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11. 9. 토요일.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07:15.
샤워하려고.
내 방 옆에 있는 화장실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했다.
내 몸에서 나오는 늙은이-냄새를 조금이라도 지워야 했다.
오늘 아침에 내과병원에 들러서 공복혈당을 검사받고, 당뇨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내 큰딸보다 나이가 약간 더 많아보이는 여의사. 늙은이인 내 몸에서 나오는 인내(사람-냄새)를 금방 알아채릴 것 같기에 나는 병원 가기 전에 샤워했고, 속옷도 갈아입었다.
다달이 내과병원에서 검사받아야 한다. 당뇨약을 먹기 시작한 지는 20년을 더 넘겼다.
오늘 아침밥을 굶고는 공복 혈당을 쟀더니만 수치는 118이다. 지난 달에는 132.
지난달보다 수치가 낮아졌다며 함께 간 아내가 나보다 더 좋아한다.
여의사도 은근히 좋아하면서 당뇨약은 지난 번과 같은 종류로 6가지를 처방했다.
다달이 내과병원에 들르면 중년 여의사는 내 손가락에 주사기 바늘로 찔러 피 한 방울을 뽑아내고, 이를 조사해서 간단하게 혈당수치를 검사한다.
오늘 토요일인데도 내가 일찍 서둘러서 내과병원에 간 이유는 있다.
당뇨약이 거의 다 떨어져 가기에 당뇨약을 미리 확보해 두어야 한다.
2.
다음주 월요일에는 큰딸이 강원도 영월 등지로 여행 일정을 잡았고, 우리를 태우고 다닐 자동차 편도 예약해 두었단다.
큰딸, 친정부모인 나와 아내 그리고 막내동생을 포함해서 4명이 함께 하는 여행이란다.
나는 속으로 은근히 짜증이 났다.
자꾸만 추워지는 계절에 경기도 강원도 쪽으로 여행 떠나는 게 싫다. 어린시절부터 남보다 추위를 더 타고, 폭싹 늙은 지금은 등허리뼈가 굽혀져서 걷는 것조차도 힘이 들고 벅차는 내가 무슨 여행이랴 싶다.
내가 가지 않겠다고 짜증을 내니 아내가 다독거렸다.
"큰딸이 친정부모 모시고 국내여행 다녀오고 싶어 하는데.... 그냥 참고는 다녀옵시다. 큰딸이 여행을 취소하려면 오죽이나 속상해 하겠어요?"
며칠 전에는 '해외여행을 큰딸과 함께 합시다'라며 내게 권했던 아내.
아내와 함께 나도 서울 송파구청에 가서 여권을 새로 갱신 신청했다.
'큰딸이 중국 방면 백두산 운운하며, 또한 태평양 지역도 운운한다'고 아내가 덧붙였다.
나는 만나이 75살을 넘었고, 등허리 뼈가 아파서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 하는 요즘의 나한테 국내외 여행이 무슨 소용과 가치가 있으랴 싶다. 나한테는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이나 모두 짜증이 난다.
내가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 여객선을 타지 않아도 상식적인 세계지리 공부는 늘 한다.
날마다 밥 세 끼니 먹는 식탁 유리판 밑에는 세계지도가 있고, 내 방안에는 둥근 지구의가 있고, 바로 곁에 있는 책꽂이에는 세계지리부도 책이 있어서 나는 늘 세계 곳곳의 지리를 살펴본다.
* 1960년대 말 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기에 2020년대인 지금도 세계지리에는 관심을 다소 가지고 있음.
2024년인 지금은 등허리뼈가 더욱 약해서 걷기도 힘이 들고, 귀가 어둬서 남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 더우기 영어에서 손 뗀 지도 수십년째여서 이제는 영어회화를 할 수도 없다. 나 혼자서는 외국인과의 통화는 불가능하다.
만약에 큰딸과 함께 여행한다면 큰딸이 외국인과 통화해서 아비인 나한테는 한국말로 설명해 줄 것이다. 큰딸은 영어 계통의 학과를 졸업했기에 외국인과의 통화는 너끈히 가능할 게다.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일찌기 가족과 함께 여행 떠나야 한단다.
은근히 지친다. 나는 가고 싶지 않아서.
이제는 여행취소조차도 어렵다고 말하는 아내.
여행 관련 업체가 제공하는 자동차를 타고서 경기도 내륙 지역으로 여행 떠나야 하는지....
그냥 다 싫다.
가고 싶은 곳은 내 고향집뿐이다.
3.
사흘 전 고향 화망마을 김 씨가 내가 사는 서울 잠실 아파트로 햅쌀 20kg자리 8푸대를 택배로 전송했다.
쌀 2가마니이다. 큰아들과 딸에게 나눠주고, 나머지 한 가마니는 나와 아내가 먹을 식량이다.
내가 말했다.
"내년 봄에 쌀 2가마니 더 찧어달라고 부탁할까?"
아내가 기겁했다.
