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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소백산 3박4일
인생살이 가슴에 깃든 시름 씻을 길 없어 장비 몇 가지 챙겨 싣고 푸른 봄빛이 진하고 해가 구름 속에 잠든 사이 서울 양양 고속국도를 내질러 강원도를 접어들었다. 태백준령을 두더지태생들이 원 없이 뚫어놓은 두더지 터널이 헤아리다 포기할 정도로 많다. 두더지터널 10키로 짜리도 있다. 나도 두더지과 출신이지만. 길 사방천지 두더지태생들이 뚫어 논 굴이 부지기수다. 어쩌면 땅 구멍을 이렇게 잘도 파는지 탄복할 따름이다. 하늘은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다. 집사람이 정년을 마친 첫 국내 나들이다. 강원도 설악산을 향에 가다가 3개월 전에 오픈했다는 설악 온천 리조트에 들렸다. 찜질방도 곁들여 운영하는 온천 휴양소다. 이곳 리조트는 깊이 1200미터에서 올라오는 53도C 온천수를 이용 여러가지 효용을 선전하며 홍보에 바쁘다. 하루를 이곳에서 보내고 설악산에 입장을 했다.
아침 7시경이다. 경노는 무료이고 일반인은 3,500원이다. 아침을 주변경내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해결하고 청동통일대불좌상 앞에 합장하고 빌기를 오늘 이곳 설악에 60대가 넘어 다시 찾아본 우리부부를 무탈하게 하산토록 보살펴주실 것을 기원했다. 이곳을 찾아본지도 대여섯 번이 넘는 것 같다. 어린남매를 데리고 젊어서 찾은 기억이 아련한 추억 속에 그 시절을 그립게 한다. 주변은 30여 년 동안 많이도 변했지만 신흥사 경내와 산세는 그대로다. 설악천을 흐르는 물결은 맑고 수량도 몇 칠 전 비온 탓에 풍부하다. 주위에는 외국인들이 붐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 이란다. 양양국제공항을 이용한 것 같다.
우리부부는 신흥사 경내를 둘러보고 추억의 등산로를 되짚어 걸어올라 갔다. 스틱을 짚어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수많은 세월 속에 묻혀버린 기억을 더듬는다. 가물거리면서 흐릿한 탐방 숫자만이 헤아려질 뿐 구체적이며 상세한 그림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이가 세월을 말한다. 다리는 느리고 중심은 흔들댄다. 울산바위 쪽으로 추억을 만나보려 했으나 60연식으로는 감당하기 벅차 되돌아와야만 했다. 외설악 모두를 눈에 넣기 위해서는 권금성 케이블카가 제격이었다. 탑승료는 남녀노소 모두 1만원이다. 9시가 되어야 움직이는 케이블카에 대기 손님이 화요일임에도 인산인해다 모두가 동남아 외국관광객이다. 중국관광객은 한사람도 없는 것 같다. 요금은 만원이다. 경로 할인은 없다. 권금성 산위에서 바라보는 외설악 전경이 수 십 년 세월을 두고 변함없다.
강원도 동해안의 남북으로 흐르는 전경은 보기에 기가막힌 곳도 많다. 외설악 저 멀리 울산바위의 웅장함과 신흥사의 고즈넉함이 추억속의 세월을 달리고, 천왕봉은 구름에 가려지고, 봄바람은 서늘하게 가슴 떨게 하는 곳, 권금성 산자락위에서 추억을 더듬는다. 풍광은 천길 아래 초록으로 물들인 산수화가 웅장하다. 산허리를 감도는 아침구름에 새들은 늦잠에 허공이 조용하다. 해를 감춘 운무에 외설악이 고요하다. 우리부부는 이런 청신한 맛에 구름 찾아 이곳을 올랐다. 겨울마다 영하 40도의 설한풍에도 이곳의 잡목은 동사하지 않고 봄에 생명을 피워 푸른 이파리를 봄바람에 펄럭인다. 이곳의 잡목은 모두가 북풍에 남쪽으로 기울어져 자라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시간이 흘러 뒤돌아서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 이곳에 다시와 서 볼 것인가. 미련을 두고 뒤돌아섰다.
