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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물리치려고 한자를 바꾼 양구 해안면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은 원래 해안면(海岸面)이었다가 해안면(亥安面)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펀치볼, 즉 화채그릇 모양으로 생겨서 유명한 지형이다. 옛날 해안면은 바다 해(海)자를 썼는데 이곳에 뱀이 많아 사람이 살 수가 없었다. 어느 날 스님이 지나다가 바다 해자를 돼지 해(亥)자로 바꾸면 뱀이 사라질 것이라 해서 한자를 바꾸게 되었고, 그 이후 뱀이 사라졌다고 한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은 해안면(海岸面)에서 해안면(亥安面)으로 한자가 바뀌었다. 해안면은 양구 동면에서 돌산령을 넘어가면 나오는 마을이다. 마을이 분지로 되어 있어서 산 위에 오르면 해안면 전체를 볼 수 있다. 그 모양이 마치 화채그릇 모양이라 해서 펀치볼로 불리기도 한다.
마을 이름을 바꿔 뱀을 물리친 마을
옛날 해안면에는 사람들이 논밭을 일궈 농사를 짓고 살았다. 넓고 비옥한 땅이라 농사도 잘되고 먹을 것이 풍족했는데도, 해안면 사람들은 걱정이 많았다. 지천에 깔린 뱀 때문이었다. 들이고 강이고 마당이고 할 것 없이 온통 징그러운 뱀이 꿈틀댔다. 사람들이 뱀을 퇴치하려고 매일 잡아도 그 숫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긴 지팡이를 짚고 바랑을 멘, 수염이 허연 노스님이 해안에 도착했다. 해안에 도착한 스님은 마침 점심때가 된 지라 어느 집에 들러서 점심공양탁발을 하였다. 집주인은 반갑게 스님을 맞이해서 점심을 잘 차려 드렸다. 스님은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집주인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수심이 얼굴에 많군요. 양식은 풍족한 것 같은데, 무슨 걱정이라도 있습니까?” 집주인은 잘되었다 싶어서 스님에게 걱정을 이야기하였다. “스님, 이곳 해안은 땅이 비옥해서 농사가 잘됩니다. 그 때문에 집집이 의식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큰 걱정이 있는데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저기 보시면 알겠지만, 뱀이 곳곳에 기어 다니고 있습니다. 아무리 잡아도 그 숫자가 늘어납니다. 스님, 무슨 좋은 방도가 없을까요?”
그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물끄러미 주인을 쳐다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이곳의 지명이 어떻게 됩니까?” “예, 이곳 지명은 해안이라 하지요. 바다 해(海)자에 언덕 안(岸)자를 씁니다. 이곳 땅이 바다처럼 넓고 산으로 오르는 언덕을 이뤘다고 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바다 해자에 언덕 안자라. 당연히 뱀이 많을 수밖에 없군요. 뱀은 크면 이무기가 되고 이무기가 다시 용이 되어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용은 반드시 물이 있어야 승천을 하고 비를 내리는 등의 조화를 부리지요. 그런데 이곳 지명이 바다 해(海)자를 쓰고 언덕 안(岸)자를 쓰니, 뱀이 용이 되어 가기에 안성맞춤이지요. 바다가 있고 언덕에 비빌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가요.” “스님, 그러면 뱀을 없앨 좋은 방도는 없는지요?” 해안에 사는 집주인은 벌써 안달이 났다. 스님의 혜량으로 뱀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다. 스님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뱀의 천적은 돼지이지요. 돼지는 비계가 두꺼워 뱀이 물어도 그 독이 닿지 않고, 또 돼지는 뱀을 무척 즐겨 먹는 동물이지요. 그러니 돼지를 기르시오.”
스님의 해법을 들은 집주인은 이제 뱀에서 벗어나 살게 되었다고 몹시 좋아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넓은 땅에 돼지를 얼마나 많이 길러야 할지 또다시 고민이었다. “스님, 그러면 돼지를 얼마나 길러야 할까요?” “직접 돼지를 길러 뱀을 없앨 수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이 넓은 땅에 돼지를 길러 뱀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뱀이 생기는 원인부터 없애야 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곳은 뱀이 살기에 가장 좋은 지명인 바다 해자에 언덕 안자를 쓰는 마을이니, 마을의 이름부터 바꿔야 합니다. 마을이름을 바꾸시면 뱀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마을이름을 돼지 해(亥)자에 편안 안(安)자로 바꿔 쓰십시오.” 스님에게 점심공양을 주었던 집주인은 그 길로 마을사람들을 모아서 해안의 지명을 돼지 해자에 편안 안자로 바꿔 쓰기로 했다. 그렇게 마을 지명을 바꾸고 나자 정말 감쪽같이 그 많던 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해안면의 이름이 돼지 해자에 편안 안자를 쓰게 되었다.
참고자료
단행본
강원대학교. 양구군의 역사와 문화유적. 춘천:산책, 1997.
지방문화원
양구문화원 GO
집필자
이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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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