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환의 풀어 쓴 한자 이야기 - 22. 성실(誠實)
※ 2025. 12. 24.(수) 뉴스경남 문화면 게시 예정 칼럼
노란 산수유 피는 3월, 수제(手製) 어쿠스틱 기타를 주문했다. 하얀 눈 날리는 12월, 비로소 제작자에게서 악기가 완성됐다는 기별이 왔다. 한달음에 달려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수제품을 하얀 케이스에 넣어서 들고 왔다. 자는 둥 마는 둥 채 여명이 밝기도 전,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을 찾아갔다. 악기가 완성되면 제일 먼저 보여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10개월 만에 찾은 지인의 사무실에서 올리브나무로 만들어진 수제품을 건네주며 한 곡 청했다. 만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인은 다음과 같이 본인이 작사, 작곡한 노래를 불러 주셨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까? 있을까? 내가 찾는 그런 나라!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도. 없어요. 내가 찾는 그런 나라! 사랑과 행복, 가득한 나라! 전쟁과 빈곤 없는 그런 나라! 우리가 만들어요. 그대와 나, 손잡고 그런 세상 만들어요. 아름다운 그런 세상. 그런 세상 만들어요. 아름다운 그런 세상.’「내가 찾는 나라 – 박만갑 -」
지인은 농촌 주유소를 경영하는 바지런한 사람이다. 유류와 함께 손님들에게 미담의 추억을 제공하는 멋진 분이다. 주인의 성실한 삶의 자세와 착한 마음을 아는지, 주유소는 새벽부터 문전성시(門前成市)다. 필자는 그분이야말로 성실의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성실은 인간의 가장 기본이 되는 삶의 자세이다. 을사년 마지막 칼럼으로 성실하게 매일 삶을 영위하는 동시대의 모든 분께 존경하는 뜻에서 성실(誠實 : 정성스럽고 참됨)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들여다본다.
정성 성(誠)은 진실, 참의 뜻을 품은 한자로 말씀 언(言)에 이룰 성(成)이 더해진 글자다. 말씀 언(言)은 바늘의 모양을 본떠 곧음을 나타내는 매울 신(亖=辛의 변형)과 사람의 입 모양을 본뜬 입 구(口)가 결합 된 한자이다. 스스로 생각한 바를 입으로 바르게 말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덧붙여 言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자 위로 나팔 혹은 생황과 같은 모양의 악기가 그려져 있다. 곧 입으로 나팔이나 생황을 불 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하겠다. 현대에 와서 인터넷 통신에서 사용되는 표시, 전파가 퍼져나가는 와이파이 아이콘 모양이라 할 수 있다. 言자는 이렇게 입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수로 쓰일 때는‘말하다’와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언급(言及: 하는 말이 그것에까지 미침), 언명(言明: 말로 의사를 똑똑히 밝힘)이 좋은 용례이다.
이룰 성(成)자는 무성할 무(戊)와 장정 정(丁)자가 결합한 것으로 무성한 나무처럼 혈기가 왕성한 장정은 일을 잘 이룬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성공(成功: 목적에 도달함), 성과(成果: 일이 이루어진 결과)가 좋은 용례이다. 이렇게 말씀이라는 뜻에 일을 잘 이루어 낸다는 뜻이 결합 된 誠자는‘참되게 하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성심(誠心: 정성스러운 마음), 성의(誠意: 참된 마음)가 좋은 용례이다.
열매 실(實)은 열매나 재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집 면(宀)에 꿸 관(貫)이 결합 된 한자이다. 實자의 금문을 보면 宀에 밭 전(田), 조개 패(貝)자가 결합해 있었다. 집에 밭과 재물이 있으니 이는 매우 풍족함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소전체(小篆體)에서는 밭과 재물이 貫자로 바뀌면서 집에 마치 엽전 구멍에 실이 꿰진, 돈뭉치가 있음을 뜻하여‘부유하다’를 뜻했고, 세월이 지나면서‘결과가 좋다’라는 뜻으로 확대되면서 지금은 열매, 재물, 내용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실과(實果: 과일), 진실(眞實: 거짓이 없고 참된)이 좋은 용례이다.
『채근담』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作人 無點眞懇念頭, 便成個花子, 事事皆虛 (작인 무점진간염두, 변성개화자, 사사개허: 사람 노릇에 진실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이 한 점도 없다면, 이는 곧 비렁뱅이일 뿐이라. 어떤 일을 하든 모두 헛짓이다.) 사람 노릇을 하며 세상을 헤쳐나갈 때, 필요한 자세와 덕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기술, 재물, 학벌, 인맥 등의 능력을 갖추면 충분할 것 같지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은 따로 있다. 진실하고 성실한 마음이다.
다가오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태양과 같이 붉은 말의 해이다. 가장 뜨거운 태양의 기운과 부지런히 달리는 말과 같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삶이 성실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함안군 대천주유소 주인의 노래 가사처럼 그대와 나 함께 손잡고 사랑과 행복 가득한 나라, 전쟁과 빈곤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두 성실한 삶으로 살아가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해 본다.
| 誠 | = | 言(亖=辛+口) | + | 成(戊+丁) |
| 정성 성 |
| 말씀 언 (매울 신, 입구) |
| 이룰 성(무성할 무, 장정 정) |
| 實 | = | 宀 | + | 貫(田+貝) |
| 열매 실 |
| 집 면 |
| 꿸 관 (밭 전, 조개 패) |
첫댓글 말씀언이 나팔모양이라니
내 작은 소리가 이것저것 덧입혀져 와이파이처럼 점정 퍼져가는 느낌입니다
행동보다 말이 와전되어 크게 벌어지는 것은
나팔이나 와이파이처럼 점정 퍼져서 그렇군요 크-
오늘도 재밌게 보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혹자는 말씀 언 자를 땅의 기초 위에 사람의 말이 하늘의 천문과 천심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천문과 천심이 사람의 마음에 나팔이나 생황의 소리 같이 퍼져 나가는 것이겠지요.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도 늘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