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심장부 “사랑의 관상가 주님의 애제자들”
2026.5.23.부활 제7주간 토요일 사도28,16-20.30-31 요한21,20-25
“의로우신 주님은 의로운 일들을 사랑하시니,
올곧은 이는 그분 얼굴 뵈오리라.”(시편11,7)
배워야 할 것은 차고 넘치는데 심신의 힘은 한계를 느낍니다. 삶은 새삼 끝없는 <배움의 여정>이요 끝까지 노력하는, 죽어야 끝나는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학인으로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 여기서 큰 위로와 희망이 바로 교회의 살아 있는 기억이며 사랑의 멘토인 성령입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가르치시고 인도하시며 하느님의 말씀의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닫게 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오늘로서 부활 시기는 끝나고 내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을 시점으로 성령 안에서 늘 <새로운 시작>의 연중 시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마침 오늘 말씀의 배치도 절묘합니다. 요한복음 마지막 장은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로 요약하며 우리의 시선을 익명의 애제자를 향하게 합니다. 또 사도행전 역시 마지막 장은 <바오로는 로마에서 지내면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였다.> 요약하며 마지막까지 복음 선포에 최선을 다한 바오로 사도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나는 이스라엘의 희망때문에 이렇게 사슬에 묶여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고백처럼, 육신은 사슬에 묶여있을 지라도 생명의 말씀은, 또 사도의 자유로운 영혼은 결코 묶어둘 수 없음을 봅니다. 사도행전 마지막 구절, <대자유인> 바오로 사도에 대한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바오로는 자기의 셋집에서 만 이 년 동안 지내며, 자기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였다. 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
바오로에게 머무는 어디나 ‘영원한 오늘’의 현재이자 복음 선포의 제자리였음을 깨닫습니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선승 임제 스님의 법어가 그대로 바오로 사도를 통해 실현됨을 봅니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지금 서 있는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이자 참된 행복의 자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사는 지상천국의 실현입니다. 어제에 이어 요한복음 마지막 부분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와 배드로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참 묘하게도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는 늘 함께 있음을 봅니다. 애제자를 본 베드로의 물음과 주님의 답입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할 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불필요한 관심은 접고 ‘너 베드로는 나를 따르는 일에 충실하라.’는, 베드로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주는 실제적인 지혜로운 가르침입니다. 주님 말씀대로 사랑의 순교로 주신 사명을 완수한 베드로입니다.
베드로, 애제자, 바오로, 셋 다 각자 삶의 자리는 다르지만 주님께 대한 신뢰와 사랑은 독보적이며, 우리를 분발케 함은 물론 셋의 뒤를 잇고자 하는 열망을 심어줍니다. 오래전 주님 성탄절에 쓴, 언제 읽어도 새로운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라는 자작시가 떠오릅니다.
“당신이 꽃을 좋아하면
당신의 꽃이
당신이 별을 좋아하면
당신의 별이
당신이 하늘을 좋아하면
당신의 하늘이
되고 싶다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1998.12.25.>
주님 성탄절에 가타리나 수녀님으로부터 빨간 칸나 꽃을 선물로 받고 즉석에서 써드린 시의 감동이 28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마도 오늘 강론에서 소개된 세 제자들의 주님 사랑이 분명 이러했을 것입니다. 특히 주목되는 인물이 요한이라 불리는 익명의 애제자입니다.
‘그래서 형제들 사이에 이 제자가 죽지 않으리라는 말이 펴져나갔다.’ 바로 여기 익명의 애제자가 상징하는 바 교회가 존속하는한 언제나 교회 심장부에 현존하는 제자들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 레이몬드 브라운의 통찰이 좋은 참고가 됩니다.
“답은 제자의 ‘이중특성’(dual nature)에 놓여있다. ‘실제적 인간’(an actual person)으로서 사랑받던 제자는 분명 죽었다.
그러나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킴으로 예수님에 의해 사랑받았던 모든 이들을 상징하는(embodying) ‘완전한 제자’(the perfect disciple)는 예수님의 오실 때까지 머물러야한다(must remain).
‘교회는 결코 애제자 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The Church must never be without him)’”
‘교회는 결코 애제자 그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The Church must never be without him)’는 묵직한 마지막 말마디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교회가 계속 생명력 넘치는 존재로 존속할 수 있음은 바로 언제나 교회 심장부에 자리 잡고 있는 주님만이 아시는 익명의 사랑의 관상가 애제자들 덕분임을 배웁니다. 저 또한 주변 교회 곳곳에서 자주 이런 살아있는 보석같은 분들을 목격합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은” 익명의 사랑의 관상가 애제자들이 되어, 교회의 심장이 되어,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삶으로 증언하며 살게 하십니다.
“주님, 저희에게 너그러이 은혜를 베푸시어,
그 파스카 신비를 삶으로 증언하게 하소서.”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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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주님, 저희에게 너그러이 은혜를 베푸시어,
그 파스카 신비를 삶으로 증언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