"우리는 쌀 1가마니면 충분해요. 쌀 그만 가져와요."
* 쌀 1가마 80kg.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56.4kg
그날 웅천 구장터(대천리) 작은다리 인근에서 사는 사촌동생이 핸드폰으로 서울 사는 내게로 문자를 보냈다.
'들깨 기름병을 서울로 택배 보냅습니다'
시골 서낭당 앞산 산자락 밑에 있는 밭. 나는 오래 전 밭농사를 포기했는데 읍내에 사는 사람이 먼 곳에 있는 내 밭에 와서는 들깨 등을 심었고, 밭 임대료 대신에 들깨 기름병과 생강을 올해에도 서울로 택배보냈다는 뜻.
산골 아래에서 들깨 농사를 짓는 새장터 빵가게 주인은 내 사촌동생의 친구분.
사촌동생(69살)이 내게 고향소식을 전해준다. 고마운 동생이다.
낡은 함석집을 에워싼 텃밭 세 자리.
함께 살던 어머니가 만95살이 된 지 며칠 뒤에 세상을 떠나셨기에 텃밭 주인인 내가 혼자서 시골에서 살기가 뭐해서 서울로 되올라옸다. 이런 이유로 텃밭농사를 포기한 지도 만10년을 넘었으니 그 텃밭은 오죽이나 잡목 잡초들이나 가득 찼을 게다. 텃밭 세 자리에 심었던 과일나무 묘목 수백 그루 ... 묘목 일부는 죽었고, 살았다고 해도 지금은 제멋대로 웃자라서 하늘을 찌른다. 더우기 억새 갈대 등 키 큰 잡초도 많이 번졌다.
고향집에 내려가서 중장비로 텃밭을 재정비하고는 키 작은 화초 등을 다시 심어서 이번에는 제대로 잘 가꾸고 싶다.
아쉽게도 아내는 시골행을 무척이나 꺼려한다. 시골에 내려가면 얼굴 등에 두드러기 증세가 심하게 나타난단다.
산골 아래 마을이라서 동네사람도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고 해도 늙은 할망구나 몇 명이 고작인 내 고향은 '화망마을'
4.
어제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쓰레기장 옆에서 작은 선인장류 3포기를 캐서 내 아파트 안으로 가져왔다.
화분에 정식으로 심어서 재배하고 싶다.
누군가가 몇 달 전 화분에서 뽑아서 쓰레기장 빈 터에 내던진 선인장을 나는 우연히 보았다.
뿌리채 뽑혔으니 곧 햇볕에 뿌리가 말라서 죽을 지경. 내가 쓰레기장 빈 터에서 잔챙이 돌팍으로 흙을 파서 선인장 뿌리를 임시로 심고는 허드렛 물을 받아서 부어주었다. 이따금씩 쓰레기장 안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어서 물을 떠다가 부어주었다.
요즘은 나날이 더 추워지는 늦가을철. 더 이상 방치하면 냉해를 입고는 뿌리가 얼어서 죽을 것이 예상되기에 어제는 내가 캐서 내 아파트 안으로 가져왔다.
빈 화분 흙속에 선인장류 뿌리를 심었으니, 겨우내 보살피면 이들이 되살아나서 더욱 싱싱하게 컸으면 싶다.
이들은 원 주인이 내다버린 화초들이다. 주워서 울안으로 가져온 내가 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보살폈으면 싶다. 뽑혀서 쓰레기장 안에 내던져 버린 식물이라도 이를 주워서 살려냈으면 싶다. 화분 속의 식물들은 사람의 손길이 있어야만 오래 살 수 있다.
나는 사방이 야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태생이다
충남 보령시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 톨게이트가 있는 화망마을, 무창포 해수욕장이 가까운 인근의 지역.
나는 어린시절부터 보았다.
나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소 돼지 염소 닭 등의 가축들과 텃밭 속의 식물을 보다 소중히 여긴다.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도 하나뿐인 자기의 생명을 지녔다.
사람은 귀가 어둬서 식물이 말하는 것을 전혀 듣지도 못한다.
나는 하나뿐인 식물의 생명도 소중히 여겨서, 이들을 더욱 세밀히 보살폈으면 싶다.
2024. 11. 9. 토요일.
첫댓글 무창포해수욕장을 다녀왔지요
그곳은 지금도 변함없을 겁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어요
정희순 작가님은 충남 보령시 웅천면에 있는 독산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 등을 잘 알고 계시더군요.
몇 해 전에 정 작가님이 올린 독산해수욕장 바닷가에서 찍은 사진(여성 걸리버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킴)이 국보문학 카페에도 있지요.
해동되는 내년 봄이나 여름철에 한번 더 방문해 보세요.
드너른 갯사장에서 갯바람도 쐬고, 서녁하늘에 붉게 타오르는 해넘이도 바라보고.....
독산리에는 독산교회가 있어서 하느님의 사랑을 더욱 받는 독산해수욕장이 있지요.
알겠습니다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