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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공성63 원문보기 글쓴이: 산골아이이경복
기고] 타이어공장 인근 주민들 고통 눈으로 확인했다 | |||||
전직 시의원 등 공검지역 원로 7분 금산 한국타이어 공장 인근 견학...“후손들에게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선 주행시험장 유치 반드시 막아내야” 눈에 보이는 고압철탑 수 무려 10여개
상주시는 지난해 9월 공검면 율곡리, 부곡리, 동막리 일대 43만평에 한국타이어 주행시험장을 유치하기로 하고, 한국타이어측과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기업 유치로 인해 지역발전이 기대된다고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일부는 공검의 노른자위 땅 43만평을 내주는 대신 고용인력은 고작 370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전혀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만약 타이어 제조공장까지 따라서 들어온다면 공해와 소음으로 인해 공검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모할지 모른다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지역의 원로들이 한국타이어 공장이 들어서서 가동되고 있는 지역을 방문해 누구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한 것이다.
아직 8월장마가 끝나지 않았는지 하늘은 잔뜩 찌푸린채 바람은 솔솔 불어오고 있었다. 금산IC에서 차로 불과 5분여 거리에 떨어져 있는 마을에 들어서자 첫 인상은 마을에 고압철탑을 비롯한 고압전선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한자리에 서서 카메라 시야에 들어오는 고압철탑만 해도 5개가 넘었으며 고개만 한바퀴 돌리면 보이는 철탑의 수는 10개는 족히 돼 보였다. 철탑 아래쪽의 전봇대까지 포함해서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흩어진 고압선들이 일제히 한국타이어공장쪽을 향하고 있었다. 저 많은 고압선 아래쪽에 있는 땅과 집들을 팔려고 하면 과연 살 사람이 있을까 궁금했다.
두 번째는 마을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50여호 정도 돼 보이는 마을의 지붕들은 하나같이 70년대나 80년대에 지은 것처럼 보이는 낡은 집들이었으며, 왕래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소음과 냄새였다.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잠시 주위를 둘러 보는데 귓가에는 계속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공장에서 나는 소리였다 . 그 뿐만이 아니었다. 금방 매케하고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일행중 냄새에 민감한 한 분은 아예 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잠시후 박씨 성을 가진 60대쯤 돼 보이는 남자 한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가 “공장 들어오면 살기좋다고 해서 견학 왔는데 정말 살기 좋습니까?” 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대뜸 “뭐가 좋습니까? 공기도 나쁜데”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상주에서 오셨지요?” 라고 바로 알아본다. 그동안 상주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다고 하면서 “우리는 좋다 나쁘다 말 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 얘기할 테니 알아서 판다하시라”면서 “이제 상주 사람들 그만 왔으면 좋겠다. 우리가 회사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면 동네 이미지도 안 좋아진다면서 바로 그쪽(한국타이어 쪽)에서 압박이 들어온다”라고 호소했다.
“18년전 공장설립 당시 토지수용령을 내려서 땅값 보상도 거의 못받고 공짜로 주다시피 땅을 빼앗겼다. 30만 원짜리도 15~6만원에, 5만 원짜리는 12~3만원에 무더기로 막 넘어갔다. 처음엔 체육시설 들어선다고 땅을 매입한 다음 공장이 들어섰다. 공장이 들어서면 좋은건 하나도 없고 나쁜 것만 있다. 공해와 냄새는 안고 살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공장에서 주민들을 위해 해 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단지 일 년에 한차례 면민들 놀러갈 때 버스 1대정도 지원해 주는 것이 전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집중적인 타이어 성능검사를 하는 것 같은데 그 때의 소음은 굉장하다. 이 마을뿐만이 아니라 10km이상 떨어진 금산읍 내 까지 소음이 들릴 정도다.”
박씨가 말을 하는 동안 공검지역 원로분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잠시 후 한국환경교육네트워크 최병조 사무처장이 도착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마을회관앞 정자에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최씨의 말은 더 심각했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다.
“금산은 이 마을 주변만 들판이고 나머지는 다 산이다. 그래서 비단금(錦)자를 써서 금산(錦山)이라고 한다. 금산에는 제대로 된 공장은 한국타이어 한 곳 뿐이다. 한국타이어가 들어 온 이후로 다른 공장은 전혀 들어 올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타이어 고용규모는 약 1,700명정도 된다. 1개면에 해당하는 규모다.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공장규모에 비해 주민에게 도움 되는건 너무 적다 아니 차라리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된다. 단지 금산군에 납부하는 세금 30억원 정도가 전부다. 지방세외에 수익금은 전액 서울에 있는 본사로 올라간다. 주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1원도 없다. 설립 초창기엔 지역주민을 몇 명 고용하더니 지금은 그나마 거의 없다. 젊은 친구 1명이라도 고용시킬라 치면 군의원, 면장은 물론 군수 추천장까지 받아 가도 취직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큰 공장은 힘이 세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말을 잘 안 듣는다. 큰 공장은 지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작은 공장이 훨씬 낫다. 작은 공장은 지역밀착도가 높은 편이다. 큰 공장 중에서도 사회공헌을 하지 않는 대표적 기업이 한국타이어다,
아주 나쁜 기업이다. 타이어공장에서 나는 냄새와 분진은 멀리 가지 않고 약 10km 이내에서 다 내려 앉는다. 주변지역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비가 올때는 초창기 약 15시간 까지는 공장으로부터 시커먼 폐수가 흘러 나온다. 성분검사를 의뢰해 보니 타이어 성분이라고 나왔다.
공장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공장내부로 들어가서 확인해 볼 기회가 있었다. 주행시험장에는 차가 빠른 속도로 하루종일 돌고 있었다. 타이어 닳는 양이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 지붕을 보니 타이어 분진이 새가맣게 쌓여 있었다. 그 분진들이 비가올때 빗물에 섞여 폐수로 흘러 나오는 것이었다. 타이어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수는 엄청나다 우리가 다 알지도 못한다. 이 화학물질들이 모두 타이어에 묻어 있다가 분진이 되어 공기중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인근에 있는 주민들 몸속으로 들어간다. 타이어 분진은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 회사가 커지고 발전할수록 주민은 괴롭고 지역발전은 전혀 없다. 큰 공장은 지역주민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역주민들은 고향을 잃어버린 꼴이다. "타이어공장도 아니고 주행시험장이 뭐 큰 피해가 있겠나?"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그건 아무도 장담 못한다. 오히려 주행시험장이 더 위험할 수 도 있다. 우리가 후손들을 생각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고향을 물려 주는 것이 어른들의 도리 아니겠는가?” 최씨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역 원로분들은 한동안 말을 잃고 멍하니 한숨만 지을 뿐이었다. 이어진 문답 시간에서도 최씨의 증언은 이어졌다. 최씨의 설명을 듣고 숙연해진 마음으로 돌아 오는 길에 맞은편에서 오는 화물차 1대를 만났다. 차량 2대가 교행이 불가능해 우리가 탄 차가 뒤로 후진해 길을 비켜 줄 수 밖에 없었다.
18년전 한국타이어 공장을 유치할 때 지역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금산군 제원면 수상리 주민들은 마을 진입로가 좁아 대형 관광버스도 들어오지 못하는 불편함 속에서 18년째 살고 있었다. 마을을 벗어나면 바로 한국타이어 전용 진입로가 나온다. 4차선 포장도로 이지만 주민들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대기업 유치인가? 하는 의문이 저절로 들게 마련이다.
최영근(전공검면장, 전공검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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