우리부부는 차를 돌려 고성 전망대를 찾았다. 많은 시간 속에 변화도 많았다. 도로가 변하고 새로운 건물도 보인다. 냉전의 격동기에는 38이북은 신비의 나라였다. 적대관계의 앙숙 같은 동포들이 서로 총칼을 겨누는 최전방을 공개한다는 것은 김일성을 처음 만나는 것처럼 호기심도 작동했었다. 그러나 2018년 6월 12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발표된 후라 그런지 호기심은 사라지고 추억 찾아 들려볼 뿐 흥미는 사라졌다. 날씨가 너무도 쾌청하여 전망대에서 바라본 비선대가 선명히 보이고 해금강의 맑은 바닷물이 철석이고 깨끗한 모래가 빛난다. 구선봉아래 설호는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가 숨겨진 곳이다. 오백원 넣고 망원경으로 북한 땅을 훑어본다. 북미정상이 성공하면 한번 살아서 구선봉을 찾아가고 싶다.
우리부부가 다시 둘러본 길은 정동진 부채길이다. 사는 나이 백년이 안 되니 사는 동안 이렇게 풍광을 즐기며 영혼을 즐겁게 하고 싶다. 고단한 청춘을 보내고 절박한 장년의 세월도 지났다. 늙어가는 부부가 정동진 해안가 부채 길을 걷는다. 65세는 무료고 일반인은 3000원 입장료로 바닷가 풍경을 다른 맛으로 감상한다. 이런 시선한 바닷길을 걷는 다는 것은 사람을 속되게 하지 않고 아울러 이와 같은 청신한 맛에 신선 못됨을 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동진에서 심곡항으로 걸어가는 데, 마침 봄바람이 6월 초순 치고는 싸늘한 때다. 흐린 하늘가에는 갈매기들 즐거이 날고 넓은 바다에는 외로운 고깃배가 떠나간다. 해는 구름 속에서 하늘높이 오르고 발밑에 철석이는 물결이 지나는 이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놓는다. 이곳은 처음으로 걸어보는 낭만이다. 이곳 걷는 이들도 나와 같은 시니어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의 풍광은 50년의 풍류를 모았다. 그동안 군사시설로 막혔던 이곳이 개방되면서 아기자기한 지층과 석층의 결이 45도로 기울어 태고에 지각변동이 심했던 곳이고 용암이 즐비한 것은 화산으로 용암이 분출한 것 같다. 걷는 길 한쪽은 천길 절벽이고 발아래에는 시퍼런 물결이 포말을 이루며 부서진다. 동해안의 절경이다.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태고의 소리 그대로다. 집사람이 이 추억을 담으려 핸드폰 카메라를 나를 향해 조준한다. 주름진 얼굴에 그을린 얼굴이 이 좋은 풍경에 어울리지 않지만 젊은 기분을 잠시 취해보는 낭만 속으로 추억 속으로 기억되고 싶다. 심곡항에 다다르자 다시 정동진으로 회차 하는 순환버스를 타고 정동진 주차장에 돌아왔다. 타고 내리는 주행시간은 10여분이다. 주차장은 정동진 원만하고 심곡항은 주차시설이 빈약하다. 우리시대에 영달한 분들은 이번 지방 선거에 사진과 같이 프랑카드에 나부끼고 우리부부 같은 궁한 백성들은 쓸데없이 하루살이 같은 신세로 떠도는 백성노릇만 하는구나. 이곳도 한 표 달라고 구걸하는 후보들의 굽신거림이 내가 사는 곳과 흡사하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온천 의 백미 백암으로 달려가 백암온천 원조 원탕 모텔에 하루 묵었다. 백암산 아래 첫 집이다. 이곳은 음용수라 한 컵을 마시고 41도 탕에 몸을 담그고 삭신을 녹여본다. 나는 남탕에서 30분이면 튀어나오고 집사람은 여탕에서 두 시간동안 탕안에서 머뭇거린다. 숙소에 TV앞에 깜박 잠든 사이 숙소 문을 들어서는 집사람이 시원 한단다. 나는 열탕에는 얼씬도 못하는 데 여탕에는 시원한 물만 주는가보다. 어제는 선거일 오늘은 이곳도 한가하다. 이 백암골이 온천역사는 일정 때로 올라간다. 일제 강점기 이곳이 백암 온천이란 비석이 지금도 세워져 기념비로 존재하고 있다. 밖에는 비가 내린다. 아침에도 이슬비가 오락가락하여 백암산 등산이 취소되었다.
