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치자 비가 내렸다
떠난 님이 그리운 건가
님을 기다리는 슬픔인가
먼 산 뒤편에서 비따라 함께 온 바람은
낡은 우산을 들척이다
나의 눌러쓴 모자 위에 앉아
아이처럼 울먹였다
텅 빈 카페문 앞에서 비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키 작은 나무밑을 지나 몸 털고 들어간 그리 시끄럽지 않은 대합실
빈 의자에 앉아 한참을 졸다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징검다리 휴일의 마지막날
아직 며칠째 사람과 대화를 못한 입에
작은 음료수를 퍼넣었다
여행의 시작은 셀레였지만 끝은 늘 피곤하다
좁은 통로를 따라
내 좌석 앞에서 걸쳐만 가방을 풀었다
하지만 앉을 수가 없었다
몸이 비대한 중년부인이 내 좌석에서 잠들어있었다
깨울 수가 없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비 젖은 풍경을 바라보며
그분이 잠에서 깨어나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늘은 무엇으로 사는가
들녘 풀 한 포기에도 생명을 담고
바람 한 점으로 늙은 농부 이마에 걸친 땀을 닦아내며
사랑을 말하며 사는가
거세게 내리는 비가 더욱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
그녀가 잠에서 깨어났지만
나보다 더 피곤해 보이는 그녀에게 괜찮다는 듯이
자릴 양보했다
미안한 듯 짐을 내게 보였다
직장을 잡아
도시로 간 딸내미에게 가져다줄 밑반찬이라 했다
급구사양 했지만
음료수와 제과점 빵을 내게 권했다
그녀의 인지 검지 손가락에 값비싼 반지가 질렁질렁 끼워져 있었다
잠시 침묵의 분침을 뚫고
우산 없이 달리는 열차는
길게 펼쳐진 네일 위로
후후 한숨짓는 철마의 긴 한숨을 기억하며
구겨진 길을 달리고 있었다
한참 후 그녀가 눈감은 채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녀의 몸과는 달리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경직된 목소리가 손부채처럼 흘러나왔다
오늘 못 오면 엄만 어떡해?
아냐/ 짐이 너무 많아서/
비까지 내리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필 오늘 비상근무니...?
긴 푸념처럼. 내뱉는 한숨이
발신자 없는 편지처럼
내 어깨 위에 앉는다 푸~~ 내쉬는 한숨을 끝으로
그녀가 내릴 준비를 한다
나도 배낭을 챙겼다
택시 타는 곳까지 제가 도와드릴게요
내가 작정한 곳도 아니건만
낯선 지역에서 쥐고 메고
처음 보는 그녀와 함께 역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택시만 잡아 드리고 되돌아 오려했건만
내리던 비는 폭우로 변해
못다 한 말을 하려 듯
음악의 한 부분처럼 달리는 차 지붕을 걸쳐
구멍 난 아스팔트 위를 메꾸고 있었다
눌러쓴 모자의 창끝에 구슬처럼 비가 맺히고
듬성 걷는 그녀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얊은 그녀의 블라우스를 적시여
보름달만큼 큰 가슴을 노출시키고 있었다
뒤뚱 층계를 타는
힢 사이의 치마는 파도처럼 밀려다니고 있었다
택시 잡기가 힘들었다
어차피 젖은 몸 조금을 걸어가면 딸내미가 집이라는 말에
짐꾼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녀의 딸 원 룸에 도착했다
잘 정돈된 작은방
코끝을 스치는 화장품 냄새
여자 혼자 살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게 했다
이젠 가야 했다
툭툭 옷을 털고 집을 나선다
그녀에 대한 특별한 인사가 생각나지 않았다
등 굽혀 냉장고에 밑반찬을 넣던 그녀가
분명치 않은 어조로
커피 한잔? 하며 고마움을 표했지만
속옷까지 다 젖은 몸으로 되려 내가 미안했다
난 밖에서 있고
그녀는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대충 젖은 옷을 짜내고
그녀가 던져준 운동복을 걸친 채
낯선 곳 낯선방에서
처음 보는 그녀가 만들어준 김치찌개를
꾸역꾸역 먹고 있었다.
원래 소심한 성격 탓이었을까
그녀와 특별한 대화도 없이
소주 한 병을 해치워 버렸다.
피곤함이 밀려왔다.
