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해 강좌 수강
구월 끝자락 화요일이다. 주중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은 대산 평생학습센터 디지털 문해반 과정을 수강한다. 앞부분 한 주는 다른 일정과 겹쳐 놓치고 추석 이전부터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 나이가 내보다 열 살이 더한 지역 어르신들과 스마트폰 활용법을 익히는데 내가 따라가느라 버겁다. 이 강좌를 수강하는 날이라 어둠이 남은 여명에 자연학교 등굣길에 올라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 운동 기구에 매달려 몸을 단련하고 안민동에서 첫차로 오는 102번 버스를 타고 창원역으로 나갔다. 역 맞은편에서 유등 강가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타고 도계동 만남의 광장을 거쳐 동읍에서 주남저수지를 거쳐 가술로 가는 노선은 1번 마을버스와 겹쳤다. 상포를 둘러 국도 구간을 달려 북모산에서 서부마을에 이르니 파크골프장으로 가는 부녀 승객 둘이 내렸다.
유등 종점을 앞둔 유청마을에서 내려 설악초꽃이 무성한 골목길을 걸어 강둑으로 나갔다. 시골집 마당귀 자란 대추는 수확이 끝나고 붉게 익은 석류는 금이 가 무게감을 이기지 못해 휘어져 드리워졌다. 농가 텃밭 호박은 덩굴로 뻗어 자라 누렁 덩이가 맺어져 있었다. 유청에서 동부에 이르는 강둑에서는 가로수로 줄지은 벚나무들은 다른 활엽수들과 달리 일찍 나목이 되어갔다.
강둑이 아닌 둔치로 낸 자전거 길을 따라 걸었다. 지난여름 폭염과 가뭄에 강가 식생이 말라 시들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현장이었다. 무성해야 할 물억새는 가뭄에 발갛게 타 시들다가 뒤늦게 내린 비에 생기를 띠긴 해도 꽃이 정상적으로 개화하지 못해 이삭이 나오지 않는 그루가 많다. 둔치에 절로 번져 숲을 이루다시피 하는 느릅나무는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가 회생 중이다.
너른 둔치에서 강기슭으로 퍼져 자란 갯버들은 청청한 모습을 보였다. 동부마을에서 서부마을로 이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가면 넓은 파크골프장이 나오는데, 그곳으로 가질 않고 둑 너머 동부마을로 갔다. 강변 언덕에는 당산나무로 우뚝한 위용을 드러낸 천연기념물 팽나무가 바라보였다. 농로를 따라 걸어 우암리로 가니 한림으로 뚫는 미개통 신설 국도 공사는 막바지 단계였다.
우암에서 덕현에 이르러 벼들이 고개를 숙인 들판을 지났다. 벼를 거둔 가을에서 겨울은 비닐하우스로 수박이나 당근 농사에 주력했다. 현지 농가는 벼농사보다 뒷그루 특용작물에 더 신경을 쓰고 소득이 높을 듯했다. 여름에도 벼를 심지 않고 사계절 비닐하우스에서는 지금도 토마토와 수박이 자랐다. 비닐하우스는 기름 연료를 가열하는 난방 시설로 겨울에도 토마토를 따냈다.
아침에 유청에서 강가를 걸어 가술로 오는 2시간 산책을 마치니 9시가 되었다. 평생학습센터 도서관으로 들어 배낭에 넣어간 유경수의 ‘흙의 숨’을 펼쳐 읽었다. 농사 시초가 되는 두엄으로 똥 이야기에 이어 순환과 재생의 오래된 지혜 편으로 ‘화전’을 다루었다. 미국 대학에 몸 담은 학자답게 국제 안목에서 인도와 에티오피아 오지 화전 농업을 소개하고 쟁기 편으로 넘어갔다.
시간이 되어 열람실과 붙은 강의실에서 디지털 문해반 수업을 받았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스마트폰을 열어 지난 시간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카톡에서 사진을 편집해 전송하는 방법을 익혔다. 카톡 방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들이 있었는데 젊은 강사는 하나하나 차분하게 가르쳤다. 다음 시간까지 숙제로 사진 꾸며서 올리기와 예약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도 보내야 한다.
디지털 문해 강좌를 마치고 시내를 거쳐 북면으로 넘어가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신동 텃밭으로 갔다. 지난번 들러 배추를 솎아 내고 웃거름을 줬다. 엊그제 비가 와도 강수량이 적어 개울물을 퍼와 무와 배추에 주었다. 이어 고구마를 캐 배낭과 보자기에 싸 텃밭에서 나왔다. 귀로에 고구마는 이웃에 한 봉지 보내고 대구에서 내려온 친구가 연락이 닿아 그에게도 보냈다. 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