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나는 먼저 긴장을 한다. 얼마나 내가 지구에 못된 짓을 해왔는지를 심판받는 것 같아서이다. 그러면서도 뭔가 게름직하다. 잘못한 것 알겠는데 그럼 뭘 어떻게 해야 앞으로 잘못을 안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이다. 탄소를 줄여야 하는데, 플라스틱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하는데라는 대명제는 아는데, 플라스틱을 멀리하는 금방 지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은 잘 없었다. 책은 최소한 내가 읽은 책들 중에서는 그러했다(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중에 만난 고금숙 작가의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는 두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어멋, 어쩌면 좋아. 이렇게나 심각한 거였어?’, ‘세상에나 이런 방법이 있었네’, ‘맞아, 그렇게 해야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좀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내가 얼마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했던 일들을 꼽아보았다.
첫째, 예쁜 쓰레기 안 만들기 실천 중이다. 온라인 서점(YES24, 알라딘 서점 등)에서 미끼로 파는 각종 굿즈를 딱 끊었다. 작년에 이사준비를 하면서 온라인 서점발 예쁜 쓰레기를 내가 이렇게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딸이 좋아한다는 핑계로 각종 캐릭터 상품을 모아왔던 나, 딸에게 선언했다. 엄마에게 더 이상 굿즈를 기대하지 말라고. 작년 여름 이후로는 사고픈 물건이 있으면 1주일은 고민하고 사려고 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잘 실천하고 있다.
1+1 상품 구매 안하기를 하고 있다. 장보기의 매력은 1+1에 있다지 않은가? 싼 것 같아서 필요할 것 같아서(필요한 것이 아니라) 두 개씩 사 모으는 요상한 취미, 이것도 끊어야 할 습관이었다. 공산품은 썩지 않으니 쟁여둬도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것이었다를 느끼면서 요즘은 1+1을 둘둘 감은 투명테이프도 보기 싫어졌다.
옷총량제를 하고 있다. 안 입는 옷과 안 입을 옷을 나눔과 기부로 처분하고, 내가 입을 옷의 개수를 정했다. 한 벌을 사면 한 벌을 버렸다. 사고 싶은 옷이 있으면 그만큼을 꼭 버리려고 했다. 어쩌다 정해둔 총량보다 옷가지 수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얼른 정신을 차리고 늘어난 만큼을 정리한다.
아주 낮은 단계의 미세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다. 작년부터 주방에서 일반 수세미를 치우고 천연수세미를 두었다. 천연수세미는 박박 닦이는 맛이 없다고 싫어하던 남편도 이제는 순응했다. 또 액상 섬유유연제는 쓰지 않고 종이로 된 유연제를 사용한다. 유연제 속 향기내는 알갱이들이 죄다 플라스틱이라는 얘기를 듣고서는 쓸 수가 없었다. 근데, 이번 책에서 세탁할 때 미세 플라스틱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는 말에 멘붕이 왔다. 유연제 안쓴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종이유연제 다음 단계는 식초를 쓰는 것인데, 이건 향기를 느껴야 한다는 가족들의 반대로 아직 실천못하고 있다.
나열하고 보니 나는 쓰레기 덕질에서는 왕초보 수준이다. 포장 음식 배달도 스스럼없이 하고 있고 실리콘으로 된 보관용 지퍼를 몇 개씩 사두고도 위생비닐을 더 자주 이용하고 있으며 머그컵을 옆에 놓고도 종이컵에 손을 댄다. 편리함 때문에 몹쓸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
고금숙 작가처럼 열렬히 하지는 못하지만 쓰레기 줄이기를 위해 한 행동들을 점검해보면서, 내가 플라스틱 줄이기를 위해 눈꼽만큼의 노력은 하고 있었음에 위안을 조금 얻었다. 이번에는 이 책을 읽은 것을 계기로 하여 나도 쓰레기 덕질의 수준을 조금 올려볼까 한다. 동네 반찬가게나 떡집에 가서 용기(容器)를 내미는 용기(勇氣)를 부려보고, 물건다이어트도 해보고(중고가게나 직거래 이용), 통에 받아쓰는 세제 가게를 일부러 찾아보는 일들을 한 달에 한 개씩 해보면 어떨까? 하다보면 느끼는 바가 달라서 계속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은 이상 왕초보 단계는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첫댓글 오, 한 달에 한 개씩!
쉽고 해볼 만한 목표예요~ 종이 섬유유연제가 있다는 것도 첨 알았어요.
멋집니다! 옷 총량제도 좋은 개념이네요. ^^
노오력이 중요한 거겠죠? 결과는 별거 없더라도 ㅠㅠ 쌤은 노력만큼은 저보다 백배 잘하고 계시네요~~~
지구를 살리기 위한 환경 운동.... 저도 더 열심히 동참해야겠어요.
란란님처럼 저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1+1은 되도록 피하려고 하고, 대형마트보다는 동네 슈퍼나 가게 이용하기~
요거트등 먹고 겉비닐 분리하기
가족이 유통기한안에 다 소비 못할 분량의 과일, 채소등 많이 생기면 미리미리 이웃과 나눠먹기
요즘은 부모세대보다 10대와 20대 세대들이 환경에 관심이 정말 많은듯해요. 1회용을 줄이기 위해 음식 담을 통을 가지고 가서 포장해오는 딸보며 반성 많이 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