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오른쪽 눈꺼풀에 좁쌀만 한 혹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없어지겠거니 생각하고 지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혹은 점점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안과에 의사 면담 약속을 잡아 1월 25일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의사에게 수술을 요청했으나 한 달간 처방해주는 안약을 발라보고, 혹이 사라지지 않으면 한 달 후 2월 22일(월)에 수술하자며 날짜를 정했습니다.
처방된 안약은 하루 3회씩 한 달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항생제와 스테로이드가 섞인 성분으로 안구에 좋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앞서 첫날부터 10일간 사용하다가 멈췄습니다. 혹시, 혹이 작아지는 데 도움될까 싶어 뜨거운 팩으로 눈을 마사지해보기도 했지만, 되레 혹은 점점 더 단단하고 커져 콩알만 하게 자랐습니다.
부끄럽게도 마지막 수단(?)으로 비로소 치유 선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은 녹고 사라질지어다! 혹을 만드는 모든 성분들은 녹고 파쇄될지어다!"
며칠이고 계속 선포했지만, 혹은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느낌과 함께 '그럼 그렇지.' 하는 불신의 마음도 같이 굳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눈을 좌우로 돌릴 때마다 마치 조그마한 돌에 긁히는 느낌과 짓눌리는 압력에 통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알량한 목사 체면에 그래도 치유 선포는 해야 되지 않나 싶어 '예수의 이름으로 혹은 녹아 흘러내릴지어다!' 외쳤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 생기는 산 같은 믿음이 자신을 위해 적용할 때면 왜 이리 작아지고 먼지처럼 흩날려 사라져 버리는지. 초라해지는 내 모습에 '아, 내 믿음의 무게가 이거밖에 안 되나'하는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제 토요일 저녁에는 아내에게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다음 주 월요일에 수술 날짜가 잡혔는데 의사가 수술을 미루고 또 약을 사용하라고 하면 한국에 가서 수술하고 싶어." 이렇게 말할 정도로 누르는 혹의 압력이 높았습니다.
토요일 저녁에 잠을 자려고 하니 아이들이 침대로 몰려들었습니다. 막내가 눈을 만져보면서 돌처럼 굳어진 혹을 보고는 안타까워했습니다. 막내에게 사진을 찍어보라며 눈꺼풀을 뒤집어 안쪽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일 아침 면도를 하면서 거울을 보니 튀어나온 혹은 여전했습니다. 내일 수술을 하면 불편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혹에 손을 대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아니 의심으로) "혹은 녹아질지어다" 명령했습니다. 역시나 혹은 여전히 견고하게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1부 예배 시간에 말씀을 들으면서 오른쪽 눈 밑 부분이 간지럽고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이 있어 손으로 분비물을 닦았습니다.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는데 눈물과는 성분이 좀 다른 끈적끈적한 물이 다량으로 눈 옆으로 흘러내렸습니다. 무슨 물이 이렇게 끈적거리는가 생각하며 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계속 닦아냈습니다.
2부 예배가 끝나고 한 청년과 이야기하는 중 오른쪽 눈이 또 간지러워 눈을 비볐습니다. 그런데 혹이 없어졌다는 것을 그때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놀라 아내에게 "여보! 혹이 사라졌어. 혹이 없어졌다고."
아내와 두 아들 녀석이 달려와 눈을 만져보고는 '와!'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니 혹이 언제 없어졌지? 생각을 잠시 더듬어보았습니다. 바로 '그 시간'이었습니다. 1부 예배 시간, 말씀을 듣던 중 끈적끈적한 물이 흘러내린 때.
수술 날짜가 잡힌 전날 예배 시간에 주님께서 혹을 녹여주셨습니다. 내일 의사를 만나면 의사는 분명 약효 때문이라 할 것이나 그가 믿든 말든 하나님이 치유하셨다 우길 것입니다. 안약은 구입한 첫날부터 10일간만 사용하다가 중단했으니 약발이 있다 없다 논할 게 아니지요.
그런데 부끄러운 모습이 하나 있습니다. 믿음으로 선포한 것을 믿지 못하게 하는 불신앙에게 언제까지 내 믿음을 통제하는 권한을 허용할 것인지 말이지요.
"말하는 것이 이루어질 줄 믿고 마음에 의심하지 아니하면 그대로 되리라"는 주님의 말씀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믿습니다. 그런데 이루어질 줄 믿어도 마음에 의심하면 그게 결국 불신앙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치유와 더불어 다시 한 번 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혹이 녹는 게 아니라 나의 불신앙이 먼저 녹게 하옵소서."
치유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