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마을이 시끄러워 진다.
집 주변이 야산이고 야산에는 옛날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묻혀있는 산소가 여기저기 많이 있었는데 오늘이 그 산소들을 벌초를 하는 날인가 보다.
물론 옛날처럼 낫으로 벌초를 하는 때 같았으면 그리 시끄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그렇게 변화를 가만히 놔두지를 않았다.
낫으로 벌초를 할 때만 해도 조상들의 묘소를 벌초를 하려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모였었다.
이곳처럼 야산 같으면 별로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쉽게 벌초를 할 수가 있겠지만 가파르고 높은 산꼭대기에 무슨 명당자리를 찾는다고 물론 매장 할 때에도 그곳까지 상여를 메고 올라가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 것이며 먹을 것을 나르는 데는 또 얼마나 힘들게 작업을 했을 것인가?
오로지 망인의 넋을 좋은 곳으로 보내 드리고 평생에 행복하지 못했던 삶을 유택이라도 좋은 곳에 모시고 싶은 자식들의 소망이 그렇게 힘든 과정을 극복하게 했을 것이다.
그것은 내내 자식들의 힘든 여정을 이어 준다는 생각은 했는지 모른다.
정말 어느 산마루를 지나다 보면 마을은 보이지도 않는 높은 산마루에 그래도 후손들이 관리를 하고 있는 무덤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상여가 왔는지는 모르지만 옛 사람들의 정성이 눈물 나도록 감복을 준다.
그래도 옛날에는 낫이나 하나들고 숫돌이나 가지고 산꼭대기로 올라가면 되었었다.
지금처럼 풍뎅이 소리를 하는 기계를 짊어지고 그런 곳까지 올라간다면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을까?
게다가 기름도 여유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은 한여름의 막바지 더위에 보통 힘 드는 일이 아니다.
물론 어떤 조상이라고 해서 귀하지 않은 분은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 분이 있기에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후손들이 있게 마련이니까.
만약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물론 살아가는 일이 고달프고 힘들어도 그런 과정을 겪어 나가는 삶을 살아갈 수도 없을 것이 아닌가?오늘 마을을 시끄럽게 난리를 피우는 사람들도 그들이 지금 관리하고 있는 조상이 아니었으면 이 마을에 올 일도 없었을 것이고 묘지를 돌볼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벌초를 하는 모습이 옛날 같지 않은 것을 보면서 벌초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해 본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무덤가에 움막을 짓고 삼년동안을 그곳에서 생활했던 옛날 사람들에게는 생전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정말 부모님의 잠자리나 생활공간을 관리하듯이 공들여 벌초를 하고 묘지를 관리하겠지만 지금 사람들의 벌초하는 모습을 보면 그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몇 사람이 왱왱거리면서 기계를 돌리면 몇 사람은 갈키를 가지고 잘려진 풀을 긁어낸다.
물론 봉분은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같지만 그래도 기계로 잘린 풀들을 갈키로 모질게 긁어 내어 버리는 것은 우선 급한 마음부터 들어간 것이다.
물론 기계로 벌초를 하게 되면 낫으로 깎는 것의 몇 분의 몇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시간이다.
예전에는 벌초를 하게 되면 묘지 근처에 있는 묘지기가 있거나 아니라면 그곳에 상주해 살고 있는 집안에서 점심을 짓고 하루가 걸리게 벌초를 해야 했다.
살아가는 형편에 따라서 음식을 장만하여 그날 하루를 힘든 일도 하지만 잘 먹는 날로 정해서 벌초를 했었다.
연례행사로 치러지는 그런 일들이 이제는 쉽게 끝내려는 것으로 이어가고 있다.
얼른 벌초를 끝내면 가까운 식당에 가서 식사를 시켜 먹고는 뿔뿔이 흩어진다.
왜냐하면 벌초 때가 되면 도로는 한없이 막힌다.
누구나 형식 적이지만 벌초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같은 시기에 행해지는 행사가 아닌가?
그래도 그나마 그렇게 번갯불에 콩 굽듯이 행사를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웬만한 사람들은 무슨 연유가 있겠지만 벌초를 하지 않고 그냥 묘소가 묵어가는 곳이 자꾸 늘어간다.
게다가 금년 봄에는 이곳에서 관리를 잘 받았고 산소 자리도 괜찮아 보이는 여러 묘소가 파 헤쳐지고 유골이 화장되어 뿌려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일은 여기만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산소 관리가 어렵거나 내 산이 아닌 남의 산에 산소를 쓴 사람들은 산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명예가 이전되면 그 사람은 소유권 행사를 위해서 산소를 파 낼 것을 산소 임자에게 지시하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아마 언젠가는 이렇게 시끄럽게 마을을 흔들어 놓는 벌초하는 소리도 사라질 날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