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유채를 솎아
일주 전 추석 연휴가 지난 시월 초순 토요일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 책을 반납하고 아파트단지와 가까운 농협 마트 옥외에서 장터가 열려 시장을 봐 둘 일로 자연학교 등교를 늦추었다. 잠을 깨 새벽이 다가오길 기다리며 할 일거리가 있었다. 여름에 시골 큰형님이 가꿔 거둔 통마늘을 까는 일이다. 마늘을 까면서 전날 강변 산책에서 봤던 아침놀로 ‘수산의 아침’을 남겼다.
“간절곶 솟은 해가 천태산 마루 넘어 / 골마다 내리비춰 어둠을 걷어내니/ 유장히 흐르는 물길 아침놀로 물든다 // 기름진 충적토에 농부들 손길 닿아 / 계절에 구분 없이 풍성한 농산물로 / 들녘은 하루해 짧아 종종걸음 누빈다” 아침놀이 장엄하던 대산 일동에서 제1 수산교를 건너 밀양 하남읍에서 초동면 반월을 거쳐 학포에서 본포교를 건너 본포로 되돌아온 동선이었다.
마늘 까기를 마치고 창원천 수변 산책로로 나가 운동 기구 몸을 단련하면서 농협 마트 장터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창구 금융 업무 시작과 같은 시각에 바깥에서 여는 장터에서 과일을 샀다. 사과와 배와 함께 포도를 사 안고 집으로 옮겨다 놓고 배낭을 추슬러 짊어지고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으로 향했다. 폴리텍대학 구내를 지나 창원도서관으로 가니 주차장이 썰렁하고 한산했다.
연휴로 이어진 토요일이라 열람자가 적어서겠지 싶었는데 도서관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 앞 게시물은 개천절 휴관이라 붙어 있었다. 도서관 휴관은 설립 주체에 따라 차이가 남은 알고 있다. 시청 산하 도서관은 금요일은 일제히 휴관이었다. 교육청 산하 도서관은 한 달 한 번 월요일 휴관이라 열람자 이용에 편했다. 설과 추석 연휴를 빼면 국경일도 쉬어 오늘은 휴관일이었다.
도서관 안으로 들지 못하고 바깥에서 무인 도서 반납기에 대출 도서를 투입하고 돌아섰다. 아침나절 도서관에 머물다 오후에 텃밭으로 가 가뭄을 타는 채소에 물을 주려던 일정인데 그곳으로 당겨 가게 되었다. 창원대로 올림픽공원 정류소에서 108번 버스를 타고 창원역으로 나갔다. 월영동을 출발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20번 버스로 갈아타 동정동에서 굴현고개 너머 텃밭에 갔다.
어제도 채소에 물을 줬는데 날씨가 쾌청하고 바람이 살짝 불어 대기 중 수분 증발이 빨랐다. 무와 배추 이랑은 말라 채소는 연방 시드는 기색이었다. 물뿌리개와 들통을 손에 들어 개울로 가 물을 퍼 날라 채소에 뿌려 주었다. 물이 끼얹어지니 무와 배추는 생기를 되찾아 싱그러웠다. 채소 이랑 자체가 흙살이 얇은 데다가 가을비가 내리지 않아 한동안 가뭄이 심해 겪는 고생이다.
무와 배추 이랑 곁에는 유채와 시금치 씨앗을 심었는데 유채는 발아가 순조롭고 생육도 빨랐다. 유채는 봄날 꽃을 완상함이 아니라 겉절이나 풋나물로 삼기 위함인데 생장이 빨라 지금이라도 솎아야 할 처지였다. 보드라울 때 잘라내면 겉절이나 나물이 되지 싶은데 우리 집에서는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한 봉지 캐 놓았다. 유채 곁 심은 시금치는 빈자리였는데 거기는 사연이 있다.
시금치 파종 후 날씨가 더워 씨앗이 곯고 삭아 싹이 트지 않았다. 이후 비가 약하게 내리던 날 골을 타 시금치 씨앗을 뿌렸다. 빗방울을 잠시 피해 현장을 벗어난 사이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와 시금치 종자를 모두 주워 먹어서다. 시금치는 다시 씨앗을 구해 세 번째로 파종을 해 볼까 생각 중이다. 온천장 콩나물국밥집으로 가 점심을 먹으면서 유채가 든 봉지는 주인에게 안겼다.
곡차를 곁들이면서 콩나물국밥으로 점심을 요기하고 밖으로 나오니 가을 해는 중천에 있었다. 시내로 들어오면서 ‘가을 유채밭에서’를 남겼다. “철 당겨 꽃을 보랴 푸성귀 삼으려고 / 배추 무 직파 후에 심어둔 유채 씨앗 / 굼뜨는 시금치보다 한 발 앞서 싹트네 // 파종 후 날이 더워 씨앗은 곯고 삭아 / 다시금 골을 타서 줄뿌림 한눈 판 새 / 비둘기 한 쌍 날아와 주섬주섬 먹구나” 26.10.03
첫댓글
마늘 깐다고 수고 많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