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타자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원아웃에서 이영우 안타, 후속타자 김민재 우측으로 밀어쳐 선행주자 3루까지. 1사 1-3루 상황에서 타격감 좋은 용병 크루즈의 희생플라이로 한점 쫓아가고 4번타자 김태균은 투낫싱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우측펜스 크게 넘어가는 역전 투런.
현재 우리 팀 상위타자들의 컨디션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정말 공격의 정석 플레이였죠. 안타, 진루타, 주루플레이, 희생플라이, 찬스에서의 홈런이 전부 나왔습니다. 특히 김태균의 홈런은 우익수가 아예 따라가지도 않을 정도로 시원하게 넘어갔죠.
볼카운트가 2-0으로 몰렸는데도 계속 커트하다 결국 밀어서 펜스를 넘기는 4번타자. 김똑딱이니 김뜬공이니 하는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그가 왜 4번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지난 2경기에서 4안타 2홈런 5타점을 거둬드린 김태균. 그는 현재 타점 1위입니다.
[2] 2-3까지 끌고 나가다가 볼넷으로 출루한 이도형
-> 5회 1사까지 우리는 볼넷 1개만 기록하며 레이번에게 눌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이도형이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냈죠. 물론 후속타자들이 전부 뜬공으로 물러나 점수와는 관련없는 출루가 됐지만 <인내심>을 발휘했다는 것은 그 타자가 '이도형'임을 감안하면 칭찬해줄 만한 일입니다. 오늘도 무안타라는 점은 비판해야지만 그래도 잘한 부분은 칭찬해줄 수 있겠죠.
[3] 심광호의 홈런성 중견수 플라이
-> 문자중계 보신 분들은 이도형이 출루한 5회 1사 1루에서 심광호가 그냥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이 타구는 달리기 빠른 중견수 조동화가 펜스에 부딪히며 잡아낸 타구입니다. 그것도 펜스의 정중앙, 타석에서 가장 먼 부분이었죠. 쉽게 말해서 120 미터를 날아갔다는 뜻이고 이 비거리는 오늘 김태균의 홈런보다 10미터 더 멀리 날아간겁니다. 심광호는 그 다음 타석에서도 2루타를 쳤죠. 변화구에 대한 약점은 있지만 요즘 같은 타격감이라면 주전 지명타자 자리를 주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4] 1사 2루, 한상훈의 안타, 하지만 선행주자 아웃
-> 운이 없었습니다. 1사 2루에서 한상훈이 중전안타를 쳤는데. 경기장에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제대로 때렸습니다. 아주 빠르게 날아갔죠. 유격수가 다이빙을 시도했으나 그대로 가운데를 궤뚫어 중견수 앞으로 갔습니다.
문제는 <유격수에게 타구가 잡힐지도 몰라서> 심광호가 타구 확인하고 달려갔는데 공이 너무 빨랐다는 거죠. 중견수가 원바운드로 잡아서 그대로 3루로 송구, 선행주자가 아웃됐습니다. 그 정도 직선타구면 확인 먼저 하고 뛰는게 당연한 일이니까 그건 잘못한 게 아니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타구의 속도와 방향, 주자의 발을 생각하면 뛰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그 상황에서 안 뛸 수는 없겠죠. 타구가 너무 좋아서 재수없게 죽었을 뿐입니다. 한상훈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한 건 할 수 있었는데 참 아쉽네요. 그의 안타 뒤에 정희상 김인철이 계속 4구를 얻었는데 말입니다.
[5] 양훈의 잘못인가 김인식 감독의 잘못인가
-> 7타자를 상대한 양훈의 오늘 성적은 <안타-볼넷-안타-삼진-2루타-2루타-사구>였습니다 4실점에 1-2루 만들어놓고 강판당했죠. 정민철의 승리가 날아간 것은 물론이고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습니다. 문제는 그 타구들 모두 제대로 맞아서 쭉죽 뻗어나갔다는 거죠. 하지만 최근에 양훈이 얼마나 자주 등판했었는지 생각해보면 그에게 비판의 화살을 집중시킬 수는 없겠죠.
물론 다른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전 정병희나 몇몇 선수들 케이스처럼 과연 양훈이 무지막지한 혹사를 당했느냐는 시각 말입니다. 그는 최근 3경기에서 계속 예전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0 경기에 자주 나왔다고 구위가 떨어진다면 대한민국 중간계투 중에 살아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양훈의 집중적인 기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자주 나와서 많이 던지는데는 장사가 없다고 믿는 사람입니다만 과연 체력저하로 구위가 떨어질 만큼 무리한건지 그건 좀 의문이네요. 자주 나왔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6] 최영필 패전처리?
