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여정, 귀가의 여정 “잘 떠날 때 아름답고 향기롭다”
2026.5.19.부활 제7주간 화요일 사도20,17-27 요한17,1-11ㄴ
“주님은 날마다 찬미 받으소서.
우리 짐을 지시는 하느님은 우리 구원이시다.”(시편68,20)
잘 떠날 때 아름답고 향기롭습니다. 잘 떠나는 죽음일 때는 일치와 평화의 선물을 남기지만, 이렇지 못한 떠남의 죽음일 때는 분열과 불화의 상처와 짐을 남깁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는 하루하루 아버지의 집을 향한 <떠남의 여정>이자 아버지의 집에로의 <귀가의 여정>입니다.
2014년 산티아고 순례여정후 제가 참 많이 사용한 강론 주제가 <여정>이요 산티아고 순례 여정중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은 매일 새벽 떠날 때의 기쁨과 홀가분함이었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는 말마디와 더불어 일일일생一日一生, 내 삶을 하루로 또 일년사계一年四季로 압축하여 어느 시점時點에 있는지 확인할 때 비로소 환상이나 탐욕에서 벗어나 오늘 지금 여기서 본질적 깊이의 참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이점은 제가 늘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아주 예전 잘 떠나기를 소망하며 쓴 “떠날 때는 이렇게”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떠날 때는 이렇게
자연이 참 좋은 스승이다
잘 떠남이 아름다움의 극치다
얼마나 힘들고도 중요한 잘 떠남이냐
향기로 남는 아름다운 떠남도 있고
상처나 짐을 남기는 아픈 떠남도 있다
잘 떠남도 은총이자 노력이구나
떠나기가 마냥 서운해
봄에다 흰 눈 가득 순결한 사랑
가득 안겨 주고 떠나는 떠나는 겨울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 설레는 떠남이냐.”<2005.3. >
초봄 뜻밖의 선물같은 흰눈으로 설화雪花 가득 남기고 떠나는 겨울을 보며 쓴 시의 추억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오늘 우리는 잘 떠남의 모범인 두 분을 만납니다. 바로 복음의 예수님과 사도행전의 바오로 사도입니다. 하루하루 평생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에 세상을 떠나기 전 이런 참 아름다운 감동적인 예수님의 고별사, 당신 자신을 위한 기도입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과연 예수님처럼 나에게 맡기신 일을 완수함으로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한 삶인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간청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인지 짐작이 됩니다. 예수님의 고별사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었으면 하는 청정욕도 생깁니다.
“아버지, 세상이 생기기 전에 제가 아버지 앞에서 누리던 그 영광으로, 이제 다시 아버지 앞에서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 사명을 완수하고 아버지의 집에 귀가의 여정중 마지막 예수님의 기도가 참 아름답고 거룩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를 떠날 때 교회 원로들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긴 작별 인사 역시 스승 예수님을 그대로 닮아 참 거룩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나는 여러 시련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겸손히 주님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유익한 것이면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회중 앞에서 또 개인 집에서 여러분에게 알려 주고 가르쳤습니다. 이제 나는 성령에 사로잡혀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습니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가 목숨을 다해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고 떠나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거룩하고 향기롭습니다. 그대로 떠남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하루하루 떠남의 여정, 귀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섬김의 책임에 최선을 다하고 잘 떠날 수 있도록 이 거룩한 미사 중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우리 하느님은 구원을 베푸시는 하느님.
죽음을 벗어나는 길, 주 하느님께 있네.”(시편68,21).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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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하느님은 구원을 베푸시는 하느님.
죽음을 벗어나는 길, 주 하느님께 있네.”(시편68,21).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