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성 다시 읽기]
박문성(2014.12.29), "[EPL 이슈] 프리미어리그 오심은 악마가 될 수 있다"
박문성은 케이블 채널 SBS SPORTS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를 중계하는 유명 축구 해설위원이다. EPL은 국내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그만큼 박 위원의 말은 영향력이
크다. 또한 박 위원은 칼럼을 통해 대중들에게 축구 공론장을 여는 역할을 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미디어를 건전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위함이다. 초록색 상자 안에 담긴 글은 박 위원이 지난 2014년 12월 29일 작성한 칼럼 중 일부다.
프리미어리그 순위 다툼의 중대 시점이다. 2,3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박싱데이와 연말, 연초 일정이 마무리된
시점의 순위가 시즌을 터는 최종 순위와 연결되는 건 통계적으로 오랜 시간 지켜본 일이다. 후반기를
거치면서 약간의 순위 변동은 일어나곤 하지만 큰 틀에서는 박싱데이 주간 일정이 마무리된 순위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 역대 프리미어리그 흐름이다.
그만큼 중대한 일정을 소화 중인데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 순위를 뒤집을 수도 있던 결정적인 오심이 잇따라
나왔다. 1경기 차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1위 첼시와 2위 맨시티의 각각의 경기에서 치명적인 오심이 나오면서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생각1
박 위원은 통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우승 경쟁권에 있는
구단들만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박싱 데이는 8월에
시작하여 5월에 끝나는 EPL의 전환점에 해당된다. 어느 리그나 전반기 막바지에 구성된 순위표를 보고 우승 팀을 가늠할 수 있다.
상위 서너 팀 중에 1위가 결정되는 것은 매우 확률 높은 일이다.
박 위원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박싱 데이’ 통계의 과장된 의미 부여를 그대로 옮겨 글을 썼다. 박 위원은 ‘심판의 오심’을 지적함으로써 건전하고 비판적인 토론의 장을 여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 언론에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심판
판정 담론’의 생산자가 되려고 한 것은 아닐까.
맨시티-번리전의
보이드 골은 이 기준으로 볼 때 명백한 오프사이드다. 보이드는 잉스의 발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공보다도
앞서 있었고 맨시티의 최종 두 번째 수비 선수보다도 앞서 있었다. 일반적으로 오프사이드를 이야기할 때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 수비수란 표현을 쓰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틀린 해석이다. 상대 수비진영의 선수가
골키퍼건, 수비수건, 공격수건 간에 포지션에 상관없이 상대
최종 두 번째 선수가 오프사이드 기준이다. 상대 수비수들의 포지션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오프사이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는 골키퍼라고 예외가 아니다. 골키퍼도
상대 선수들 중 한 명일뿐이다. 예를 들어 골키퍼가 전진해 있던 상황에서 수비수들이 뒤를 받치고 있었다면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 수비수가 오프사이드의 기준이 아니고, 모든 상대 선수를 통틀어 두 번째 최종 수비수가
오프사이드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상대 선수 다 합쳐 끝에서 두 번째 있는 선수가 오프사이드의
기준이다.
잉스의 슈팅과 보이드의 위치 ⓒ중계 캡쳐
프렌드 주심은 잉스가 슈팅한 공이 보이드의
발에 맞지 않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볼 수(물론 보이드의 발에 공은 분명히 걸렸지만)도 있다. 하지만 보이드의 발에 공이 맞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장면은
이견 없는 오프사이드다. 보이드가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맨시티 선수들의 플레이에 혼선을 가져다 준 <관여, 방해, 이득>을 취했기 때문이다. 공이 보이드의 발에 맞았던, 맞지 않았건 간에 이 장면은 오프사이드인 것이다.
생각2
오프사이드에 관련된 요소는 간섭, 방해, 이득 세 가지다. “관여”가
아니라 간섭이다. 경기 규칙 용어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단어를 바꾼 것은 혼선을 빚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프사이드 위반이 미세한 차이로 판가름 나듯이 단어 한 글자의 차이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맨체스터 시티 대 번리 경기의 오프사이드 오심은 간섭, 방해, 이득 중 간섭과 방해 이 두 가지만 상황의 쟁점이 돼야 한다. 셋
모두를 “취했다”고 말하는 것은 문법도 해석도 틀린 것이다. 내 생각에는 간섭, 방해, 이득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서술하는 것이 '골키퍼와 최종 두 번째 선수'에 대한 해설을 덧붙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프사이드에 대한 또 다른 오해를 푸는 좋은 정보지만, 논점에서 벗어난 전개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득은 이 상황과 무관하다. 다음은 경기 규칙에 기술된 간섭, 방해, 이득에 대한 풀이다.
“플레이를 간섭한다는 것”은 팀 동료에 의해 패스 또는 터치되었던
볼을 플레이 또는 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 선수를 방해한다”는 뜻은 주심의 견해로, 상대편을 속이거나 혼란시키는 움직임이나 어떠한 동작 등으로 상대편의 시야 또는 움직임을 명백하게 방해함으로써
볼을 플레이하거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을 방해함을 의미한다.
“그 위치에 존재하여 이득을 얻는 것”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던
선수가 골포스트나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온 볼을 플레이하거나 상대편을 맞고 튀어나온 볼을 플레이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축구연맹 2014/2015 경기 규칙
이틀 사이 벌어진 EPL 경기에서 많은 오심이 나온 일에 대해 박
위원은 시의성 있는 칼럼을 작성했다. 시의성은 중요한 뉴스 가치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불편부당한 태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축구 경기의 오심은 박 위원의 말 대로 “이해되어야 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판이 박싱 데이를 위해 특별히 초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도 없다. 박 위원의 견해에는 ‘박싱 데이 같이 우승의 향방이 갈리는 경기에는 특별히 완벽한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전체 판정의 정확도는 의미 있지만 적지만 중대한 실수 하나가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다. 악마는 그렇게 언제나 디테일 안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생각3
나는 사자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를 떠올렸다. 만약 EPL이 다른 시즌에 95%의 전체 판정 정확도를 유지하고, 박싱 데이가 아닌 박 위원의 생각대로 ‘별로 우승에 중대한 영향을
안 끼치는’ 시즌 초반 또는 1월 중순에 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리그의 “위상”은 올라가는 것인가? 그리고 심판은 “천사”의
날개를 달게 될까?
또한 박 위원 자신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시청자들이 다양한 카메라 각도와 더불어 여러 차례의 다시 보기, 게다가 슬-로-우-모-션을 본 뒤에 “악마”가 경기를 망쳤다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하는 것은 아닐까. 심판은
겨우 수 초 내에 호루라기를 불어야 한다.
덧붙임
첼시가 승점 1점 밖에 얻지 못한 원인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악마"의 오심으로 얻지 못한 페널티킥 때문만은 아니다. 이 경기에서 양팀 합계 단 두 개의 슈팅만 유효했다. 사우스햄튼 하나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첼시가 기록했고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과연 첼시 선수들의 부정확한 슈팅 정확도는 경기 결과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1
원문 보기 ☞ G.U.T [목소리] 박문성 다시 읽기 "악마를 보았다"
출처
1. BBC SPORT, http://www.bbc.com/sport/0/football/30566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