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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와 경남FC 시민구단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김남일, 김주영 등의 이적으로 터져나온 선수 유출에 대한 이야기 등 우울한 화제들이 최근 축구계를 달궜다. 물론 손흥민, 기성용의 선전과 아시안컵이라는 즐거운 화제들도 있긴 하지만, K리그 팬들에게는 걱정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이야기들이었다. 사실 외형적으로 K리그는 발전하고 있다. K리그 챌린지를 창설했고, 아시아 무대에서 K리그 팀들은 꾸준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시민구단들은 재정적 부족함 속에 치열한 강등전쟁을 치러야 했다. 특히 K리그 챌린지가 생겨나면서 강등된 구단들은 더 큰 무관심 속에서 시즌을 보내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시민구단만 힘든 것도 아니다. 대기업을 스폰서로 둔 구단들도 예전처럼 자금으로 좋은 선수들을 구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중국의 사업가들과 중동의 석유 재벌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노려도 선수 영입은 쉽지 않고 오히려 보유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니 쉬운 일이 아니다. 겉은 훌륭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많이 아프다. 이러한 아픔은 결국 ‘돈’과 얽혀 있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내가 직접 경기를 관람했던 경기도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1. 세계화와 자본, 그리고 K리그
20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는 월드컵은 되어야 지켜볼 수 있었는데, 이젠 매주 집 안방에서 손쉽게 볼 수 있다. 지구촌을 강타한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축구계에도 밀어닥친 건지 토종 클럽들의 인기는 해외의 다국적 기업이 아닌 다국적 ‘빅클럽’에 인기를 빼앗겼고, 나이키·아디다스·푸마 등의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를 끼고 전방위에서 가해지는 스타 선수들의 공세로 토종 K리그 선수들의 인기도 빛을 잃었다. 유럽 빅리그들은 명문 구단, 유명 선수, 높은 중계의 질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를 공략했다. 축구라는 '상품'을 접하는 입장에서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유럽의 빅클럽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구멍가게’ 수준인 K리그 팀들의 규모로는 이러한 공세를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K리그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안정환, 이동국, 고종수 같은 스타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나부터도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본 국가대표 선수들 라인업을 줄줄 꿰곤 했는데, 이제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 위주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는 본인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도 놀라곤 한다. 축구팬으로서 시야가 넓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축구에 관심이 적어졌다는 것이다.
유럽 리그의 공세 앞에 K리그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박지성이 자랑스럽게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면 할수록 K리그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기만 했다. 이제는 국내 축구팬들이 유럽 축구에 시선을 빼앗긴 것도 부족해 수많은 선수들이 중동, 중국, 일본 등 가까운 아시아 국가들로 무대를 옮겨 활약하고 있다. 유럽 리그와 달리 아시아 내 타 리그로의 진출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하여 ‘판’을 키울 여력이 현재 K리그 구단들에는 없다. 그래서 K리그 내 빅클럽들도 핵심 선수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 생활을 평생 지속할 순 없기에 경제적 이유를 택하는 그들을 탓할 순 없다. 자본을 앞세운 외국 구단의 공세를 막을 방법도, 명분도 없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자면, 씁쓸하기는 하지만 K리그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축구계에도 세계화의 바람이 불었다. 20년 전과도 여건이 확연히 달라져 해외로의 이적이 어렵지 않다. 유럽 진출 아니면 일본 정도가 해외파들이 활약하는 무대였던 반면, 이제는 카타르, UAE,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내 다양한 리그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경쟁에만 신경쓰던 시대는 지나갔다. 과거 자본을 앞세워 선수들을 싹쓸이하곤 했던 성남이나 수원을 생각해보면 시대가 변하긴 변했다. FC서울이 데얀, 하대성, 김주영을 줄줄이 잃었고, 고명진마저도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다. 대기업을 스폰서로 둔 기업 구단들도 해외의 갑부들을 상대로 머니 게임을 벌여야 한다. 그리고 상황은 녹록치 않다.
