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서리 내릴 고국의 가을이 온다.
무서리 나려 기러기 울며 날면
아버지는 일이 하나 더 있다.
발뒤꿈치 벌어진 곳을
기름으로 지진다.
처마 끝에 걸어둔 기름 내려와
벌어진 곳에 욱여넣고
됫박으로 사온 성냥 그어 대면
기름은 지글거리며 안으로 스민다.
중이 제 머리 깎을 수 없듯이
성냥은 내가 집어 든다.
갈라진 틈은 여러 군데고
보고 싶지 않을 만큼 깊다.
아버지는
지질 때마다~끙
또 지질 때~ 끙
살이 타는 고통을
안으로 끓어 안으셨고
성냥불을 타들어가는 새 생명의
진혼 무를 추듯이 흔들렸다.
기름이 탄다. 살이 탄다.
그렇게 아버지 살이 타야.
육 남매와 반신불수 작은아버지가
그 타는 살 먹고 살았다.
천상의 노래/ 덫/ 아버지의 발뒤꿈치
아이가 한 코
또 한 코 뜨개질을 한다.
고사리 같은 손에는 아빠 손가락보다 길고.
젓가락보다 더 가는 꼬챙이가 들렸다.
오른손 집게에 핑크빛 털실 한 줄이
나팔꽃 줄기가 달맞이꽃 안고 돌듯
하나, 둘, 셋, 석 줄 감겼다.
아이는 동화책 보던 것도 놓고.
몸까지 비틀면서 한코 한코 용케도 엮는다.
이모 졸라서 사온실과 꼬챙이일 것이며
엮는 것도 솜씨 좋은 이모의 물림이렸다.
고사리 손만큼 엮는데 어느 신이
세상 만물을 만든 시간이 흘렀단다.
"무얼 뜨는 거니?"
예쁜 목도리를 뜬단다.
"누구에게 줄 건데?"
도시에 일 나가는 언니가 책도 사다 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는데 자기는 언니에게 줄
선물이 없어서 목도리를 주려고 엮는단다.
"그렇게 거북이처럼 느려서 언제 선물 해?"
‘크리스마스’ 전에는 가능할 거라고 말갛게 쳐다본다.
완성되면 언니 양말 속에 가만히 넣어둘 것이란다.
아이는,
오늘도 좋아하던 TV도 젖혀놓고 사랑을 엮는다.
붉은 입술 사이로 천상의 노래가 흐른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아버지의 발뒤꿈치
찬 서리나려 기러기 울며 날면
아버지는 일이 하나 더 있으시다.
발뒤꿈치 벌어진 곳을
기름으로 지져야 한다.
처마 끝에 걸어둔 기름 내려와
발뒤꿈치 벌어진 곳에 욱여넣고.
됫박으로 사온 성냥을 그어 대면
기름은 지글거리며 안으로 스민다.
중이 제 머리 깎을 수 없듯이.
아버지 발에 불은 내가 붙인다.
갈라진 틈은 여러 군데고
보고 싶지 않을 만큼 깊었다.
아버지는
지질 때마다~끙.
또 지질 때~ 끙.
몸을 뒤틀며 타는 고통을
안으로 끓어 안으셨다.
기름이 탄다. 살이 탄다.
그렇게 아버지 살이 타야.
육 남매와 반신불수 작은아버지가
그 타는 살 먹고 살았다.
제목: 덫
이국 異國
전혀 낯선 소리에 갇혀서
술 한 잔 털어 넣는 저녁
부엌 외진 곳에 쥐덫하나 놓였다.
이 밤 언놈이 모진 생을 마칠꼬?
등 벗어진 노회한 놈은 또 피할 것이고.
경험 없는 애송이만 걸리겠지.
너희는 먹이 때문에 죽고
인간은 탐욕 때문에 죽는다.
그곳에도 있느냐?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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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살이 탄다
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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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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