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답을 찾아야 할 것 같고, 그냥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우중중한
기분을 아시나요? 기분 전환을 위해 사우나를 찾았고 각질 세신을 받았어요.
발바닥을 1회용 면도기로 긁을 때 멈칫 오그라들었고 냉탕 온탕을 한 후에
담배 한 모금을 들여 마시는데 온 몸의 세포가 착 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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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숙 동양철학을 잠시 접어두고 도올 신학으로 갈아탔는데 이 양반의
학문 세계가 어찌나 넓고 깊은지' 주역과 민중 신학'에서 멈춰버렸습니다.
예주가 접촉사고가 났다며 문자가 날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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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야! 놀랐지? 운전을 하면 접촉사고는 필연이란다. 아빠도 지금껏 운전
하는 동안 10번 가량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 날 때 놀란 것까지 모두 운전
실력에 도움이 돼. 생돈 나간 게 아니란 뜻이야. 내 차(소형)가 사고 났다면
수리비가 50-100만원인데 보험이 있으니까 자차 부담금20만원을 내면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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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렌터카는 자차 부담금이 조금 더 비싸요. 30만 원 정도 들 것 같구나.
언니 일보다가 난 사고니까 당연히 언니가 부담금을 낼 거야. 걱정 하지 마.
네가 재수 없는 것도 아니고 그냥 경상비 처리 했다고 생각하려무나. 아빠는
공주 기분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파이팅!(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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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고마워요. 아빠. 안 놀랐다면 거짓말일 것 같네요. 잘 추스르고 있는
중이에요. 운전 연습은 제가 고집한 것이니(다른데 갔다가 사고가 났음),
제가 비용처리를 할 거에요. 언니가 부담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아빠 혹시
신용카드 있어요?(예주)" "지금? 숍에 있어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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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고 비 처리하게 되면 신용카드로 할부가 필요할 것 같아요.
아빠 결재일에 입금할게요. 사고 비 나오면 다시 말씀 드릴게요.(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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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시라. 자차 부담금이 그렇게 비싸진 않아요(30-40). 자차부담금이란
면책 금 같은 거예요. 만약을 대비해서 렌터카 회사에서 보험을 일괄로 넣어
놓아요. 사고가 나면 먼저 처리하고 자차부담금을 네게 받는 시스템이야.
그 정도 견적(70만원)이면 30만원 면책 금이 책정될 걸로 예상해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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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흠, 네 고마워요. 상담원이랑 통화하면서 실은 내가 긁은 것 뿐 만 아니라
원래 긁혀있던 곳이 있었다고 말하니까 씨알도 먹히지 않았어요. 말투가
사무적이고 쌀쌀맞아서 그냥 꼬리를 내리긴 했는데 내가 뭘 잘못한 걸까요?
혹시 말다툼 때문에 괜히 괘심하다면서 견적을 더 내라는 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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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타기 전에 찍어둔 사진이에요. 원래부터 이렇게 긁혀 있었거든요.
휀다 부분도 같이 긁힌 걸 애기하더라고요. 뒤 도어도 바꿔야 한다고 하고.
휀다 부분을 그냥 넘어가 준다고 한 것인지 아니면 문제가 된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휀다도 내가 같이 손상시킨 거예요?(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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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휀다가 어딘지는 알고? 우리 강아지가 모르는 게 없구나. 휀다는 자동차
뒷부분 깜빡이 등, 즉 범퍼를 제외한 모서리 부분을 말하는데 자동차 보디는
얇은 철판으로 형성 돼 있어요, 문제의 문짝은 이음새 부분이 한 판이고,
휀다가 또 한판이야. 휀다를 뜯어서 보면 문짝 바로 밑까지 연결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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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사고 난 차를 고치려면 부서진 부분을 떼어 내고 새로운 판넬을 가져
다가 달아야 하는데, 차가 살짝만 키스가 나도 두 개의 판넬을 다 뜯어서
도장을 한 후 붙인다는 뜻이란다. 소비자 입장에서 억울하지만 렌터카 측
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그렇게 불합리한 약정을 한단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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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군요. 사실 잘 몰라서 인터넷 쳐봤어요. 그럼 내가 뒤 도어와
그 옆 닿는 곳까지 긁었으니 거기도 갈아야 한다는 거예요?(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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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네가 책임질 부분은 2곳이야. 백번 접어주고라도 넌 면책 금(30만)만
내면 되니까 열 받지 마시라. 사고가 나면 여성고객은 자주 바가지를 쓰거든.
30을 내든 50을 내든 원칙대로 네가 한 번 처리해보렴. 아빠가 렌터카 회사에
있을 땐 이런 경우 30만원으로 처리했단다. 일련의 과정을 아빠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신여성인 우리 공주가 야물게 처리하길 바랍니다.
사랑한다, 우리 예주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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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습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으로서 응당 감당해야 할 사고비와 덤탱이
까지 모두 감수해 볼게요. 이럴 때 필요한 마음가짐 같은 걸 알려줘서
고마워요. 질책하지도 않으시고 고맙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또 연락할
게요. 아픈 덴 없죠?(예주)" I'm OK. Thanks(나).
2022.12.5.mon.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