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김호균
自轉의 힘 외
나는 오늘 내가 사는 세상의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도는
동력의 원천이 무엇인지를 발견했다.
골목 끝
예쁜 이름을 가진 모란세탁소의
스팀다리미를 하루종일 다리고 있는
자영업 사장의 속 가슴이나
보일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이
골목의 틈새를 덥히고 있다.
증기기관차처럼
그 옆집 줄줄이 선
택배 오토바이들도
붕붕거리고 있다.
그렇다,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도는 힘은
그 하루
고동치는 사람의 심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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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
서쪽으로 점점 기우는 빨간 구멍,
그곳으로 하루가 빠져나가고 있다.
격하게
그 하루가 빠져나가는 주변이 온통 핏빛으로 번진다.
격투기 말고는
사는 방식이 없는
하루하루를
무슨 수로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그 누구도 간섭 못 하게
일몰을 일출로 바꾸는 것,
내일 아침 그 빨간 구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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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광주매일> 신춘문예 동화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