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경심 판결문에서 첫 진술공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서울대 법대 은사이자 2009년 공익인권법센터장을 맡았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당시 서울대 교수)가 검찰에서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진술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정경심 교수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한 원장은 작년 9월 검찰 수사에서 “당시 세미나장 안에 있었던 고등학생들을 본 기억은 있으나, 조민을 만나거나 조국으로부터 조민을 소개받은 기억은 없다”고 했다.
◇ 한인섭 “조민 본 적 없어” 진술 , 조국에게 불리하게 작용
|
2019년 10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출연연구기관 23곳에 대한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발급 과정과 관련해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답변하고 있다. 한 원장은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수사중인 사안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
|
정경심 교수는 딸 조민씨가 2009년 5월 15일 서울대에서 열린 공익인권법센터 심포지움에 참석했다며 “행사장에서 조민을 봤다”는 증인들을 내세웠다. 이 센터 명의로 발급된 인턴십확인서가 허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센터장이자 조국 전 장관 은사이기도 한 한인섭 원장은 “조민을 본 적이 없고, 조국으로부터 소개받은 적도 없다”고 한 것이다.
|
자녀 입시 및 사모펀드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일 오후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
재판부는 “한인섭은 피고인의 남편 조국과 같은 대학 교수로 근무했으므로 ‘세미나에서 조민을 본 적이 없다’는 피고인과 조국에게 불리한 내용의 허위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앞서 조국 전 장관이 딸 조민씨와 단국대 장영표 교수 아들 장모씨에게 겨울방학에 사형폐지 운동과 탈북청소년 관련 활동을 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의 이메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는 고교생들의 동아리 활동에 불과하고, 조국이 한인섭으로부터 이들의 활동을 공익인권법 센터의 공식 활동으로 인정하는 데 대한 동의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 검찰이 ‘조국 위조' 인정하며 피의자 신분 벗어나
당초 한 원장은 조국 전 장관 부부 부탁을 받고 허위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는 지난 7월 “검사가 아직도 저를 피의자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며 증언을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다음달인 8월에 이 증명서를 조국 전 장관이 위조한 것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그는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다. 검찰의 이 같은 결정에는 서류 작성 권한자인 한 원장의 진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 사무실 컴퓨터에서 인턴확인서 파일이 발견된 데다 한 원장이 ‘확인서를 발급해 준 일이 없다’고 하면서 조국 전 장관의 위조 혐의가 문제된 것이다. 재판부는 23일 조 전 장관의 위조 혐의를 인정했다.
◇2017년 “조국은 외모보다 인격” 글 올리기도
한 원장은 조국 전 장관의 ‘멘토’로서 2017년 법무·검찰 개혁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던 2018년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정실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2017년 5월엔 페이스북에 “조국은 외모보다 인격과 품위가 참 반듯한데, 그 점에 대한 주목을 방해하는 게 외모”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조국 전 장관과 가까웠던 한 원장도 검찰에서는 “조민을 본 적 없다”고 진술함으로써 자신의 ‘살 길’을 택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하지도 않은 일로 형사책임을 나눠 지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은경 기자]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