2. K리그의 중요성
신자유주의 하에서 많은 수의 ‘없는 사람’들이 사회 구조 상의 모순 때문에 불합리하게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없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그 부조리함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 이야기들이 나 아닌 ‘남’의 이야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미국 등의 수입 작물이나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생산된 중국의 농산물 때문에 우리나라의 농업이 위기를 맞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농부라고 한다면 그렇게 쉽고도 간단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다. K리그도 이렇게 남의 얘기하듯 상황에 대해서만 설명해놓으면 별일이 아닌 것 같다. 세계화나 개방, 그리고 무조건적인 경쟁이 꼭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지는 않는다. 축구계에 부는 세계화, 자본의 논리가 도입된 것은 정말 우리와 무관한 일일까.
혹자는 관객도 없는 K리그를 왜 보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K리그는 관심이 없어도 월드컵에는 온 국민의 관심이 쏟아진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 온 수입산인가? 우리가 4년마다 열광하는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 중 아직까지 해외에서 자란 선수들은 없다. 기성용도, 이청용도, 구자철도 모두 국내 무대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독일에서 프로데뷔를 한 손흥민마저도 FC서울 유소년팀이었던 동북고를 거쳤다. 게다가 산하 유소년 팀들은 이러한 발전을 지속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분명한 기여를 하고 있다. 분명히 K리그는 우리나라 축구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 유명 선수들이 떠난 빈자리는 단 시간에 메울 수가 없다. 수준급 선수들의 해외 진출로 리그의 수준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해외로 많은 선수들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K리그에게는 위험한 일이다. 안 그래도 유럽 리그에 밀려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데 K리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떨어질 수밖엔 없다. 당연히 우리의 주된 관심을 받는 국가대표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세계 3대 리그라고 꼽히던 이탈리아의 세리에A는 유럽 내의 리그 평가에서 5위로 떨어졌고, 실제로도 유럽 무대에서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세리에A의 구단들은 재정적 위기를 겪으면서 리그 자체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겨우 유벤투스 한 팀만이 16강에 진출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재정난으로 인해 팀의 전력은 약해졌고, 유럽 대항전에서의 성적은 하락하고 이것은 팀의 재정상태를 더욱 압박하게 되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의 부진이 세리에A의 경쟁력 약화와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세리에A는 여전히 훌륭한 리그이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퇴보했다. 이 사실은 우리나라 축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AFC챔피언스리그에서의 압도적인 성적을 기반으로 K리그가 아시아 최고의 리그라고 자부하지만, 그것이 오래지 않아 사라질 신기루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튼튼한 리그 없이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바랄 순 없다. K리그가 당장 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K리그의 위기상황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3. 팬들을 ‘경기장’으로
유럽 여행을 하면서 레알마드리드,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아스날과 같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빅클럽’부터 포르투갈의 명문인 벤피카, FC포르투나 이탈리아 AS로마의 홈구장도 방문했다. 소규모 구단으로는 당시 프리미어리그 소속이었던 볼튼의 경기장을 방문했다. 지금도 K리그 경기와 국가대표 경기도 기회가 되면 직접 찾고 있는데,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유럽의 빅클럽도 실제 경기장에서 보면 K리그 경기와 엄청난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K리그의 경기 수준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리그이니만큼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할 수도 없다.
선수들이 눈 앞에서 뛰어다니기에 더욱 박진감이 넘쳤던 FC포르투의 홈경기.(vs나시오날)
그런데도 우리는 왜 유난히도 K리그는 느리고 투박하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 걸까. 중계 기술의 차이로 우리는 K리그에 대해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중계 기술의 차이로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느리다는 인식이 생겼고, 실제 경기장으로 팬들을 끌어들일만한 유인들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피치 가까이, 선수들을 눈 앞에서 바라보며 경기를 관람하면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맨체스터유나이티드나 레알마드리드의 경기도 높은 위치에서 경기장 전체를 바라보면, 느리고 박진감이 없게 느껴진다. 관전 위치만으로도 이렇게 차이가 큰 데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는 것과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경기를 보는 것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경기장에서 탁 트인 시야로 경기를 바라보는 것과 카메라 속의 그라운드는 천지 차이다. 경치가 아무리 뛰어난 곳이라도 카메라 속에 담으면 내 눈 앞에 펼쳐진 그 풍경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경험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 않나. 진짜 축구를 즐기려면 경기장에 가야한다. 그럼에도 K리그는 축구장으로 축구팬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채, TV 속의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유럽 빅리그들에 팬을 빼앗겼다.