몇 개 안 되는 그릇을 설거지하는
그녀의 등뒤로
침대에 몸을 반만 걸친 채 잠들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밤의 적막한 고요가 창문에 걸쳐있었다
새털 같은 한 줌의 흐릿한 빛이
내 발아래 누워있는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힌 원피스 위로 드러난 그녀의 몸이
작은 양주잔처럼 보였다
스스로 위안을 했다
인생 뭐 별거 있나
내일 죽는다 한들
두고 가지 못할 미련 있나
어린아이처럼 뒤척이는 척
나의 몸을 그녀의 등에 밀착시키며
그녀의 둥근 가슴에 나의 손이 얹히고 있었다
작은 빛에 노출된 그녀가
그녀가 잠에 술에 취해있길 바랐다
거칠어진 숨소리 다시 목안으로 삼키며
하얀 원피스를 조금씩 조금씩
들춰낼 때마다
나의 심장 박동소리까지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그녀의 쟁반 같은 큰 힢이
원피스와 하얀 팬티를 보호하고 있었다
가슴에 풍선을 놓고 터트리 듯
그녀를 껴안았다
순간 그녀의 떨림이 느껴졌다
잠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예감했다
나의 손이 계곡 끝을 찾을 때
잠 투정하듯 살자고 힢을 들어주었다
허락한 것일까
없던 용기가 생겼다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어느새 나의 얼굴은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그녀의 입술을 점령하고
굳게 닫혔던 그녀의 대문이 열리고
그녀의 작은 외침처럼 들리는
신음 소리와 함께 널뛰기를 하듯.
내가 높이 오르면 그녀는 다음 동작을 준비했다
고랑진 밭을 채우고
세수하듯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며
골인 지점을 앞둔
마라톤 선수처럼 마지막 숨을 고를 때
그녀의 몸은
점령당하기를 원했던 보물창고처럼 문이 열려있었다
입고 있던 운동복 바지가 한쪽 발에 걸쳤지만
몸은 그녀의 두툼한 허벅지 사이를 밀고 들어가고 있었다
행동이 거칠어지고 서로의 몸을 부딪쳐 무언의 의사 표현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탈력 있게 용트림했고 나 역시 전력 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며 따뜻한 세 치 혀를 사탕 먹듯 빨아대고 있었다
허락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지극히 원하고 있었던 성적 행위였다
망설임 없이 여자를 허물기 시작했다
튼실한 그녀의 토양 안쪽으로 촉수를 밀어 넣으며
풍만한 가슴을 터트리려 빨아 대고 있었다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내 귓전에 불어넣는 거친 숨소리는
나를 더욱 흥분시켰고
결국 내 몸을 타고 앉아 흔들어 대던 우람한 몸 때문이었나
또 한 번의 점액질 윤희가 그녀 몸속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내가 몸을 틀어 줄 때마다 그녀 입에서
들꽃 같은 신음 소리가 새순처럼 나왔고
그녀의 깨진 몸속에서 화를 내던 나의 심벌을
소중하게 감싸주고 있었다
매 순간 간절히 사정하고 싶은 남자의 욕정
그때마다 그녀는 꼭옥 안아주고 있었던
조금 후 내리던 소나기가 그친 것처럼
그녀의 동굴 속에서 부끄러운 듯
밤의 복면을 쓰고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곤 숨 고르며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
망막한 바다에
돗없이향해하는 작은 배 되어
끝없는 끝없는 망해로 향하고 있었다...
밤을 채운시간이 흐르고
창문에 어린아이의 미소처럼
화사한빛이 밀려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아직 이렇다 할 대화가 없었다
그녀가 화장을 하고 있었다
가려나보다
생각했다.
나도 가야지..