-> 지는 경기에 왜 필사마가 나오냐고 답답해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최근 극악의 컨디션을 보이는 최영필에게 감각을 좀 찾으라는 의미로 내보낸 것 같습니다. 사실 요 며칠의 최영필은 필승계투조로 쓰기에는 좀 불안했죠. 마치 2005년 이전, 통산방어율 5.40을 기록하던 그 시기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기는 경기에 투입되려면 최영필은 페이스를 좀 찾아야 합니다. 오히려 부담없는 상황에서의 등판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감각을 끌어 올려야 더 중요한 상황에 나올 수 있겠죠.
[7] 이영우 -> 김인철
-> 7회초 2사 1-2루,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정우람이 등판하자 이영우 대신 김인철이 나왔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왼손이라도 이영우가 더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김인철이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만루를 만들어줬고 이영우 역시 여름을 나려면 체력안배가 필요한 선수라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8] 조원우를 어찌해야 하나
-> 경기 내내 어깨는 축 쳐져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들고 있더군요. 뭐랄까, 좀 안스러워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컨디션이 워낙 안 좋고 스윙 자체가 너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라 2군에서 몸을 추스리는 것 말고는 당분간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진해서 2군을 갈 수 있는 상황은 당연히 아니겠죠. 혹자들은 '송진우, 이종범도 자진해서 2군 가는데 당신은 왜 안가나'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으나 그 선수들은 컨디션 조금만 올리면 1군 와도 곧바로 자리가 다시 생기지만 조원우는 그렇지 않거든요. 한가하게 "저 2군에서 좀 추스리겠습니다"라고 말을 뗄 수 있는 입장은 아니죠.
물론 현재로서는 팀 공격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은 맞는 얘기 같습니다. 근성있고 잔야구에 강하고 재능도 많은 선수인데 요즘 너무 고생을 하는군요. 하지만 경기력이 크게 떨어진 것은 사실이니 조치가 필요해보이긴 합니다.
[9] 남대사 vs 1번선발 접견
-> 오늘 경기 시작 전에 남대사님이 관중석에 잠깐 오셨었는데, 관중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집중됐죠. 물론 사람들은 저한테는 전혀 관심없고 남대사님에게 사인요청-사진요청 러쉬가 이어졌지만 옆에 있으니까 괜히 주목받는 것 같고 민망하더군요.
ps. 어제는 14명이 모여서 봤는데 다들 음주의 여파 때문인지 오늘 번개는 8분만 참석하셨습니다. 사실 오늘 경기에는 옵션이 하나 걸려있었거든요. <고동진이 2루타를 치면 설탕인형이 쏜다> 와 <김태균이 홈런을 치면 1번선발이 쏜다>는 옵션이었죠. 제가 후자에 당첨돼서 경기 끝나고 쐈는데 경기까지 이겼으면 더 신나게 쐈을 걸 그랬습니다 쿨럭.;; 그래도 참석자가 많지 않아 밥값은 많이 안나왔네요 후훗.
첫댓글 저도 오늘 경기장 댕겨왔는데... 참... 양훈선수 안타깝더라구요... 조원우선수도 어여 자신감회복했음합니다!
나도 쏘고 싶었.... ㅠ_ㅜ 더이상 말 안할게요,ㅠ (민철사랑님 덕문에 문학구장 관람 잘했어요!!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민철선수 조금 일찍내린것도요..암튼 내일은 현진이가 이겼으면 좋겠네요
심광호선수의 타구는 정말 넘어 가는 줄 알았습니다..ㅠㅠ
시험 얼른 끝나길 바랄뿐이에요 현재 야구장 두번 가봤지만.. 이번년도에 ..
감사하긴요~ ㅎㅎ 덕분에 저도 즐거운시간 보냈습니다~ ^^ 담에 잠실구장 꼬옥 놀러갈께요~~ ^^*
저도 표 감사...훗 조원우가 안타치면 홈런타자가 쏜다도 있었죠..ㅋㅋ
외야석에서 우리카페분들 열심히 응원하시는것 잘 봤습니다. 저도 동떨어져서 혼자서 열심히 응원했다는...^^;
저두 표 감사... 덕분에 5시 딱 맞춰 갔는데 표 끊느라 시간 안버리고 1회부터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
어제 못간게 더욱아쉽네요 ㅜㅜ
경기를 즐겁게 보는 또다른 하나의 방법..내기..내가 왜 이걸모르고있었는지..ㅎㅎ 좋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