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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의 골상학 / 이도훈
방긋, 꽃잎이 날아간 여자의 골상학에는 여럿 구둣발이 모여 있었다. 눈썹이 지워지고 진보라 빛으로 뺨이 물들면 까만 혀로 팍팍 터지는 말을 내 뱉었다. 익지 않은 거울은 늘 시큼한 맛의 표정으로 건너다본다. 버찌는 씨앗이 팔 할의 크기. 씨가 큰 것은 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비스듬한 운명과 꼬리도 거두지 못하고 떨어지는 팔자다.
입술에 뭍은 소문을 오물거린다. 얼룩은 묻는 게 아니라 저의 앞섶에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버찌가 맛있게 말했다. 울먹울먹한 맛을 골상학적으로 보면 작은 두상 속에는 흰 꽃을 펄펄 날리는 삼재수가 들어있다.
구두를 뒤집어 바닥을 확인할 새도 없이 얼룩들이 종일 따라다녔다. 꼬여가는 바닥은 풀 수 없다고 그냥 닳아간다고 한숨은 무표정이다. 꼭지가 상해가는 물음표를 달까 느낌표를 달까 오늘도 같은 고민으로 버찌를 딴다. 시큼한 맛을 음미하다 결국 씨앗을 삼키고 말았다.
봄, 벚나무 밑을 지나친 구두의 바닥은 온통 진보라 빛 멍투성이다.
<공시사, 웹진> 2020년 6월호
첫댓글
"입술에 뭍은 소문을 오물거린다. 얼룩은 묻는 게 아니라 저의 앞섶에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버찌가 맛있게 말했다. 울먹울먹한 맛을 골상학적으로 보면 작은 두상 속에는 흰 꽃을 펄펄 날리는 삼재수가 들어있다."
벗지를 따 먹는 현장을 마치 동영상을 보듯 잘 묘사했군요 참 재밌게 읽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