3층에서 관람한 맨유의 경기.(vs 노리치) 피치와의 거리가 멀어서 빠르다는 느낌을 받긴 어렵다.
경기력 측면을 제외하고도 '직관'이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경기장의 분위기에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직접 경기를 볼 때의 감동이 더 큰 법이지만, 축구야말로 경기장-중계의 차이가 큰 스포츠라는 생각이 든다. 경기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화면을 통해 전달될 수 없다. 나와 같은 목소리로 응원하는 다른 팬들의 목소리와 경기장에서 묻어나오는 선수들과 팬의 열정은 화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자면 오히려 비교적 규모가 작은 클럽들의 경기장 분위기가 부러웠다. 티켓 구매가 까다로워 현지 팬들이 대부분이었던 AS로마의 홈경기, 상대적으로 해외 팬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포르투갈 리그의 경기가 매우 분위기가 뜨거웠다. 경기장의 분위기가 안 좋았던 곳은 의외로 빅클럽들의 경기장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있어서 뜨거운 분위기가 덜했다. 경기장의 분위기는 단순히 경기장 규모나 클럽의 명성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내가 관람했던 FC포르투 경기에서는 1층 관중석만 개방했을 뿐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는 팬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현재 K리그에서도 FC서울을 비롯한 몇몇 구단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중석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경기장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 직접 관람의 즐거움을 결국 많은 팬들이 경기장으로 오면 경기장 분위기도 더 뜨거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직접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의 수를 늘어난다면 이는 1차적으로는 입장 수익으로 이어져 팀의 재정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현 실태를 부정하고 아예 새로 시작할 필요는 없다. 입장 수익의 증가는 팀의 재정에 숨통을 틔어줄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투자나 기존의 여건 개선에도 더 적극적이 될 수 있다. 관중 수의 증가는 2차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관중 수 증가는 스폰서의 숫자나 그 규모에 있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작게는 구단의 파생 상품들을 비롯한 경기장 내의 편의 시설을 통한 부가 수입도 얻을 수 있다. 사실 경기장을 찾을 정도의 충성심도 없는 팀들에게 유니폼 등 부가적인 상품들을 판매하는 것은 허황된 이야기이다. 솔직히 K리그 팀들 유니폼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경기장에 입고 가려고 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본 많은 K리그 팬들이 직접 경기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K리그가 가진 장점으로 꼽았다. 무엇보다도 경기장에 많은 팬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우리 K리그의 부흥기를 이끄는 방법이다. 축구가 직접 관람해야 재미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매력을 알고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다면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려 ‘직관’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계는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이들의 갈증을 해소소시켜 주기 위한 대체재이다. 관중 수가 늘면 중계도 늘게 되어있다. 하지만 '한국축구에 대한 걱정으로 경기장을 찾아주십시오!' 라고 팬들에게 말해서는 안 된다. 이미 세계화가 진행된 축구화에서 자본주의 경쟁 체제가 굳어진 상황에선 ‘감성팔이’ 일회용 방책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각 팀이 담당해야할 일이다.
부천FC의 곳곳이 빈 관중석. 직장 때문에 타지 생활 중이라, 경기장을 자주 찾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도 응원하는 팬들의 열정은 뜨겁다. 내년엔 더 자주 갈게!!
4. 지역과의 밀착, ‘우리 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목하는 ‘지역화’나 ‘풀뿌리’와 같은 단어는 K리그에게도 중요한 바를 시사한다. K리그가 하루아침에 유럽 빅리그처럼 성장할 수도 없고, 꼭 중국이나 중동처럼 외부 투자로 리그를 살릴 필요가 없다. 지역연고제를 택하고 있음에도 지역에서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K리그 팀들은 전국구 구단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우선은 ‘지역’을 대표하는 구단이 되어야 한다. 정치적인 선택에 의해서 프로 리그가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맥락을 생각해보면, 유럽의 역사가 깊은 팀들처럼 자연스러운 밀착 관계를 형성하긴 어렵다. 게다가 지역과 팬 사이에 ‘기업’이 있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K리그에 우리가 친밀감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지역의 이름을 걸고 있다고 해서 지역과 ‘밀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FC서울이나 제주유나이티드를 이제와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팀의 연고를 옮기면서 지역과의 밀착을 스스로 걷어찬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과 밀착해야 한다.
