 쯤에서 해방되었다.
그래서 문천지 못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또 아직까지 낚시 그러면,머리부터 설레설레 흔든다.
내가 처음 아버지와 고기잡으러 간것은 아마 취학전일때다.
짐 자전거에는 앞 헤드라이트를 켜기위해 뒷 바뀌에 발전모터가 달려있다.
이것은 뒷 바뀌가 굴러가는 회전으로 작은 모터를 돌려 헤드라이트에 전기를 공급하는 원리다.
금호강변에 자전거를 세우고 나로 하여금 손으로 패달을 계속 돌리라 하신다.
긴 장대 두개.앞부분은 가늘고 긴 강철로 단단히 묶고..
헤드라이트에서 두가닥의 선을 뽑아 두개의 장대 앞 부분 철사에 연결한다.
플러스,마이너스다.
그때만 해도 금호강은 천정지구라 물이 맑고 고기들도 많았다.
장대 두개를 돌 사이로 끼우고 이리저리 휘 저으면..
송어,붕어,꺽지,피래미..막 떠오른다.
뱀장어도 예외가 아니다...모두다 꼴깍 잠시 졸도한 틈에 그냥 건지면 된다.
진짜 가기 싫었다.팔 아파 죽을뻔 했다.
내가 깡짜를 부리면 시무룩해진 아버지는 큰 소쿠리 하나와 장대 하나만 매고
논으로 나가신다.
엄마가 논에가서 식사하시라 전해라 해서 가 보면..
또 고기를 잡고 계신다.
이번에는 소쿠리 하나 뿐인데도 벌써 바게스에 팔뚝만한 고기가 가득하다.
문천지 못에서 흘러내린 물을 각 논에다 대는 도랑이 있다.
이 도랑은 중간중간 물문(水門)이라고 있는데,
잔잔히 흘러오던 물은 이 물문 앞에서 급전직하 하게 되어있다.
물이 꺽어지는 그 지점에다 소쿠리를 물살과 반대방향으로 걸쳐 놓는다.
물을 따라 내려오던 물고기는 급살을 만나게 되면 반사적으로 거슬러 튀어오르다
떨어질땐 어김없이 소쿠리 안으로 쏙~
그것은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쪼그리고 앉아 떨어져 소쿠리로 들어가는 물고기를 정신없이 쳐다보느라.
그만 식사하시란 말을 까 먹고 말았다.
우찌되었던
아직도 낚시는 그리 취미가 없다.
아버지 유전인자가 아무리 진하다 한들 별수없는 일이다.
첫댓글 어릴적 고향 풍경을 그리는 글 잘 보았습니다. 예전에 구미에 있는 콘테이너공장에 검사를 갔는데 금호강변에서 잉어찜을 먹었는데 참 맛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결혼 초기에 바다낚시를 다니다가 마누라한데 구박을 참 많이 받기도 하고...
청도에서 지모 족으로 한번 갔다 왔는데 새벽 물안개가 동양화 처럼 피어 오르더군요.無心,無念無我
나도 낚시는 싫다! 그래도 스~님은 보고싶다.
나도 낚시는 싫다! 그래도 묵계랑 스~님은 보고싶다.
낚시는 싫어도 묵게님은 보고싶다.하다못해 낚시터에서라도~
낚시가 노동으로 여겨지시던 아픈 ? 추억이 있으시군요.... 저도 낚시보다는 그 분위기를 좋아하지여... 낚시터에서 삼겹살 구워먹어도 맛있거든요...ㅎㅎㅎ
그때가 그리우신가 봅니다. 아마도 조금 더 지나면 낚시에 푹 빠집니다.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 가니까요
저도 고향은 바닷가이나 낚시질은 잼뱅입니다..먹는것과 분위기만 좋아해서리 ㅎㅎ 배는 참많이 탓지만 멍청한 아나고낚시나 할줄아는 정도..하루저녁 배타고나가 남들은 많이잡는고기를 1마리밖에 못잡은적도 있습니다. 제가 낚시를 할때는 고기를 잡는게 아니라 인생과 시간을 낚으러 갈때가 낚시질할때로 알고 지금은~~
낚시는 세월을 낚는다고 했는데... 저도 낚시보다는 옆자리에서 라면 끊여 먹는 재미가 더욱 더 좋습니다. 이슬이 한병과 함께라면~ 금상첨화^^
금호강 맑은 물에 고동잡다 놓쳐버린 코고무신의추억이 새록새록... 유전인자는 못속인다고 하데요 .대신 사람을 잘 낚으시잖어요 ㅎㅎ
신기한 분들이시네.. 낚시도 싫어하시면서 웬 중국을... 여하튼 아버님 속 많이 썩히셨네요..^^ 그 좋은걸 안하고 싶어하는 아들도 있다니...ㅎㅎ 지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