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말을 만든다는 것은 ‘더하기’와 ‘빼기’ 사이의 절묘한 균형 잡기입니다.
뜻하고자 하는 개념을 모두 나열하면 입에 착 붙는 압축된 표현을 만들어 내기 어렵거든요.
반면 간결함을 지나치게 좇다 보면 애초 담아내고자 했던 의미를 온전히 싣지 못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핵심 단어를 골라 짝을 지어야 간결하면서 의미가 제대로 사는 새말을 만들 수 있는가를
늘 고민하는 모임에서 ‘세이프티 콜’(Safety call)을 우리 새말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세이프티 콜이란 현장의 위험을 잘 아는 근로자가 위험을 인지했을 때
즉시 위험을 신고하고 작업 중지를 요청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지난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고 작업장의 안전 문화를 자리잡게 하려고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도입한 제도입니다.
용례를 보면
“○○발전은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해 공식 안전소통 채널인 ‘세이프티 콜’을 시행한다”는 기사가 있네요.
우선 이런 개념을 담은 용어가 생겨났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면서 그들은 모였고 우리 새말을 찾으려 했습니다.
위험작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 할 제도가 마련됐다고 해서
‘세이프티 콜’이라는 말을 반드시 써야 할까? 그들 대답은 물론 ‘아니다’였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근로자 안전신고제도’라 부른 바 있고,
‘근로자 작업중지권’, ‘불안정 작업장 신고 전화’라는 표현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자, 그래서 세이프티 콜을 대신 사용할 우리말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 제도를 마련한 이유나 목적에 충실하게 주요 개념을 아우르려면 다음과 같은 단어를 포함해야 할 터.
‘근로자’, ‘안전’, ‘위험’, ‘긴급’, ‘작업 중지’, ‘알림’, ‘신고’, ‘제도’ 등이 생각났습니다.
이 중 ‘근로자’는 행위 주체를 가리키며 ‘안전·위험’은 왜 이런 조치를 요구하는지 이유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작업 중지’는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얻으려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알림·신고·요청’은 근로자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하는 행위를 품은 용어입니다.
4종류의 단어 묶음에서 한 가지씩은 꼭 새말에 포함돼야 할 필수 용어들이었습니다.
이들 개념을 최대한으로 아우른다면 ‘근로자 긴급 위험/안전 신고/알림 및 작업중지 요청 제도(권리)’ 정도가 되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정확히 전달되기는 하지만, 길어도 너무 길었습니다.
한글로 다섯 글자인 ‘세이프티 콜’ 대신 사용하기에는 기억하기도 어렵고 입에 붙지도 않았습니다.
이럴 때는 취사선택 작업이 필요하고,
새말 모임에서도 이렇게 더해 보고 저렇게 빼 보며 최상의 조합을 찾아 궁리했습니다.
‘근로자 위험 신고제’, ‘위험 감지 신고제’, ‘안전 외침’, ‘긴급 안전 요청’, ‘안전 요청 신고’ 등등.
우선 앞머리의 ‘근로자’와 꼬리의 ‘~제’ 혹은 ‘~권’을 빼자고 의견이 모였습니다.
간결한 표현을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문장의 맥락 속에서 충분히 뜻이 전달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1순위 후보로는
이 제도의 목표로 삼은 ‘구체적 조치’를 강조한 ‘작업 중지 요청’이 뽑혔습니다.
‘왜 작업 중지를 요청하는지’, 즉 ‘안전을 위해서’라는 뜻은 아쉽게도 빠졌습니다.
대신 2안과 3안으로 ‘긴급 안전 요청’과 ‘위험 알림’을 추천했습니다.
이번에는 ‘작업 중지’라는 목적이 생략됐습니다.
어떤 조합으로도 아쉬움은 끝없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오류’가 아니라 ‘한계’입니다.
사용자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생략이 필요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문장 속에서 적절한 부가 설명을 통해 얼마든지 의미 보완이 가능하거든요.
이들 우리말 후보 세 가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선호도의 순위는
새말 모임 위원들의 추천 순위와 일치했습니다.
‘작업 중지 요청’이 가장 적절한 대체어라는 응답이 전체 86.2%를 차지했고,
‘긴급 안전 요청’(79.0%)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위험 알림’은 68.0%의 지지를 얻었는데, ‘너무 간결한’ 표현에 아쉬움을 느꼈으리라 여겨졌습니다.
반면 ‘세이프티 콜’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는 응답률은 75.4%로 압도적이었습니다.
과연 새 정부에서는 어떤 용어로 대체사용할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세이프티 콜" 저는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용어도 있다는 걸 말입니다.
작업 중지 `가장 간편하고 알아듣기 쉬운 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