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가와 바다 연안에 게가 많은데, 내가 본 것에는 열 종류가 있다.
여항(呂亢)의 《십이종변(十二種辨)》 및 《해보(蟹譜)》ㆍ《본초(本草)》ㆍ《도경(圖經)》ㆍ《자의(字義)》 등 서적을 상고해 본 결과, 혹 물의 형태도 지대에 따라 다르고 혹 살펴서 아는 것에도 옳음과 잘못이 있다.
방해(蚄蟹)는 약에 넣으면 맛이 좋은데, 이오(二螯)와 팔궤(八跪)는 어느 것에나 다 있다.
유모(蝤蛑)란 것은 도은거(陶隱居)의, “억센 가재는 범과 다툰다[螯强鬪虎].”라는 말을 본다면, 이는 바다 가운데 있는 큰 게로서 빛이 붉고 등에는 뿔과 가시가 있으니 즉 속칭 암자(巖子)라는 것이며, 발도자(撥棹子)란 것은 뒷발이 넓고 엉성한 것이 돛대처럼 생겼으며, 물을 밀고 떠다니는데, 속칭 관해(串蟹)라 함은 등에 꼬챙이같이 생긴 두 뿔이 있기 때문이다.
갈박(竭朴)이란 것은 팽활(蟚螖)보다 크고 껍질에 검고 아롱진 무늬가 있다.
오정적(螯正赤)이란 것은 늘 큰 뿔[大螯]로는 햇빛을 가리고 작은 발[小螯]로는 먹이를 구한다. 이는 속칭 농해(籠蟹)란 것인 듯하니, 등이 농(籠)처럼 둥글 길죽하기 때문이다. 암컷은 두 발이 모두 작다.
팽활이란 것은 또한 팽월(蟛越)이라고도 하는데, 지금 세속에서는 팽해(蟛蟹)라고들 한다.
사구(沙狗)란 것은 팽활과 흡사한데, 모래에 구멍을 만들고 사람을 보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꾼다.
지금 세속에서 일컫는 갈해(葛蟹)라는 것이 있는데, 등은 펀펀하면서 길고 털이 있으며, 다닐 때는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잡기가 어려우니 이것이 사구인 듯하다.
의망(倚望)이란 것은 크기는 팽활과 비슷하며 늘 사방을 흘겨보면서 두 뿔을 들고 일어서서 먼 데를 바라본다. 지금 속칭 황통(黃通)이라는 것이 바로 이 물건인데, 단오(端午)날 밤이면 반드시 해초(海草) 위에 빽빽하게 둘러 모인다.
토인(土人)들은 그네뛰기 한답시고 불을 밝히고 수없이 잡는데, 팽활과 비교하면 조금 크게 생겼을 뿐이다.
노합(蘆𧆞)이란 것은 팽기(蟛蜞)와 오정적처럼 생겼으나 먹을 수가 없고, 지금 속명으로 적해(賊蟹)란 것은 등에 조금 아롱진 무늬가 있다.
팽기란 것은 팽활보다는 크고 보통 게보다는 작으며 팽월과 비슷하면서 조금 크고 털이 있는데, 밭고랑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다니니, 이는 즉 채도명(蔡道明)이 게인 줄로 착각하고 먹었다가 거의 죽을 뻔했던 게가 이것이다.
속명 마통해(馬通蟹)란 것은 독이 있고, 또 속명 율해(栗蟹)라는 것은 팽활과 같은데, 등이 넙쩍하고 털이 있으며 뿔과 발은 뾰족한데 끝이 조금 붉다. 이는 여항이 기록한 열두 가지 종류 중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저 소위 옹검(擁劒)ㆍ망조(望潮)ㆍ석균(石蜠)ㆍ봉강(蜂江)이란 따위는 어업(漁業)하는 집에 물어 보아도 모두 알지 못한다.
《성호사설(星湖僿說)》 제4권 만물문(萬物門) 中 <해(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