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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방학 중에 운영되었던 방과후학교와 건강체력교실 수업은 종강했다. 간혹 댄스 동아리나 밴드 동아리 학생들이 2학기에 있을 대회 준비를 위해 연습하러 학교에 들르곤 한다. 학교는 잠시 쉼(休)의 시간을 갖지만,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생활을 위해 행정실에서는 시설들을 점검하고 보수하느라 바쁜 여름이다.
가을의 시작이라는 입추(立秋)가 지났는데도 불볕더위가 쉬이 물러나지 않을 기세다. 초열대야가 지속되었던 지난주에 비하면 아침이나 밤 기온이 조금씩 내려가는 것 같기도 하다. 다가올 처서(處暑) 무렵에는 가을의 향기를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는 맹위를 부리던 더위가 물러나는 절기다. 처서의 한자 처(處)는 지위, 신분, 장소를 뜻하지만 여기서는 ‘멈추다’로 해석된다. 날뛰던 호랑이가 멈춘 형상을 문자화한 것으로 호랑이처럼 사납던 더위가 멈춘다는 의미가 있다.
처서는 여름이 가고 가을 기운이 자리잡는 때이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예전에는 부인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서 말리면 포쇄(曝曬)라 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史庫)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고 한다.
필자의 학교 텃밭과 정원에도 여름방학 내내 물 주기와 풀 뽑기로 분주하다.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에 나무와 채소가 말라 죽지 않도록 물을 흠뻑 주니 풀은 또 무성하게 자란다. 유래 없는 무더위로 연신 물을 주어도 나무와 꽃들의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
상추, 딸기, 깻잎, 쑥갓 등 다양한 채소를 길렀던 학교 텃밭은 잠시 쉬고 있다. 방학 전까지는 따뜻한 햇볕과 물만 주어도 쑥쑥 잘 자라주어 많은 수확물을 거두었다. 딸기가 빨갛게 익기를 기다리던 아이들, 방울토마토가 붉어지면 따먹기도 했던 교육의 장이었던 학교 텃밭은 더위를 이겨내느라 힘겹다. 지금은 여름작물인 오이, 고추, 토마토, 가지만 꽃이 피고 지고 열매를 맺으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학교 텃밭에 몇 안 되는 농작물을 기르는 일도 만만치 않다.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며 줄기를 튼실하게 만들며 자라야 하는데 햇빛이 부족하면 웃자라서 실하지 못하고 부러질 수 있다. 햇빛이 없으면 식물은 아직도 땅속에 있다고 착각하고 빨리 땅 위로 나가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또 장마철처럼 햇빛은 부족한 데 물이 많으면 줄기가 물을 먹고 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추월해 급히 자라게 된다. 흙 속의 영양분이 부족해도 부족한 영양분을 햇빛에서 흡수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기가 하늘을 향해 웃자란다.
웃자란 식물은 흙으로 덧대어 웃자란 줄기를 적당히 덮어주면 다시 정상적인 속도로 성장을 시작한다. 또 웃자란 식물의 가지나 줄기는 가지치기를 해주면 본래의 성장 속도를 찾아갈 수 있다고 한다.
교육은 농사를 짓는 일과 참 많이 닮았다. 교육은 제각각 다양한 학생들의 특성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추어 튼실하게 자랄 수 있도록 기르는 일이다. 넘치거나 부족하여 웃자라는 일이 없도록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설령 웃자람이 있더라도 흙으로 덮어주거나 가지치기를 통해 본래의 성장 속도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줄기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성장에 방해가 되는 곁순이나 곁가지들은 따내고, 너무 많이 달린 열매는 솎아내 건강하게 자라도록 끊임없이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 여름방학도 막바지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웃자람이 없는 튼실한 성장을 지원할 준비를 하고 2학기를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