후포항으로 향했다. 아침 여덟시다. 그 옛날 후포시장에는 과일이 맛있었다. 후포항 바닷길을 올라가면 이곳도 제주올레길 설치 병이 들려 산위등대에서 바다 쪽으로 테크길을 조성해놓고 보는 이들을 풍광을 감상하게 한다. 별다른 이색적인 경치는 없고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낭만을 맛보라는 뜻이지만 막상 올라보니 맛이 생각과 다름을 느꼈다. 좀 더 올라가면 바다낚시터라는 이름으로 바다멀리 철판 아나방길을 펼쳐놓고 시퍼런 바다에 출렁이는 파도 위를 걸어보는 짜릿함과 아찔함을 느껴보는 맛이 마침 비온 뒤라 바닷바람이 거세어 공포감까지 느껴진다. 집사람은 아나방 철판 길을 한결같이 중앙으로만 걷는다. 산더미 같은 파도가 밀려오면 부서지는 물결이 철판 길 위로 떨어지고 발아래 구멍을 통해서 솟구치기도 한다. 오금이 저리는 이 맛도 제때에 파도가 맞아야 감상할 수 있다. 이른 아침이라 다른 이들은 없고 우리부부 둘만이 바다 위를 걸어갔다. 재밋는 바다체험이었다. 저 멀리 바다와 어촌이 푸른 물결사이로 평화롭다.
다음 행선지는 미황사를 조준했지만 5시간이 아까워 불발에 그치고 주왕산 전진사로 향했다. 이곳도 추억이 깃든 곳이다. 주왕산 전진사 앞 뜰 은행나무를 2미터높이에 짚방석으로 둘러 묶고 새끼줄을 빙빙 둘러 수 십 가닥을 아래고 늘려 반경 4미터정도 원형에 수 십 개의 말목에 동여맸다. 마침 주지스님 비슷한 분이 있어 그 연유를 묻자 은행나무가 수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나무반경 2미터에 들어서지 못 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나무아미타불!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가 둘이 아닌 하나다. 라는 자비심의 발로다. 우리도 모두를 사랑해야한다. 모든 사물을 사랑해야한다.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린다. 신묘한 바람이 스친다. 바람에 휘날리듯 마음을 풀어헤치니 천년이고 만년이고 언제나 이러고 싶다는 욕심이 끓어오른다. 하산을 하면서 시장기를 느꼈다. 사람 사는 고장은 매 한가진데 이곳에는 식사 후 커피도 천원을 내고 먹어야 한단다. 인심이 편벽되니 사람도 외면한다. 우리부부는 그래도 오를 때 동동주 한 병을 건네준 진미식당 아줌마 미소에 이끌려 산채 비빔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반찬이 전반적으로 짜다. 헌데 경상도는 음식이 모두가 짜다는 개념을 뒤엎고 비빔밥이 우리 입맛에 맞았다. 행운이다.
다음으로는 단양으로 들어와 천동캠프장에서 야영을 했다. 오랜만에 모험심을 발휘했다. 지대가 높아 새벽 낮은 기온이 우려되었지만 침낭 두 개로 텐트속에서 나는 춥지 않게 잘 잤지만 집사람은 잠을 설친 것 같다. 아침 5시경에 4키로 떨어진 단양시내 목욕탕 찜질방에서 잠시 몸을 뜨거운 목욕물로 가다듬고 야영장에 돌아와 텐트를 수거해서 차에 싣고 단양시내에 올갱이 해장국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집사람은 다슬기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어째했거나 간에 좋고 숙취에 좋다니 건강식이다. 단양관광은 여러 곳이다. 모두가 추억의 장소지만 추억에 선명한 곳 소백산자락이다.