지역과의 밀착이 중요한 이유는 지역과 밀접한 유대감을 가진 팀은 관중을 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구든 체육대회에서 우리 팀을 뜨겁게 응원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수준은 형편없고 스타플레이어라 부를 사람은 한 명 없지만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심지어 어떤 종목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잘 아는 사람이 경기를 뛰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가고 또 즐거운 것이다. 러시아의 골문에 골을 꽂은 이근호가 전국민의 관심을 받은 것은 상주 상무의 이근호는 몰라도 국가대표팀의 이근호는 '우리' 이근호이기 때문이다. K리그가 지향해야 할 팀은 이렇게 팬들과 ‘하나’가 되는 팀이어야 한다. 그저 우리 지역의 축구팀이라는 생각 정도로는 팀에 대한 애정이 생길 수 없다. 사람은 ‘나’의 그리고 ‘우리’의 일이 되었을 때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구단들의 지역 밀착에 좋은 예시가 되어줄 팀이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 있다.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우라와 레즈’이다. 우라와 레즈는 2부리그로 강등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팀이었지만, 오히려 강등 이후 팀의 인기는 상승하여 현재도 수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고 있다. 지역과 밀착하는 방법은 선수들이 지역민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선수단의 거리 청소 봉사를 통해 지역민과의 관계를 좁혔다. 지역 내 오피니언 리더와도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또한 구단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여 지역에도 공헌하였다, 이 예가 바로 레즈랜드라는 것인데 지역민들이 약간의 요금을 지불하고 축구장을 비롯한 각종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더불어 구단 경영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팬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구단이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였는지 입장 수익은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공개하면서 팬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경영 공개는 팀이 직접적으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팬들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클럽은 이익을 내기 위한 회사가 아니라 팬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클럽이다.'라는 우라와 관계자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우라와레즈 관련기사 참고
http://www.kfa.or.kr/kfa/chief_view.asp?BoardNo=183&Page=1&Query=
K리그 구단들 역시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 좋은 성적이 중요하긴 하지만 우선 지역 내의 지지를 받는 팀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야구 한화는 비록 꼴찌지만 수많은 뉴스의 대상이 된다. 한화 팬들은 부처 혹은 보살로 불리면서 리버풀의 콥, 뉴캐슬유나이티드의 툰아미처럼 특색있는 팬들로 인식된다. 스토리가 없다고 걱정하는 K리그 입장에서 부러울 뿐이다. 부실한 토대에서 만들어진 좋은 성적은 금방 사라질 거품과 같다.1990년대 일본은 외형적으로는 호황을 누렸지만, 토대가 부실했던 이른바 '버블 경제'는 붕괴하고 말았다. 결국 프로 스포츠는 충성심이 높은 '팬'이 그 토대이다. 팬이 많은 곳에는 자본 유치에도 용이하다. 지역의 지지를 얻은 팀이 되는 것. 그것이 K리그 팀들이 집중해야 할 점이다.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우라와 레즈의 서포터즈.
사실 축구가 뭐가 그리 우리 인생에서 중요하겠나. 그래봤자 축구 아닌가. 하지만 축구계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돈이 최고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어색하지 않고 어느 새 축구에도 그런 신조가 퍼진 듯하다. 부자 구단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면 특히 그렇다. 하지만 나는 절대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우리가 이렇게 팍팍한 삶을 사는 것도, 결국은 돈에, 성공에 집중하다보니 가장 근본적인 '사람'을 잊었기 때문이다. 우리 K리그도 거대자본을 앞세운 유럽의 빅리그들과 경쟁을 치러야 한다. 또한 리그 내부적으로는 시민구단은 재정 부족으로 어렵고, 기업구단은 더 큰 자본을 앞세운 외국 구단에게 선수를 빼앗기면서 힘들다. 현실적으로 ‘쩐의 전쟁’을 치를 수도 없다. K리그는 이제 지난 세월을 돌아봐야 한다. 여태껏 K리그가 '지역'과 '사람'들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결국 축구도 사람 사는 인생의 일부인데, 그 과정에서 사람은 잊고 성적, 돈과 같은 결과에만 정신을 팔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바로 사람이 K리그를 구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돈보다 위대한 것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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