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록의 왕이라고 일컫는 '임제록'의 내용 중 일부를 함께 나눕니다.
'너희가 만약 생각 생각 치달려 구하는 마음만 쉴 수 있다면 조사나 부처와 다를 바가 없다.
일 없는 것이 귀한 사람이니, 다만 조작하지만 말라. 다만 평상 그대로일 뿐이다.
불법은 애써 공들일 곳이 아니니, 다만 평상시 그대로 일 없을 뿐이다.
바로 지금일 뿐, 다른 시절이란 없다.'
[임제록]
...
아무 할 일이 없습니다. 추구할 것도 조작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지금 이대로일 뿐, 다른 때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가 이렇게 늘 쓰고 있는 이 평상심 그대로가 바로 도이고 진리입니다.
다만 분별만 하지 않으면, 생각으로 눈앞의 현실을 판단, 분별, 조작, 해석하지만 않는다면, 지금 이대로가 전부입니다.
눈앞의 이대로는 아무 할 일이 없습니다.
그저 이러할 뿐!
여기에 '내 생각'을 개입시켜 해석 판단하지만 않으면, 지금 이대로 언제나 아무 일이 없습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구나 잠시 이 글을 읽던 행위를 멈추고, '뭐지?', '눈 앞이 왜 진리라는 거지?' 하고 문득 돌이켜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옵니다.
돌아와 지금 여기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
그러다가 문득 이 눈앞의 아무 일 없는 자리가 너무 아무것도 아니고,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도 없고, 크기도 없고, 아무 일이 없다보니 이 심심한 평상 그대로의 진리를 곧장 피해달아납니다.
그리고는 다른 무언가를 찾고 추구합니다.
지금 이대로 말고, 지금 있는 이것 말고, 지금 나에게는 없는 다른 그 무엇을 찾습니다.
이 평상심이 아닌, 더 위대하고, 놀랍고, 신비롭고, 강렬한, 어떤 생각 속에서 만들어 놓은 깨달음의 환상을 쫓게 됩니다.
바로 그 추구심이 지금 여기에 있는 이 평상심을 피해 달아나게 만듭니다.
추구심이라는 내 생각이 만들어낸 환상으로 도망치느라, 지금 여기에 이미 있는 진리를 놓치고 맙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뭐가 있습니까?
뭘 찾지 마세요.
분별하지 마세요.
찾지 않으면, 그저 이대로일 뿐입니다.
🩸글쓴이: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