열차 티켓을 두 장 끊었다
주먹진 그녀의 손을 펴고
티켓을 건네주며 엄지로 쿡쿡 찔렀다
그녀의 얼굴이 아닌 형광판을 보며 말했다
우리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녀는 말이 없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타고 갈 상행선 열차가 먼저 왔지만
난 승차하지 않았다
나의 채취한 뒷모습을
아니 그녀를 홀로 두고 먼저 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람이 시간을 채울 때쯤 하행선 열차가 도착했다
그녀가 열차에 올랐다
그녀의 떠나는 모습을 지키며
난 장승처럼 서있었다
순간. 창에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서로 확인하는 시선 사이로
응고된 침묵이 마지막 인사였다
가서 안녕이란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어젯밤 일이 왜 이리 슬프냐고
다시 만날 수 있느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서서히 열차는 네일 위로
그리움을 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부서지는 소음을 참으며
역과 역마다 이별과
그려지지 않을 사랑을 철길 위에 놓으리라
다시 오련만 마지막처럼 질주하고 있었다
코까지 눌러쓴 모자 사이로
때 묻은 머릿결이 눈에 비친다
한발 또 한발 내리는 층계 위로
버리지 못해 손에 쥔 허탈한 소음이 발자국에 묻혀
나를 보고 있었다
비가 내린다 막차도 끊겼다
아~~
어디로 가지?
내리는 비를 보며 만들어 본 픽션 글
소설가 방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첫댓글 픽션글은 누구에게나
추억이고 사랑이고 젊음 입니다
좋은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중년의 나이가 되면
제일 큰 적이 외로움인가 봅니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나이 이기에
저도 예외는 아닌 듯 빗 속을 헤매는 거죠
감사드려요 지인 운영자님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요~^^
픽션 글이었군요.
논픽션 글인 줄로 알았습니다. ㅎ
하도 리얼하게 글을 쓰셔서요.ㅎ
글을 잘 쓰십니다
감사드려요 리디아 가수님
얼마 전 사무실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만들어본 글이네요
누구나 나이가 차면 몸으로 느끼는 외로움이죠
이밤 지나고 다시 내일이면
더 좋은 봄 소식이 있을까요?
고운 댓글 고맙습니다
편안한 오후 보내시고요~
실제일까?소설일까? 리얼하게 빠져보는 1박2일 였습니다 모든건 비때문이라고 좋은글 상상에 나래에 빠져보았습니다
70세 이상도 불가 해야할듯 ᆢᆢ이해불가
경험 없이 이런 글 만들자 하니 상상의 날개를 펼쳐야 했어요
그래도 자꾸 실제 글이라 말하고 싶으신 러브러브님
차라리 삼류 소설로 봐주세요
중년이 겪어야 하는
홍역 같이 피해 갈 수 없는 외로움이라 생각해주세요
누구나 한번 쯤 경험 해야 하는 중년에 고독이죠
댓글 감사드려요
환절기 감기 조심 하시고요
@시골바다 영화 1부작 한편으로 감상했습니다 2펀도 기대 해도 될까요?
삼류소설 아닙니다 ~
여긴 눈바람이 봄바람보다
더 차갑다고 ᆢ꽃샘바람이 되겠지요
@러브러브 2편 3편도 가능하지요
마음이 오갈 곳 없이 고독한 분들을 위해서라면요~
서울은 바람도 차분하고
쌓였던 눈들도 왔던 곳으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 봄 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네요~
작문 실럭이 대단 하십니다. 88년도 일본소설.번역분 진짜 리얼 읽었는데. 재밋게 실감있게 읽었습니다. 고운밤 되세요.
감사드려요 나 진실님
그냥 내리는 봄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들어보았네요
지금은 아니지만
나진실님도
내 나이 쯤 되면
제 글을 더 이해하실 거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고요~
픽션을 가장한 넌픽션이라고 저혼자 단정
지었어요 정사장면을 어떻게 저토록 고급지게 묘사해셨을까 저도 비오는 날 기차타고 어디론가 가봐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근데 서서는 못갈거 같고 옆자리에 앉으면 수작을 해볼까 합니다
배위에 서있는 저 청년은 누구신가요?
오동통통하니 참 이뿌네요
새벽에 재미난글 읽었어요^^
정사 장면을 더 리얼하게 묘사 할 수도 있었는데
카페 이미지 때문에 스톱 했어요
경험해보고 싶은
고독한 중년들의 로망을 과감하게 노출 시키고 싶었거든요
감사드려요 몸부림님
몸부림님의 글과 사진 잘 보고 있어요
다음에 만나면 식사는 제가 살께요
즐겁고 편안한 월요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시골바다 바람을 피운다고??
세상 놀랄일이네 헉!!
요양원 봉사일은 뭐고?
바람 안 피웟
세상도 안 놀라고
요양원 봉사는 힘 닿는데 까지 다닐거고
글 속에 주인공이 시골바다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 만들었네요~~
창밖은 완젼히 봄이네
고마우이!
감기 조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