이어지는 다음 행선지는 소백산 하늘아래 첫 동네를 간다는 풍신이 조령 옛 고개 길을 올랐다. 고개를 넘으면 경상북도 풍기읍이다. 고개 마루에 명품마을이 있단다. 구름 찾아 오르는 길이 구불구불 오장육부를 뒤섞어 놓는다. 마침 차멀미의 제왕인 집사람이 닭 병이 들어 자는 바람에 무사히 고갯마루에 도착했다. 주위를 집사람과 둘러보니 버드나무 습지로 연못도 있고 둘레 길도 있다. 볼만한 풍경은 없고 산 멀리 첩첩겹겹이 산들이 펼쳐진 경치가 아순대로 진경이라면 진경이다. 고산지대라 날씨가 봄6월치고는 춥다. 면사무소에서 온 여직원을 우연히 만나 잠시 이곳의 정황을 물어본바 앞으로 생태계습지로 개발 보존한단다. 그 시작이 지금 이뤄지고 있어 아직은 볼품이 없단다. 내려오는 길에는 조심해서 정신을 가다듬고 서행으로 운전에 신경 써야 했다. 잠시 단양 쪽을 바라본다.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추억의 여행을 되짚어 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름이 걷히니 햇살은 소백산 마루에 움직이고 풍광은 저 멀리 산속에서 아롱거린다. 이곳의 산 목련은 아직도 미모를 자랑하고 풍성한 초록 잎이 그늘을 유혹한다. 이제는 돌아가 푸르던 청춘을 기억해야지. 멀리 나무들은 자욱히 무성하고 피어나는 안개는 구름위로 뒤엉켰다. 저 멀리 푸른 초록 산을 무심히 바라보는 사이 내가 늙어있음을 알고 씁쓸하게 웃음 짓는다.
충청도를 들어서 처가를 향했다. 장모님이 혼자게시니 우리를 반겨주신다. 군에서 매일 간호인이 들렸다. 오늘 아침에 상태가 안 좋아 다시 오후에 들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를 보시고는 생기가 나셨다고 한다. 아침에 처남부부가 들렸다. 월요일 아침에 병원예약을 했단다. 오늘 우리가 일산으로 돌아가는데 집사람도 집에 있게 되어 장모님을 모시고 올라왔다. 챙기는 약도 많기도 하다. 일산에 도착 저녁을 드시고 주무셨다. 오늘 아침 장모님 생기가 너무 좋다. 딸집에 오시니 딸과 이 얘기 저 얘기 하는 재미가 좋으신가 보다. 오래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모님 성격으로 남의 집에서 2일을 못 버티신다. 그래도 일주일정도라도 같이 있으시길 바란다. 4박5일간 여행길이 추억의 여행길이었다. 옛 생각은 사라지고 새로운 기분으로 구경하는 길목과 산촌이었으며 나날이 발전하는 정갈한 도시였기에 6월의 짙푸른 녹음 속에 차창의 맑은 바람도 시원했다. 어제는 6월 16일 67세 내 생일이었다.
2018년 6월 17일
율 천
첫댓글 아이고 강원도에서 동해안을 따라
백암온천까지
또 단양으로 길고도 긴 시간을
아내와 함께 잘 여행하셨네요.
정년퇴직을 한 아내와 여행길을 나선 것은
아내를 위한 것 같았지만
결론은 처가를 둘러 율천님 생일을 맞이한
여행이었네요.
어쨌거나 좋아 보입니다.
부부가 둘이서만 여행하면,
다툰다고 했는데,
그댁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하루 지났지만
생신도 축하드려요.
happy birthday !
감사합니다.
놀러 다니다보니 생일이 겹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