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기였다. 80년 광주항쟁을 진압한 군부는 언론을 통폐합 하더니, 이전 동양방송(TBS)에서 주최했던 대학생 축제를 ‘국풍’이라는 대규모 행사로 바꾸어 열었다. 당시 이를 주관하던 허문도는 김지하, 김민기, 임진택등을 섭외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결국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 졸업생들을 모아 행사에 참가하도록 하였다.
여의도 광장과 고수부지에서 5일간 밤낮없이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이때는 통행금지도 일시적으로 해제되었고, 주변의 차량은 모두 통제되었다. 이 ‘국풍 81’ 행사는 오월 말부터 유월 초까지, 광주항쟁 1주기에 쏠릴 국민들의 관심을 잠재우고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들을 무력화 하기 위해 만들었다나 어쨌다나…
이 행사의 대미는 가요제였는데(참가자들이 좀 띠리해서 MBC에서 주최하던 대학가요제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었다) 여기서 금상을 수상한 인물이 ‘이용’이다. 그의 곡 “바람이려오”는 그 해 방송가를 휩쓸고, 이듬해부터 3년 동안 MBC의 10대 가수와 KBS의 가요대상을 연속 수상하게 된다. 참고로 ‘선데이 서울’의 7대 가수상도 탔다고 한다.
82년 그가 발표한 “잊혀진 계절”은 밀리언 셀러가 되었고, 동아일보는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당시 필자는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단 부자연스러운 외모도 외모지만 무엇보다도 ‘국풍’ 출신이라는 것이 필자의 심사를 뒤틀어 놓은 듯 하다. 탁 까놓고 얘기하자면 그냥 이유 없이 싫었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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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가을날, 작은 녀석과 여의도 나들이를 갔다가 그를 만났다. 아마도 어느 잡지사의 인터뷰를 마치고 아들과 스냅촬영을 하러 온 듯하였다. 사진 기자 뒤에 서서 급하게 몇 컷 날렸다. 오랜 외유 끝에 그가 돌아왔지만 예전의 인기를 얻지는 못한 듯하다. 그의 지난한 사생활은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잊혀진 계절”이 나온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10월의 마지막 밤”은 유효한 듯 하다. 해마다 10월 말일이면 밤거리를 배회하는 오래된 연인, 친구, 바람난 유부남녀, 혹은 바람 피우고 싶은 유부남녀들로 넘쳐나곤 했다. 학생들에게 ‘빼빼로데이’가 재미있는 날인 것처럼, 이들에게는 “잊혀진 계절”이 재미있는 날이 되어버렸다.
불행하게도 올해는 마지막 밤이 월요일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걸리는 것이 대박이다. 2009년은 토요일, 2010년은 일요일, 2011년은 월요일. 예측을 하자면 별 볼일 없을 듯하다. 경기도 경기려니와 작년에 별 재미가 없었으므로 올해 역시도 그렇고 그런 날이 될 개연성이 높다. 이제 그들은 너무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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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날 고수부지서 자전거탓던기억이..바람에스치듯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네요
글쎄요..군부정권이 주도했던 국풍이라는거 대해서..암울했던 시절..깨치지 못했던 까까머리 고딩때..여의도의 어느 다리를 건너고..보구서..건너서..왔던.,기억이..아스라이 하는데요..그런 기억으로..이용씨에..대해서..지금에와서..누가,누구를..손가락질 할..자격이 있나 싶네요..그도 시대의 희생양 뿐일수도 있습니다. 님이 궁극적으로 지금 여기에 와 있는것처럼...
이용이 어려운 시절 함께했던 조강지처를 버리고 조건 좋은 처자와 바람이 났던 탓에..
그런 이유로 혐오하고 안티가 되었던 시절.. 그만큼 순수했던 것 같으네요..
세상 살다보니 인간사가 다 그렇더라는 것도 알게되고.그만큼 내 자신이 오염된 것인지...
글 잘 봤습니다.. 백뮤직으로 <잊혀진계절>이 안 나와서.. 쪼끔 아쉽~~~~!@
음악은 음악이고..
노래는 노래입니다.
가수의 이미지와 상관없이 좋아했던 노래였고..
지금도 시월이면 항상 생각이 납니다.
안그래도 시월의 마지막 밤에 tv를 트니,,,,가수 이용이 이 노래를 하고 있더군요~ 잠시나마 조용필을 견줄 노래였다고 하는데,,,그 분도 많이 나이들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